★삼성디자인학교(사디·SADI)
세계적 디자인 상 휩쓴 삼성그룹 디자인 학교 '사디'
정식 학위과정 아니라 교육과정 규제 안받아
한 해 입학생 100명 절반 이하만 졸업
▲ 큐브(레드닷 입상). 주사위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6개로 이뤄진 스피커다.
스피커를 떼내서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자리에 각각 배치할 수도 있다.
/ SADI제공
지난 19일 낮 서울 논현동에 있는 삼성디자인학교(사디·SADI) 604호 강의실. 이윤동 교수의 '프로덕트(product) 디자인' 강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20여 명의 학생들 중 절반은 반바지나 슬리퍼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들은 귀를 쫑긋 세운 채 동료 학생이 발표하는 'MP3플레이어의 미래'를 주제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있었다. 이 교수는 기자에게 "다음 단계는 동료들의 발표를 호되게 평가하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앞선 강의에선 삼성전자 현역 디자인 책임자들이 강사로 나와 IT(정보기술)기기들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 교수 자신도 삼성전자에서 20년간 디자인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디자인 학교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초 IF(독일· International Forum)·IDEA(미국·Industrial Design Excellence Awards)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꼽히는 '레드닷(독일·Red dot) 디자인 어워드'에서 이 학교에서 내놓은 14개 작품이 상을 받았다. 이를 포함하면 최근 3년 동안 총 22개 작품이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입상한 것이다.
◇교수·학장이 기업인 출신…스파르타식 창의교육
1995년 문을 연 SADI는 정식학위 코스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서울시내에 신설 대학설립을 금지하는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정식학위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떴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덕분에 교육과정과 교수선임이 자유롭다. 전임교수와 행정담당 등은 모두 삼성 소속이다. 원대연 학장도 제일모직 CEO(최고경영자)출신이다. 교수들은 현장 경험 3년 이상의 실무 베테랑들이다. 이 학교 수업과정은 3년이다. 정식학위를 받지 못하는 대신 기존 대학의 과정을 3년 만에 끝내겠다는 의미다.
SADI의 트레이드마크는 '스파르타식 창의' 교육이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과제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작업하다가 학교에서 잠자기 일쑤"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학생들은 "집에 못 가니 학교 안에 샤워실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의대를 포기하고 이곳에 왔다는 송명근(23)씨는 "대부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6~7시간씩 강의를 소화하고 밤 12시까지 과제물 작성에 매달려야 한다"고 했다. 송씨는 "올 개천절(10월3일)에도 수업이 있다"고 덧붙였다.
▲ 삼성디자인학교에서 학생들이 서로 의논하며 공부하고 있다. 이곳 100명 입학생 중 3년 뒤 46명 정도만 졸업할 수 있을 정도로 교과 과정 통과가 힘들다. /SADI제공
교육방식도 영국·미국식 크리틱(critic) 수업으로 살벌하다. 개인이나 팀이 아이디어를 내고 발제를 하면 나머지 학생들이 이를 비판하는 것이다. 덕분에 한 해 입학생은 100명이지만, 3년 뒤 평균 졸업생은 46명에 불과하다.
안상옥 경영지원과장은 "대부분 힘들어 자퇴하거나 성적미달이나 출석미달로 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나온 졸업생들 중 20%는 삼성계열사로 가고 나머지는 타기업이나 개인창업으로 나선다. SADI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울대·홍익대 등 대학을 졸업하거나 중퇴자, 의사, 대기업 근무자들이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곳의 입학생 중 60~70%는 대학 졸업 혹은 중퇴자이다.
◇철저하게 기업이 원하는 교육 위주로
교수 평가도 독특하다. 논문을 누가 많이 써내는가가 아니라 산학협력 실적이 가장 중요한 척도이다. 가령 삼성전자에서 'e노트' 아이디어를 이 학교에 의뢰하면, 학생들과 교수들이 함께 미래의 e노트를 연구해서 제출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을 짤 때도 업계 요구를 가장 먼저 반영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김우정 커뮤니케이션학과장은 "매년 커리큘럼을 짤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지금 필드(디자인업계)에서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라고 했다.
원대연 학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정식학위를 인정받는 대신 교육과정·교수임용 같은 규제를 받겠는가"라고. 그는 "지금처럼 학위 없이 가르치겠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과 학생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Life Service > @Academ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무스 아카데미(Domus Academy (0) | 2021.05.24 |
---|---|
★프라오(PRAO) / 스웨덴 학교의 직업체험수업 (0) | 2021.05.24 |
★KT그룹 모바일 퓨처리스트 / 대학생 프로슈머 마케팅 프로그램’ (0) | 2020.02.12 |
★고려대 '理想한 도서관' CCL (0) | 2019.09.09 |
⊙백화점 문화센터. (0) | 2019.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