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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 병천의 순대대장

Paul Ahn 2019. 3. 6. 08:25

김이수 / 한국의 순대대장

 

대표적인 서민 음식 중 하나인 순대. 그 특유의 맛과 모양 때문에 ‘마니아’ 이거나 아예 ‘먹지 않는’ 두 부류로 구분되는 순대는 돼지 내장에 여러 가지 재료를 잘게 썰어 혼합한 속을 넣어 만드는 과정이 미관상 딱히 아름답지는 않다.

 

 

 

그런 순대에 아낌없는 사랑과 정성을 쏟아 만드는 장인이 있다. 누군가 오랫 동안 순대를 만들어 온 장인이라고 월계관을 씌워준 것은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에서 겸손함과 성실함이 느껴질 뿐이다.

 

청명한 하늘 색이 유난히 돋보이던 어느 날, 발걸음을 재촉해 병천 순대 마을을 찾았다. “순대 대장은 누구?”라는 질문에 병천 순대로 50여 년 이상 자리잡고 있는 청화집, 충남집 등 자타공인 원조 병천순대집들 모두 “당연 김이수 대장이지”라며 입을 모은다. 근 18여 년간 순대 마을 일대의 순대를 손수 만들고 있는 장인이라 해서 순대대장이라 불린다고.

 

과거에는 순대를 파는 음식점 사장들이 손수 순대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순대를 만드는 전문가가 없어 거의 모든 음식점이 김이수 씨가 만든 순대를 사용하고 있다. 이 일대 사람들 모두가 “순대도 김치와 같아서 정성어린 손맛이 중요한데 순대 대장이 만든 순대가 바로 그렇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 순대대장 김이수 씨가 만든 순대 맛은 바로 어머니 맛

 

순대 마을의 한 골목에서 순대 삶는 냄새가 고소하고 진하게 풍겨 ‘올커니 여기구나!’라며 냄새를 좇아가보니 빠른 손놀림으로 순대를 만들고 계시는 어머니들이 보였다. 딱 보아도 한두 해 단련한 기술(?)은 아닌 듯 했다.

 

‘대장~ 며느리 왔나베’하며 어느 한 분이 재치 있는 농을 걸던 차에 환한 미소로 반겨 주는 순대대장 김이수 씨를 만났다. “서울서 오기 힘들었겠어요. 순대 만드느라 좀 정신 없어도 이해하고”하며 살갑게 인사를 건내는 그녀는 어머니처럼 포근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이 풍겼다.

 

눈을 감고도 척척 순대를 만드는 노련함이 느껴지는 김이수 씨의 순대 만들기 작업은 아침 7시부터 시작된다. 허리를 펼 시간도 없이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다 보면 이곳저곳 몸 성할 곳이 없을 텐데도 순대를 만들 때 만큼은 힘든 기색이 전혀 없다.

 

“명절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순대를 만들어요. 순대집마다 수십~수백 킬로그램씩 주문을 하는데 그 순대집들이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만들어 놔야 하니 새벽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해요. 순대 속에 들어갈 재료를 다듬고 소장 속에 넣은 뒤, 삶고 식히고 담아놓는 과정이 오후 4시까지 이어지지요. 힘들다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힘들어지지만 내 일이고 그 만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힘이 나더라구요.”

 

 

모두들 반기지 않는 순대 만들기,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순대 대장

 

순대를 만드는 과정은 꽤 어렵다. 그리고 고되다. 하루 9시간을 순대 삶는 냄새와 함께 하다 보면 온 몸에 순대 냄새가 배기도 하고 연한 돼지 소장에 일정하고 알맞은 굵기로 속을 담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혹의 나이 때부터 순대를 만들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약 18년 정도네요. 그 전엔 농사일만 했었는데 겨울철에 일거리가 없을 적엔 순대집에 일손으로 갔었죠. 그게 순대를 처음 만든 계기가 되어 어느새 이 지역 순대 제조를 도맡아 하게 되었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 순대 만드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는 김이수 씨는 젊은 사람들이 순대 만드는 일을 선호하지 않아, 앞으로 차기 순대 대장이 될 사람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순대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는 김이수 씨의 모습이 가히 순대대장이라 불릴 만하다.

 

“병천순대는 평안도식과는 달리 대장 대신 소장으로 만들지. 가늘고 육질이 부드럽기 때문에 감칠맛이 좋거든. 배추, 찹쌀, 마늘, 파, 당면, 들깨 등 20여 가지 재료로 속을 만드는데 보기에는 이래도 감칠맛이 아주 좋아요.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엔 뜨끈한 순대국밥이 최고 아니겠어요? ”

 

사진 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