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터널 식물공장 / 2018, 신비한 터널 속 식물공장
- 약 6,670㎡(2,020평) 규모의 이 식물공장에서는 쌈채소, 허브, 샐러드용 채소 등 친환경 인증을 받은 총 86종의 잎채소가 연간 400t씩 재배되고 있다. 생산량은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최대 170배 많은 수준이다.
- 옥천터널은 경부고속도로 중에서도 가장 험난한 코스로 악명높았던 이 구간은 육군 건설공병단까지 동원되어 하루 19시간의 강행군 끝에 개통일 이틀전에야 완공됐다고 합니다.
농업회사법인 넥스트온
거대한 제트엔진이 달린 문을 열고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터널 속의 공기가 이렇게 쾌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약 400m를 걸어 들어가니 보랏빛 조명 아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자라서인지 싱싱한 식물들이 꽃처럼 활짝 피어 있었다. 건물이나 컨테이너 안의 식물공장은 봤어도 터널 속의 식물공장은 처음이라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버려진 터널을 식물 재배에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버려진 터널이 스마트팜으로 변신하기까지
물과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공급해주면서 오염물질을 최소화해주는 자체 개발 양액 공급 시스템
지난해 CNN 취재진들이 충북 옥천의 한 터널을 찾았다. 더이상 터널로 사용되지 않는 곳에 첨단 식물공장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CNN은 세계 최초로 폐터널 속에 설치된 식물공장(vertical farm)을 소개하며, 수익을 내는 가장 큰 식물공장이라고 지난해 연말에 전 세계에 보도했다.
농업회사법인 넥스트온(대표 최재빈)이 옛 옥천터널에 조성한 터널 기반 식물공장은 CNN 이외에도 AP, 뉴욕타임즈, ABC뉴스 등 전 세계 30개국 60여 개 언론사에서 앞다퉈 소개했다.
넥스트온 최재빈 대표는 IT벤처 1세대로서 서울반도체에 대리로 입사해 사장으로 퇴임한 광반도체 전문가다. 이후 매출 150억 원의 중소기업에 들어가 1조 클럽에 입성시킨 주역이자, 누적 적자 400억 원이 넘는 포스코LED를 M&A하여 첫해부터 우량기업으로 재구조화해 20% 이상의 순이익을 낸 베테랑 경영인이기도 하다.
이 회사에 여전히 2대 주주로 남아 있는 최 대표가 넥스트온을 창업한 이유는 식물공장에 올인하기 위해서다. "세계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데, 토양을 기반으로 한 재배 환경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는 현실에서 유일한 대안은 식물공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IT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농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죠."
물과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공급해주면서 오염물질을 최소화해주는 자체 개발 양액 공급 시스템
식물공장은 식물의 성장에 적합한 LED 이외에도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하고 이산화탄소 농도와 온도, 습도를 맞추는 공조기술과 구조설계기술, 수경재배에 필요한 수처리기술, 실시간 제어 및 모니터링에 필요한 ICT 기술 등 식물을 재배하는 기술을 제외하면 반도체 공정기술이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는 기술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있었다.
◇문제는 '식물공장을 어디에 어떻게 만들 것인가'였다.
"식물공장의 경우 온습도 유지를 위한 공조기술이 가장 중요한데, 규모가 커지면 에너지 사용량이 엄청납니다. 대규모 식물공장장이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최 대표는 열을 흡수하되 외부로 잘 빼앗기지 않는 장소를 모색하던 중 터널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대한 열용량을 갖춘 열 저장소로서 터널은 냉각이나 가열 없이도 연평균 온도 15℃를 유지하기 때문에 쿨링 공조비용을 현격히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처음에는 경기도 양평 소재 폐기차터널에서 8개월간의 검증작업을 거쳐 식물공장을 짓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기차터널은 폭이 좁고 층고가 다소 낮았다. 최 대표는 곧바로 국내 100여 개의 폐터널을 찾아다니던 중, 2002년 경부고속도로가 폐쇄되면서 16년간 방치된 옥천턴터널을 발견했다.
◇LED기술 및 재배 시스템 자체 개발
1_자체개발한 양액시스템이 라인을 따라 물과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공급한다
2_식물공장으로 변신한 옥천터널
식물공장 구현 가능성은 분명했지만 터널을 식물공장으로 조성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폐터널 안에는 온갖 산업폐기물로 가득해 이것을 버리는 데만 트럭 수십대 분량을 실어 날라야 했다. 다 치우고 난 후에는 내부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시키는 데만 3개월 정도 걸렸다.
그 후 넥스트온의 옥천사업장은 무균지대로 탈바꿈하여 지금은 신선한 먹거리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약 6,670㎡(2,020평) 규모의 이 식물공장에서는 쌈채소, 허브, 샐러드용 채소 등 친환경 인증을 받은 총 86종의 잎채소가 연간 400t씩 재배되고 있다. 생산량은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최대 170배 많은 수준이다. 비결은 자체 개발한 LED기술과 재배기술에 있다.
