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2024〕 여제 안세영의 '파리 대관식'
28년 만에 단식 금메달
안세영이 2024년 8월 5일 (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세영(22·삼성생명)이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종목에서 한국에 28년 만에 금메달을 안겼다.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과 벌인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전에서 2대0(21-13 21-16)로 승리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에 이어 28년 만에 한국의 단식 종목 금메달. 배드민턴 전체 종목으로 따지면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이다.
8강전과 4강전에서 모두 1게임을 먼저 내주고 시작했던 안세영은 결승전에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몸을 날려 상대 공격을 걷어내는 ‘질식 수비’와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송곳 스매시로 1게임을 8점 차로 승리했다. 2게임에선 4점 차로 앞서다가 11-11 동점을 허용했지만, 다시 분위기를 가져와 손쉽게 경기를 끝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이 5일 오후(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중국의 허빙자오 선수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안세영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그랜드슬램’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랜드슬램은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제패하는 것을 뜻한다. 작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그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면서 “올림픽 금메달이 사실상 마지막 퍼즐”라고 했다. 올해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허빙자오에게 패배했으나, 올림픽 결승에서 복수에 성공했다. 올림픽 직전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고 한 각오대로 모든 걸 쏟아부으며 금빛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의 금메달 도전에 가장 큰 변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입었던 무릎 부상이었다. 그는 당시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와 벌인 여자단식 결승전 도중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승리해내는 투혼을 보였다. 그러나 그때 입은 부상이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충분한 휴식과 재활을 거쳤어야 했는데, 완전히 낫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올림픽 랭킹 포인트를 쌓아 조금이라도 금메달에 유리한 1번 시드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지도자와 가족들은 무리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안세영 본인 욕심이 컸다고 한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상대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세영은 무릎 부상을 안고도 국제대회에 나가 우승 등 좋은 성적을 여러 차례 냈다. 하지만 반대로 통증이 심해져 정상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안세영이 정작 올림픽에서 정상 컨디션을 보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자 안세영이 직접 본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는 부상이다. 올림픽에 초점을 두고 통증에 적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에서 무릎 상태가 100% 회복되지 못했고, 80% 수준으로 경기를 뛰었다고 한다.
안세영은 2017년 12월, 만 15세 나이로 성인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며 ‘천재 소녀’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다음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2강에서 탈락해 눈물을 훔쳤다. 메달을 기대했던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도 8강에서 미끄러졌다. 그 이후 안세영은 세계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여자단식 ‘4대 천왕’ 수식어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천위페이 등 강적들을 쉽게 뛰어넘지 못했었다. ‘수비형’ 선수였던 안세영은 고된 레슬링 훈련 등을 자체하며 체력을 길렀고, 공격력도 장착해 전천후 선수로 거듭났다.
그에겐 지난해가 분기점이었다. 그동안 쉽게 이기지 못했던 라이벌들을 연달아 격파하기 시작했고, 세계선수권 등 주요 대회들을 휩쓸며 세계 랭킹 1위로 거듭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과 개인전 결승에서 모두 천위페이를 제압하고 2관왕에 오르며 독보적인 세계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부상까지 이겨내며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약속대로 올림픽을 ‘낭만 있게’ 끝냈다.
안세영은 이제 방수현을 넘는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전설이 됐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한 건 방수현도 이루지 못했던 일이다. 방수현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은 1993년 대회 은메달이다
2024.08.05. 19:53
파리=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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