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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건강을 함께 섞은 비빔밥

Paul Ahn 2008. 2. 4. 13:02

⊙지혜와 건강을 함께 섞은 비빔밥

 

정성스레 지은 밥과 한 가지 한 가지 맛깔스런 나물이 어우러진 고급 비빔밥, 집에서 남은 밥과 반찬을 고추장에 썩썩 비빈 비빔밥. 두 가지 모두 섞어서 더 맛있는 우리네 음식 비빔밥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비빔밥은 이제 머지 않아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와 함께 세계의 식당가를 누빌 것으로 기대된다.

 

 

비빔밥의 종류는 많기도 하다.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

돌솥비빔밥,

산채비빔밥,

된장비빔밥,

열무비빔밥…. 재료에 따라 그 이름이 다양하다.

 

이렇듯 ‘비빔밥’은 어느 한 음식을 지칭하기보다 섞어 비벼먹는 우리의 음식문화로 자리해 왔다. 그 중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 안동 헛제삿밥 등은 지역의 특성과 특산물이 가미돼 유명음식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즐겨 먹으며 이제 보편적인 음식이 된 비빔밥은 일본에서 테이크 아웃 음식으로 개발돼 판매되는 등 건강식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도 했다.

 

최근 들어 외식업체들이 비빔밥의 메뉴개발과 조리표준화를 통한 상품화, 전문점의 프랜차이즈화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지역마다 향토음식으로 발전, 전주비빔밥이 명물로 꼽혀

 

비빔밥이 처음 문헌에 등장한 것은 1800년대 말엽의 시의전서(時議全書)로 이 문헌에는 나와 있다. 원래 골동반(骨同飯)이라 불렸는데 이는 ‘어지럽게 다 섞는다’는 뜻이다.

 

비빔밥의 유래는 여러 가지다. 조선시대 임금이 먹는 밥을 일컫는 수라에 흰수라, 팥수라, 오곡수라, 비빔 등 4가지가 있는데 비빔은 점심때나 종친이 입궐하였을 때 먹는 가벼운 식사였다는 ‘궁중음식설’이 있으며, 나라에 난리가 일어나 임금이 몽진하였을 때 수라상에 올릴 만한 음식이 없어 밥에 몇가지 나물을 비벼 올렸다는 ‘임금몽진 음식설’도 있다.

 

또 농번기에 구색 갖춘 상차림을 준비하기 어려워 그릇 하나에 여러 가지 음식을 섞어 먹었다는 ‘농번기 음식설’, 동학군이 그릇이 충분치 않아 그릇 하나에 이것저것 받아 비벼 먹었다는 ‘동학혁명설’, 제사를 지낸 후 제상에 놓은 제물을 빠짐없이 먹는데 산신제(山神祭하제(河祭)의 경우 식기를 충분히 가져갈 수 없어 그릇 하나에 제물을 받아 비벼 먹게 되었다는 ‘음복설’, 그리고 섣달 그믐날 새해 새날을 맞기 위해 여러 가지 새 음식을 장만하면서 묵은 해의 남은 음식을 없애기 위해 묵은 나물과 밥을 비벼 먹었다는 ‘묵은 음식 처리설’ 등이 있다.

 

결국 비빔밥은 여러 가지 나물을 비벼 먹는 것으로 각 지방마다 특산 농산물의 사용을 바탕으로 발전해 특히 전주, 진주 등에서 향토명물 음식이 되었다. 특히 전주비빔밥은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으로 꼽힐 만큼 유명하다.

 

전주비빔밥은 사골육수로 밥을 짓고 콩나물, 황포묵, 고추장, 쇠고기 육회(또는 쇠고기 볶음), 접장, 참기름을 주재료로 하며 콩나물국이 따라 나오는 데 비해 진주비빔밥은 숙주, 고사리, 도라지나물 등을 뽀얀 국물이 나도록 손으로 주물러 무치고 가늘게 썬 육회를 얹으며, 여기에 바지락을 곱게 다져 참기름으로 볶다 물을 붓고 끓인 보탕국을 끼얹는다.

 

살코기와 선지, 간, 천엽 등 내장으로 곤 국물에 무와 콩나물 등을 넣은 선짓국을 곁들이는 점도 다르다. 또 하나의 유명비빔밥인 안동 헛제삿밥은 갈색, 연노랑, 녹색 등 3색 나물을 갖추고 고등어나 상어 산적을 넣으며 고추장 대신 간장을 넣어 비비고 파, 마늘 같은 양념도 피하는 특징이 있다.

 

전주비빔밥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70년대 서울에 진출한 이후다.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서울이 거대 도시로 변해가면서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시내 중심가에는 이들을 주 고객으로 한 대중음식점이 발달하게 되었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안에 위치한 중앙회관에서 처음으로 비빔밥을 선보인 후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로 각광을 받으며 알려져 전국 각지로 전파되었다.

 

대를 이어 운영해 온 전주의 유명 업소들이 서울에 분점을 열기 시작해 80년대 초까지 비빔밥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누렸다. 이후 80년대 후반 들어 해외의 다양한 음식들에 밀려 인기가 주춤하게 되었다.

 

 

◇해외 수출 겨냥한 상품화 한창

 

최근 들어 외식기업들이 비빔밥의 프랜차이즈화를 도모해 주목된다.

지난해 CJ푸드빌이 해외진출을 겨냥해 ‘카페소반’을 열었으며, 올들어 본죽을 운영하는 BJIF가 비빔밥과 전 전문점인 ‘본 비빔밥’을 소개했고, 이조케터링이 현대화된 비빔밥 메뉴를 모토로 ‘비빔찬’을 오픈했다. 또 전주시 인증업체인 전주비빔밥(주)는 틈새(주)와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제휴를 맺고 체인사업에 돌입했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비빔밥 외에 갖가지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 다양화를 시도했으며, 분위기 역시 카페와 같은 현대화된 모습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말 거세게 불어닥친 퓨전열풍은 한식의 메뉴개발과 접대방식 및 매장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며, 비빔밥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 것.

 

그동안 비빔밥은 전주중앙회관, 고궁 등이 소수 점포를 통해 고급 비빔밥을 선보였으며, 일반 음식점이나 분식집 등에서는 별반 차별화된 음식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일부 업체들이 조리매뉴얼을 정립하고 테이크 아웃 용기를 적용해 패스트푸드형 비빔밥을 개발했으나 별반 성공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비빔밥을 프랜차이즈화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비빔밥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단점과 보통 한식이 한계에 부딪히는 표준화와 깊은 맛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저자인 정혜경 교수는 ‘비빔밥은 섞임의 미학을 가장 잘 나타내준 음식으로 함께 섞이고 무리 짓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특성을 닮았다’고 얘기한다.

 

앞으로 상품성 있는 메뉴 개발과 표준화 작업을 통해 우리의 전통음식 비빔밥이 단순히 한 가지 음식이 아닌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로서 세계로 나아가 일본의 초밥이나 이태리의 파스타와 같은 범세계적인 음식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글|한혜정 자유기고가 helj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