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금광, 풍부했던 매장량의 비밀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현재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 하나가 있으니, 바로 한반도가 한때 주요 금 산출국이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에는 평안북도 운산 금광과 대유동 금광 등의 5000개가 넘는 금광이 있었고, 금 채굴량은 1939년 31t에 이르렀다.
왜 한반도에는 이렇게 많은 금이 매장되어 있었을까? 그 답은 한반도의 지질학적 구조와 역사에 있다.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 한반도는 거대한 조산운동과 화강암 마그마의 관입이라는 극적인 지질학적 사건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열수 활동이 한반도 전역에 금광을 만들어냈다. 한반도가 어떻게 '황금의 땅'이 될 수 있었는지 그 지질학적 비밀을 파헤쳐 본다.
◇한반도 금광의 역사
한반도는 금광구를 갖지 않은 군이 별로 없을 정도로 금광이 전국에 걸쳐 넓게 분포했을 만큼 금이 풍부한 지역이었다. 역사적으로 신라는 금맥이 땅 위로 노출되어 생기는 사금이 풍부했고 고려 말에는 원나라가 고려를 산금국이라 부르며 금을 수탈했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에 매년 황금 150냥, 백은 700냥을 공물로 바쳐야 했던 부담 때문에 금은이 안 난다고 주장하며 광산 개발을 제한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금광 개발은 대한제국 시기 열강들이 자원을 수탈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1895년 을미개혁 이후 광업 허가제가 도입되면서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외국 자본이 한반도 금광 개발에 뛰어들었다. 특히 미국 자본이 운산 금광 채굴권을 획득하면서 근대적 채굴 기술이 도입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한반도의 금광 개발이 정점에 달했다. 1930년대 5000개가 넘었던 금광과 김유정의 소설 <금따는 콩밭>, 채만식의 소설 <금의 정열> 등은 당시 한반도의 골드러시 열풍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금광으로 몰려들었고, 금광촌은 일시적 번영을 누렸다. 광복 이후에도 70년대 무렵까지 금 채굴은 계속되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금광이 채산성이 떨어져 폐광되었다.
◇금광의 형성 과정
금광의 형성을 말하기 전 금(Au)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알아보자. 금은 지구 내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없는 원소다. 금은 별의 핵융합으로도 만들어지지 않으며,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 충돌과 같은 고에너지 현상에서 중성자 포획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금은 다른 원소들과 함께 입자로 떠돌아다니다 지구 형성 초기에 중력적 작용으로 물질을 끌어당기는 과정인 강착에 의해 지구 내부에 포함되고, 핵-맨틀 분화의 과정에서 철과 함께 대부분은 내핵으로 가라앉는다. 지구 전체 금 매장량의 99%는 핵에 있고 맨틀에도 고작 1ppb³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이 지하 깊은 곳에 고르게 퍼져 있기만 하다면 인류가 오랜 인류 역사동안 금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심부로 가라앉아 지구 내부에 비교적 균일하게 분포하는 광물 원소를 지각으로 끌어올리고 한 곳에 집중시켜 광상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열수다. 열수는 마그마가 상승하며 압력이 낮아져 방출되기도 하고 지하의 유체가 지열, 마그마 관입 등에 의해 고온의 열수가 되기도 한다. 마그마에서 방출되는 열수는 마그마로부터, 가열된 열수는 암석으로부터 안에 녹아있던 금속 물질들을 얻는다. 전자의 열수광상을 고온의 마그마-열수 광상, 후자의 열수광상을 저온의 열수 광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온의 마그마-열수 광상에서 마그마에서 용출되는 열수 속 여러 금속 광물들 중 특히 금이 집중되는 금 광상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황화물이다. 금은 마그마에서 황화물과 쉽게 결합하기 때문에 마그마가 식으면서 황화물이 너무 빠르게 포화되면 금이 황화물에 갇혀 바닥으로 가라앉아 열수에 금을 공급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황화물이 포화되지 않으면 금은 마그마에 더 많이 농축되고 많은 양이 유체로 전달될 수 있다. 저온의 열수 광상에서는 온도, 압력, 산화환원도, pH 변화, 천부와의 물 교환 등이 금의 농도에 영향을 준다. 고압에서 마그마 속 물질의 용해도가 높기 때문에 고압 환경에서 천천히 식었다면 내부에 금이 더 많이 포함될 수 있다. 마그마수가 상승한 후 지표기원의 천수와 혼합되면 열수의 온도, 압력, 산화환원도, pH가 변화되며 용해되어있던 금이 침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한반도의 금 광상들은 대부분 저온의 열수 광상에 해당한다.
◇한반도의 지질학적 구조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금광의 형성을 유도할 수 있는 지각 변동을 겪었다. 한반도의 기반암은 선캄브리아기에 고온고압 변성작용을 겪은 암석들로 이루어진 ‘경기육괴’와 ‘영남 육괴’다. 이 위로 옥천 지역과 태백산 지역에 퇴적물이 쌓였고, 쥐라기 시대에 심부에서 상승한 마그마에 의해 대규모 화성암체가 관입하는 대보 조산 운동을 겪었다. 한반도 지역 전반에 영향을 준 대보 조산운동 이후 백악기 시대에는 경상, 전남 지역에 대규모 분지가 형성되고 불국사 조산운동으로 불국사 화강암이 관입되었다.
이러한 조산운동과 화강암 마그마의 관입은 한반도에 대규모 열수 활동을 유발했고 열수가 이동할 수 있는 단층을 형성하여 한반도의 수많은 금맥 광산들을 만들어냈다. 1933년의 잡지 『삼천리』에 따르면 한반도의 유망한 큰 금광들은 평안북도, 황해도,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강원도 등 거의 전국 전역에 위치해 있었다. 그 중 한반도의 대표적인 3대 금광을 꼽자면 평안북도 운산 광산과 대유동 광산, 전라남도 광양 광산이 있었다.
한반도의 금광 지도

미표기는 금 함유한 광석 기준
금속기준이라 표기된 건 금만 따졌을 때 기준
평안북도의 운산 광산은 광구가 352㎢ 규모인 우리나라 제1의 금광산으로, 크기가 매우 커서 광량이 풍부했다. 남한 지역에 있는 전라남도 광양의 광양 광산은 선캄브리아기의 편마암에 금, 은을 품은 석영맥이 관입하여 만들어진 대광산이었다. 운산 광산은 쥐라기 대보 조산운동의 영향을 받았고 광양 광산은 백악기 불국사 화성활동의 영향을 받았다. 대보 조산운동의 영향을 받은 열수충진형 맥상광상은 금 비중이 높지만 황화물은 극소량인 광상이 되고 불국사 화성활동의 영향을 받은 천부 관입암체 기원의 금속 광상은 금보다 은의 비중이 높으며, 다양한 황화광물이 산출된다. 실제로 광양 광산에서는 은도 많이 생산되었다. 대보 화성암체는 불국사 화강암류보다 상대적으로 고온과 고압에서 만들어졌고 천부의 물의 유입도 차단되었기 때문에 금 농도가 더 높은 광상을 만들게 되었다.
한반도의 금광상은 중생대 조산운동이라는 거대한 지질학적 사건과 화강암 마그마의 관입, 그리고 이에 수반된 열수 활동이라는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반도가 한때 세계 최대 금 산출국이었다는 사실은 지질학이 과거의 역사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자원의 분포와 형성 이해에 중요한 학문임을 보여준다.
2026.01.26
자연대 홍보기자단 7기 | 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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