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옥 / 설렁탕, 족탕
• 위치 : 서울 중구 주교동 118-3
◇50여 년 세월이 情으로 무르녹은 곳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지만 오랜 세월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을 볼 때면 경외심마저 든다. 그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갔을까, 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었을까. 1952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한 길을 걷고 있는 설렁탕·족탕 전문점 「문화옥」은 50여 년 동안 ‘情’을 끓여 내고 있는 곳이다.
모두가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절, 이순자 대표의 시어머니가 종로5가에 「문화옥」이란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했다. 어느새 반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끓여낸 설렁탕이 모르긴 몰라도 문화옥 앞에 흐르고 있는 청계천 정도는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입이 쩍 벌어진다.
긴 역사와 솜씨에 비하면 유명세를 덜 탄 곳이란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순자 대표는 “그래도 우리집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아 감사하다”고 말한다.
3대에 걸쳐 영업을 해오다보니 단골손님들도 주인장과 함께 나이를 먹어 자신의 아들·딸이나 손자·손녀의 손을 잡고 오는 경우도 잦다고. 특히 몇몇 손님들은 주변에 볼일이 있어 올 때면 이 대표의 안부를 물으러 일부러 찾아오기도 있다고 하니 TV에 나와 잠깐 유명세를 타는 업소들이 부럽지 않다. 장사야 이익을 얻는 것이 첫째겠지만 이 대표는 “그보다 중요한 것은 손님들과 정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결같은 맛의 비결, ‘초심을 잃지 않는 것’
문화옥의 설렁탕은 국물이 맑고 진하며 잡내가 전혀 없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단골들은 이곳에서 설렁탕을 몇 번 맛보면 다른 집에서 먹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고. 맛의 비결은 우직스럽게 옛 방식을 고수하며 ‘정성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본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념은 과거 창업주인 이 대표의 시어머니께 물려받은 것으로,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았기에 오랜 세월동안 한결같은 맛을 내고 있다.
이곳의 대표메뉴인 설렁탕은 신선한 육질의 한우 양지와 사골을 엄선해 깨끗이 씻은 다음 반나절 정도 물에 담가 핏물과 잡내를 충분히 제거하고 24시간을 푹 고아낸다. 적절한 불 조절과 재료를 넣고 빼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50여 년 간 문화옥 특유의 맑고 진한 국물 맛을 내고 있다.
또한 설렁탕에 버금가는 인기메뉴인 우족탕은 선별된 우족을 물에 충분히 담가 핏물을 제거한 후 푹 삶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구수한 국물에 듬뿍 담아내 손님상에 내놓는다. 우족탕을 맛본 손님들은 다음날 아침이면 컨디션부터가 다르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설렁탕과 우족탕의 맛을 든든히 뒷받침 해주는 것이 바로 김치다. 새콤달콤한 김치는 이 대표가 시어머니께 전수받은 것으로 자신의 딸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그녀만의 공간에서 담그고 있다. 일주일에 담그는 김치가 배추 200~250포기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설렁탕을 한 숟가락 듬뿍 퍼, 맛깔스런 김치를 올려 먹으면 그 맛이 가히 환상이다.
그밖에 잘 삶은 차돌과 삼겹 양지를 썰어낸 모듬수육과 우족탕을 끓이면서 건져낸 우족수육 역시 단골고객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모든 메뉴는 인공조미료로 맛을 내기 보다는 재료 본연의 순수한 맛을 강조하고 있어 조미료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약간 싱겁게 느껴질 수 도 있지만 몇 번 맛을 보면 금세 열성팬이 돼버리고 만다.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기
‘음식점은 음식을 파는 곳이기 보다는 정을 나누는 곳이다’라는 말이 있다.
문화옥은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께 한달에 한번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고객에게 얻은 것을 고객에게 다시 베푼다는 마음에서 10년 전부터 시작하게 됐다.
설렁탕 한 그릇이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이 얻어가는 것은 단순히 한 끼의 식사라기보다는 한가득의 정이다. 정이 담긴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문을 닫는 그날까지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옥의 설렁탕이 더욱 푸짐해 보이는 것은 이처럼 주인장의 후덕한 인심 때문이다.
여름내 무더위로 지친 몸을 정으로 가득한 설렁탕 한 그릇으로 보신한다면 가을감기도 물러갈 것 같다.
사진|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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