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집 / 순대국밥
• 위치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병천리 167-6
◇ 그립던 옛날, 어머니의 정성을 담고 있는 곳
천안시 병천군의 명물이라 하면 단연 ‘병천 순대’다. 과거 장날에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로 순대국밥을 만들어 팔 던 것이 지금은 병천 순대 골목을 형성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 70여 년간 한 곳을 지켜온 청화집
지금은 어느 업소나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고 병천 순대를 팔고 있지만 5일장이 서던 7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두 세 군데 정도다. 그 중에서도 세월만큼이나 전통 있는 병천순대집하면 바로 「청화집」이다.
3대(1대 김일분 할머니, 2대 송무자 할머니, 3대 이경란 대표)에 걸쳐 70여 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청화집은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는 장인의 고집스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직접 만들어 내는 순대는 서울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손맛과 정성이 깃들어있다. 청화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수 십년이 흘렀지만 변함 없는 맛이 꼭 어머니가 해주신 맛과 같다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지난 2000년에는 70여 년간 지역 특색 음식을 계승해 온 공로로 충청남도로부터 ‘전통문화가정 인증서’를 수여받기도 했다.
청화집은 1930년대 장터에서 시작됐다. 이 때만 해도 딱히 식당이라기보다는 농사일을 하다 장이 서는 날에만 순대를 만들어 국밥을 파는 장터국밥집이었다.
장날이면 시장에 북적이던 서민들에게 가벼운 주머니로 배부른 음식을 대신할 수 있는 곳이었다. 기름진 육식은 양반이나 접할 수 있던 시대였기 때문에 순대국밥은 고기를 대신할 수 있는 보양식과 다름없었다.
간판을 걸고 테이블을 놓는 등 식당 형태를 갖춘 것은 1968년부터다. 이처럼 식당으로서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는 순대국밥이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메뉴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청화집에서 손수 만든 순대 고유의 손맛과 정성이 시도 때도 없이 국밥을 달라는 손님들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청화집은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가며 옛 맛 그대로 간직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푸짐한 양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건장한 청년들도 접시 한 가득 담겨 나오는 순대를 보며 배를 두드리며 감탄할 정도다.
최근에는 1호선 국철이 천안까지 개통되면서 청화집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도 일부러 병천순대 본연의 맛을 보기 위해 1시간이 넘도록 국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면서 이 곳 청화집을 찾는다. 20여 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청화집 순대를 꼭 맛봐야 한다는 단골손님도 많다.
◇ 그립던 옛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창 대신 소창을 사용해 만든 청화집의 순대는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아 깔끔하다. 소창에 양배추, 대파, 생강, 양파, 피망 등 갖은 야채가 들어가 당면으로 채워진 순대보다 맛이 풍부하고 씹는 맛이 좋다. 양도 순대 한 접시를 시키면 보통 두 사람이 먹어도 될 만큼 푸짐하다.
직접 순대를 만들던 옛날 방식 그대로 지금도 일주일에 2, 3일은 꼬박 순대를 만든다. 이러한 정성과 손맛이 오늘의 청화집을 만드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순대국밥은 돼지 사골 국물을 사용해 담백하다. 국물의 깔끔한 맛을 살리기 위해 잡뼈는 일절 넣지 않고 다리뼈만을 고집한다.
또한 처음 12시간 삶아낸 육수는 첫물을 모두 버리고 다시금 삶은 것을 사용해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낸다. 여기에 들깨가루의 고소한 향과 함께 순대를 푸짐하게 담아낸다. 소박한 국밥 한 그릇이지만 국밥에 밥 한 그릇 말아넣고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노라면, 그 시절 장날 북적대는 장터 사람들의 북적대는 발걸음과 정겨움이 전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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