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치솟는 금값...'도시광산'으로 금 재활용 늘려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13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4월물 금 선물은 온스(1트로이온스=31.1035g)당 2945.4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 금 현물가격은 지난 11일 온스당 2942.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 가격이 치솟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에 대해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은 경제적·정치적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간주된다.

금에 대한 인기는 국내에서도 나타난다.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월 1~13일 골드바 판매액은 총 406억34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동기 판매액의 3배, 전년 동기 판매액의 20배에 달하는 유례 없는 규모다. 덩달아 국내 금 시세도 1돈(3.75g) 당 60만원을 넘어 1년 새 거의 2배로 올랐다.
하지만, 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 2008년 3월 온스 당 1000달러를, 2023년 4월 2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금의 수요는 늘고 있고, 기본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金, 우주의 별이 오래전에 보내온 선물
원소주기율표에서 79번째 원소인 금(원자기호 Au)은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원소가 아니라 우주에서 극단적인 천문학적 사건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금이 생성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엄청나다. 금은 일반적인 별의 핵융합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 충돌 같은 과정에서 생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금이 45억 년 전 지구가 처음 형성될 때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금은 우주 별의 선물인 셈이다. 그래서 희소할 수밖에 없다. 지각 깊숙한 곳에 존재하던 금은 수백만~수억 년에 걸쳐 지표면으로 올라온다. 마그마에 포함된 금이 지표 가까운 곳으로 분출하기도 하고, 열수작용으로 이동해 광맥을 형성한다. 침식과 퇴적 작용으로 하천이나 토양에 쌓여 사람들이 채굴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금은 연성이 있고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에 좋은 금속 가공 재료다. 금의 원자기호 Au는 라틴어 ‘Aurum’에서 유래했다. Aurum은 빛나는 새벽, 황금을 뜻한다. 금의 녹는점은 1064.18℃, 끓는점은 2850℃이다.
◇2024년 전 세계 금 공급량 4974톤
세계 금 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금 공급량은 모두 4974톤으로,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003.5톤이 장신구 제작에 투입됐고, 산업 분야에는 326.1톤이 사용됐다. 장신구나 치과 재료 등에 사용된 금은 2023년에 비해 줄었으나, 전자산업의 경우 소비가 전년보다 9%나 늘었다. 지난해 골드바나 코인 같은 투자에 들어간 금은 1179.5톤으로 2023년보다 25%나 증가했다. 이밖에 각국 중앙은행 등이 사들인 양이 1044.6톤, 장외거래가 420.7톤 등이었다.
◇금 채굴량 작년 0.47% 늘어나는 데 그쳐
금의 수요는 계속 늘지만, 금 생산량은 점점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 매장량이 한정돼 있다. 금은 지구상에 한정된 자원이고, 새로운 금광을 발견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금을 채굴하는 비용(노동력, 장비, 환경규제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공급이 크게 늘어나지 못한다. 이런 탓에 중국·호주·러시아 등 주요 금 생산국의 채굴량이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전 세계 금 생산량은 금 시세가 온스 당 1000달러를 돌파한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급성장을 했으나, 이후 정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금 공급량 4974톤 가운데 광산에서 공급한 양이 3661.2톤으로 2023년의 3644.1톤보다 0.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나머지 1370톤(전체 공급의 27.5%)은 재활용한 양이다. 높은 금 시세 때문에 재활용으로 공급한 금의 양은 2023년보다 11%가 늘었다.
◇금 가격은 앞으로도 꾸준히 상승할 듯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8~2011년은 안전자산 수요 증가로 인해 급등기가 나타났고, 2012~2015년에는 글로벌 경제 회복 기대감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하락기가 나타났다. 2016~2019년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면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고, 2020~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급등기가 나타났다.
2022년 이후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금값이 하락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다시 상승했고, 여기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과거 데이터를 봐도 금 가격은 수십 년 동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인구 대국인 중국이나 인도 등의 경제발전, 소득증가로 금에 대한 수요나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원인 중의 하나다. 앞으로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오르거나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금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추세로 보면 금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속가능한 금 공급 생각할 때
이제 치솟는 금 수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금 공급을 생각해야 할 때다. 금 가격이 치솟으면 지금까지 개발을 보류했던 광산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그만큼 환경파괴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에 채굴돼 유통된 금의 재활용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도 금 수요의 4분의 1 이상이 재활용을 통해 공급된다. 전기전자제품 등에 포함돼 있는 금을 추출하는 과정을 ‘도시 광산(urban mining)’이라고 한다. 재활용 공정은 수은을 사용하지 않으며, 광산에서 직접 채굴된 금과 비교할 때 물 발자국과 탄소발자국은 1% 미만이다.

지난 202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최재우·정경원 박사팀이 금 회수 공정에 쓰이는 저비용, 고효율 캠슐형 소재를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금 이온을 캡슐 내부에 가둬 회수하기 때문에 금 회수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99.9%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재활용이 제대로 기능한다면 산업적 수요(주로 치과 및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양만큼은 당장 모든 금 채굴이 중단돼도 수백 년 동안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리한 금 채굴을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장신구에 대한 금 수요는 쉽게 줄지 않겠지만, 훨씬 저렴하면서도 내구성은 더 뛰어난 금 합금으로 수요가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투자를 위해 금을 계속 채굴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더 채굴하지 않더라도 매매는 계속될 것이고 금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을 더 매입하려는 중앙은행과 새로 투자에 뛰어들려는 개인 투자자들은 반발할 수도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기존 금 주식을 활용할 수도 있고, 다른 안정적인 자산으로 다각화할 수도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금 채굴로 훼손된 개발도상국의 삼림을 복원하기 위해, 오염된 물과 토양을 정화하기 위한 국제적인 관심과 노력이 시급하다. 금광 채굴 과정에서 무너진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금 채굴은 많은 국가에서는 갈등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현재도 많은 국가에서 불법 금 거래를 막고, 공정한 채굴과 거래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2025.02.20 13:00
강찬수 기자 envirep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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