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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중동 전쟁 장기화에 韓경제 흔들

Paul Ahn 2026. 3. 22. 14:03

⊙중동 전쟁 장기화에 韓경제 흔들

시사저널e

 

중동 리스크에 금리 인하 기대 꺾여···인상 가능성 부상

정부전쟁추경검토···재정·통화 정책 공조 시험대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와 환율, 금리까지 동시에 흔들리는복합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변수까지 겹치면서 국내 물가와 수출, 내수 전반에 부담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금리 인하 기대 꺾이고 인상 전망

 

금융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도 바뀌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상승 가능성을 언급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시장에서 확산되던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약해지고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물가와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욱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 기준금리가 연말 3.00%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효성 블룸버그 경제 분석가는유가 108달러 이상과 원달러 환율 1500원대 상황에서 한은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시장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410%까지 상승하며 시중금리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수출보다 먼저 흔들리는 무역수지

 

중동발 충격은 수출보다 무역수지에 먼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수출은 일정 기간 유지되더라도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구조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을 때 한국 수출은 한동안 증가세를 유지했다. 전쟁 직후인 2022 3월 수출은 634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도 100억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는 곧바로 적자로 전환됐다.

 

당시 3월 에너지 수입액은 161억달러로 한 달 사이 큰 폭으로 늘었고, 결국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되자 수입 증가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수출 증가율도 둔화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 결과 2022년 연간 무역수지는 478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단기적으로는 수출이 유지되더라도 에너지 수입 증가로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비용 상승이 겹치면 수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현재까지 수출 흐름은 견조한 편이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은 215억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도 21억달러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지역 수출 비중이 전체의 2~3% 수준이어서 전쟁 당사국과의 교역 감소가 전체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다. 해협이 막히면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운송 기간이 약 15일 늘어나고 물류비 부담도 커진다. 여기에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70% 이상이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에너지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일부 산업용 가스와 석유화학 원료 공급망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물가·고금리 겹치면 내수 타격

 

국내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상승하면 가계 이자 부담이 늘고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가계부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최근까지 소비 회복을 중심으로 내수 회복 흐름을 진단해 왔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내수 회복세가 다시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기관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이 0%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정부전쟁추경검토정책 공조 필요

 

정부는 재정과 물가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복합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여당과 정부는 최대 2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 중이며, 주요 민생 품목 가격과 유통 구조 점검도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돼지고기와 밀가루 등 생활 밀접 품목 가격 담합 행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단일 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복합 위기로 보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교수는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여러 방면에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져 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재정정책이 경기 회복을 떠받치는 보일러 역할을 하고, 통화정책이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에어컨 역할을 하는 정책 공조가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상승과 재정 확대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정책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리 상승으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재정 확대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게 된다며,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더라도 민간 수요 위축으로 전체 경제 성장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중동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될 경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이란 전쟁의 지속 기간과 유가 흐름이 향후 한국 경제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6.03.22 11:52

장민영 기자 jmy105@sisajourn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