먼저 광합성에 최적화된 파장을 만들어내는 고효율 LED기술을 자체 방식으로 구현하여 각 구간마다 직접 설계함으로써 원가절감을 실현했다. 또 식물공장의 경우 수직형으로 몇 단까지 설계할 수 있는지가 기술의 핵심인데, 넥스트온은 14단 구조의 양산 재배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이 양산 재배 시스템은 100% 순환식 수경재배로 이루어진다.
뿌리에 물과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공급해주면서 에너지 효율은 극대화하고 녹조 발생 및 오염물질(염소, 질산염)을 최소화한 양액 공급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14단으로 구성된 양산 재배 시스템에는 자체 개발한 자동화 시설이 있어 이동이 편리하고, 충진과 파종도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져 허리 숙여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최 대표는 "식물은 흙과 태양이 있는 자연환경에서 자라야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은 정서적인 편견"이라며 "광합성 발광 효율을 높인 인공광원이 식물 재배에 더 적합하고, 수경재배야말로 오염이 계속 축적되고 있는 토양보다 식물을 더 건강하게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넥스트온은 100% 수경재배를 통해 6無(무농약, 무제초제, 무GMO, 무중금속, 무해충, 무미세먼지)를 실현하고 있으며, 식감이나 향 등의 품질 면에서도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 무농약 인증을 완료한 86종의 채소류는 매일 수확하는 방식으로 국내 주요 대형 리테일 매장과 샐러드 전문매장, 친환경 농산물 전문매장 등에 공급되고 있다.
1_ 100% 수경재배로 크기의 편차 없이 고르게 자라고 있는 채소들
2_ 농업회사법인 넥스트온은 최근 저온작물로서 여름과 가을 재배가 불가능한 겨울딸기 연중 재배에 성공했다.
넥스트온은 현재 생산하고 있는 86종의 채소류 이외에 최근 겨울딸기 연중 재배에 성공했다. 딸기는 재배하기 가장 어려운 작물로, 일반 딸기 농장에서는 4월부터 11월까지 재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넥스트온은 일반 여름딸기 당도보다 2배 높고, 크기도 2~3배 큰 딸기 개발에 성공했다. 생산 리드타임도 일반 시설농가에 비해 최대 75일을 단축해 연간 10회 생산이 가능해짐으로써 글로벌 시장 공략도 가능하다.
넥스트온의 차별화된 식물 재배 기술력은 기능성 성분을 가진 천연물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성 천연물 소재를 개발 및 양상하고, 그 속의 항산화, 항염증 성분을 기능성 식품 및 화장품 원료로 개발하는 등 고부가가치 기능성 작물 재배에도 성공했다. 현재 대량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한편, 최 대표는 옥천사업장과 같은 스마트팜 시설이 이제는 점점 도심지역에 건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도시로 운송하는 시스템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도심형 스마트팜도 있다. 서울 지하철 남부터미널역 지하 유휴공간에 대형 스마트팜 플랫폼 조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남부터미널 어번 팜(URBAN FARM)'은 약 5,620㎡(1,700여 평) 규모로, 12년간 방치됐던 남부터미널 역사 지하 1, 2, 3층 복도형 상가에 조성된다.
넥스트온이 전문 재배사로 선정됐고, LG전자가 기획 및 인프라 구축을 맡았다. 남부터미널 어번 팜을 농산물 재배뿐 아니라 가공·유통·판매와 함께 창업지원이 이뤄지는 복합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터널 기반 식물공장을 건설해 수익형 스마트팜을 조성한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도심형 스마트팜을 구축해 D2C(Direct to Customer,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하고 판매자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것) 비즈니스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넥스트온은 지난 2018년 퍼스트 펭귄형 창업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미래 먹거리 8대 선도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팜 분야에서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며 혁신 성장을 주도하는 넥스트온에게 퍼스트 펭귄이라는 수식어는 무척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최재빈 대표가 말하는 혁신이란
'버려진 것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
옥천터널을 식물공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이 터널 개통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중에서도 가장 험난한 코스로 악명높았던 이 구간은 육군 건설공병단까지 동원되어 하루 19시간의 강행군 끝에 개통일 이틀전에야 완공됐다고 합니다.
그러는 동안 13회의 낙반사고가 있었고, 총 11명이 순직했습니다. 산업화의 동맥으로서 시대적 소임을 다했지만 슬픈 역사를 간직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장소가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다시 태어났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소멸해가는 유휴지가 첨단산업으로 다시 태어나 제 역할을 하는 것 자체가 혁신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속에서 고용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간 기업나라
2020.03.11. 11:37
글 최지희 기자, 사진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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