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더화톈카오러우지(聚德華天烤肉季) / 즈쯔카오러우의 원류 식당
‘불판 지름이 1m’ 베이징 전통 양불고기 즈쯔카오러우
만약 베이징(北京)에서 ‘우츠(武吃)’라는 말을 아는 사람을 만난다면 십중팔구 대대로 베이징에서 살아온 라오베이징런(老北京人, 베이징 토박이)일 것이다. 베이징에는 많은 전통 음식이 있고, 오래된 노포인 라오쯔하오(老字号,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 브랜드)도 많다. 베이징 요리는 ‘징차이(京菜)’라고 불리는데 요리계에서는 그렇게까지 인정을 받는 축에 속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렇다 하게 내세울 만한 음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소리다.
물론 불세출의 베이징덕이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고 있지만, 가정식 요리들을 빼면 언뜻 떠오르는 베이징 요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마치 서울에 많은 음식이 있지만, 정작 정통 서울 음식이 크게 이름을 떨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격이다. 베이징덕만큼 베이징을 대표할 만한 음식을 하나 더 꼽으라면 베이징식 양불고기인 즈쯔카오러우(炙子烤肉)가 아닐까 싶다.
‘우츠’와 즈쯔카오러우
앞서 언급한 ‘우츠’가 바로 즈쯔카오러우와 연관이 깊은 말이다. ‘우츠’란 말은 큰 무쇠 불판을 가운데 두고 둘러서서 양불고기를 먹는 베이징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한 표현이다. 한자로 ‘무(武)’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뭔가 강렬한 모양새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요샛말로 하면 ‘힙하다’ 또는 ‘스웩 넘치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우츠는 풀어쓰면 이런 뜻이다.
“후끈후끈 달아오른 불판 옆에 흰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 가며 긴 나무젓가락으로 양고기를 구워 한 입 몰아넣는 모양새”, 가장 중요한 것은 불판이 놓인 원탁 아래 있는 기다란 의자에 다리 한 짝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 즈쯔카오러우를 먹는 시원시원한 이런 모습을 가리켜 ‘우츠’라고 한다. ‘우츠’와 대칭되는 표현으로는 ‘원츠(文吃)’가 있는데 문화적 소양을 갖추고 기품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가리킨다.
역사가 있는 맛
즈쯔카오러우는 북방 유목민들이 양고기를 구워 먹는 음식문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즈쯔카오러우는 몽골족이 대륙을 지배하던 원(元)나라 시기부터 시작해 명(明), 청(淸)대를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지름 1m에 달하는 불판에서 이미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즈쯔카오러우는 근본 자체는 불고기라는 간단한 음식이다.
현재 사용하는 대형 불판은 중국의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웠던 청나라 시대인 1848년에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그런데 즈쯔카오러우의 원류 식당인 ‘쥐더화톈카오러우지(聚德華天烤肉季)’는 무슬림, 그러니까 후이(回)족 식당이다. 베이징 전통 음식이라더니 웬 후이족이란 말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베이징에 있는 많은 맛집이 전통있는 후이족 음식점이다.
이를 알려면 역사적 지식이 조금 필요하다. 한족이 아닌 몽골족이 다스리던 원나라나 만(满)족의 청나라는 모두 색목인을 비롯한 이민족 우대 정책을 폈다. 여기서 말한 색목인은 눈동자 색이 푸른 후이족을 가리킨다. 이때 많은 후이족 음식점들이 베이징 자금성 인근에 자리를 잡았고, 원나라가 멸망한 뒤에도 명맥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쥐더화톈카오러우지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즈쯔카오러우라는 요리 자체가 북방 유목민의 음식이 변형된 것이니 한족 식당인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할 수도 있다. 즈쯔카오러우를 예전 모습 그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집을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즈쯔’라 불리는 이 대형 불판이 베이징 전역 중 이곳에만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청나라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 방식의 즈쯔카오러우를 고수하고 있다. 정통 즈쯔카오러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이 식당 안에서도 딱 한 곳뿐이다. 즈쯔에서 카오러우를 먹으려면 여러 내실 중에서 ‘원차오팅(問橋廳)’을 예약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즈쯔가 있는 별도의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다.
전통 즈쯔카오러우를 먹을 때는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기를 구울 때 반드시 ‘육도목(六道木)’ 젓가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육도목은 한국어로 ‘이팝나무’라고 부른다. 육도목은 가지를 잘랐을 때 6개의 각이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나무가 단단하고, 불에 강한 특성이 있어 직화를 하는 즈쯔카오러우에 안성맞춤인 식기다. 이 육도목은 북송(北宋) 시기 여걸로 불리는 목계영(穆桂英)이 무기로 만들어 사용했을 정도로 내구성이 강하다.
신선이 부럽지 않은 맛
양불고기인 즈쯔카오러우에는 머리와 목 사이 부위, 뒷다릿살 등 양의 최고급 부위만 사용한다. 조리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간장 양념에 파, 고수를 넣어 양고기 양념을 만든다. 조리가 끝나면 그냥 먹기도 하고, 그 위에 비둘기 알을 깨뜨려 밥공기를 덮어뒀다가 반숙이 되면 먹기도 한다. 화력이 강한 소나무 숯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기가 강하고, 얇은 양고기를 사용해 전체 조리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이 식당의 또 다른 매력은 자금성 인근 스차하이(什刹海)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봄에 이곳에 오면 봄꽃과 잔잔한 스차하이를 바라보며 즈쯔카오러우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진 맛집답게 즈쯔카오러우 외의 다른 음식도 꽤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깐쇼새우와 비슷한 자펑샤(炸烹蝦)와 치킨 맛이 나는 양고기 튀김은 다른 어떤 곳보다 맛이 좋다.
즈쯔카오러우는 여름에는 숯을 이용하는 조리 방법 때문에 먹기가 곤혹스러울 수 있다. 큰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양고기를 정신없이 먹다 보면 방 안 공기가 후끈 달아올라 어깨에 걸친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내야 한다.
대신 겨울에는 식당 3층에 있는 원차오팅에서 눈이 내려앉은 후퉁(胡同, 베이징의 구 성내를 중심으로 산재한 좁은 골목길)을 내려다볼 수 있다. 불판에서 나오는 훈훈한 온기를 쬐면서 카오러우를 한입 가득 물면 신선 부럽지 않은 맛과 운치를 느낄 수 있다.
2021-05-10
글|김진방(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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