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 해 달릴 자산, "원자재와 주식"
석학·전문가 12인 인터뷰...
'AI 버블론' 관련해선 첨예하게 의견 갈려
2026년 새해를 맞아 똘똘한 투자로 한몫 잡아보고 싶다는 투자자들이 적잖다. 하지만 막상 주식시장에 나서려니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급등을 둘러싼 ‘버블 논란’이 끊이지 않아 선뜻 목돈을 넣기엔 망설여진다. 금값도 이미 상당 폭 오른 상태여서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지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때 열풍이 일던 가상 화폐 시장 역시 변동성이 여전한 데다, 일각에서는 다시 ‘크립토 겨울’을 거론하며 투자 심리가 쉽게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여전히 자산 가격의 등락 폭을 키울 변수들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피아를 가리지 않는 ‘관세 전쟁’으로 각국의 각자도생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고, 미 연준의 양적 긴축 종료 선언과 AI 과열·버블 논란은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며 시장을 ‘시계 제로’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의 파고는 새해에도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는 5월 차기 연준 의장 선출과 11월 미국 중간선거(상·하원 의원 선출) 등 굵직한 정치·경제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올해 달력은 이미 각종 변수로 빼곡하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자산을 선택해야 할까. 세계 경제 분야의 석학과 글로벌 투자기관의 이코노미스트·투자 책임자 12명에게 2026년 글로벌 자산 시장의 향방을 물었다.
◇전문가 12명이 주목한 유망 자산은
전문가 12명은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자산으로 ‘주식’(5명)과 ‘금·은 등 원자재’(5명)를 1순위로 꼽았다.
@먼저 글로벌 증권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교적 우호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 관련 글로벌 우량주가 여전히 시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강세를 보인 금과 은, 백금, 구리 등 원자재 역시 올해도 주목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러스 몰드 AJ벨 투자책임자는 “원자재는 거의 20년 동안 주식 대비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왔다”며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공급이 제한적인 ‘실물 자산’에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현금이나 국채보다 실물 자산이 선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헤지 수단이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다.
@부동산(2명)과 우량 채권(2명)도 새해 유망 자산으로 지목됐다. 로고프 교수는 “부동산은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경우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헤펠레 CIO는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 둔화로 국채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량 채권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첨예하게 나뉜 ‘AI 버블’ 논쟁
증권 시장 전반에 대한 낙관론 속에서도, AI 빅테크 랠리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시각은 팽팽하게 갈렸다. 우선 지난해 급등한 AI 관련주가 이미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프레데릭 에릭손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 소장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국면에서 주식만큼 매력적인 자산도 드물다”면서도 “미국 AI 관련 종목들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으며, 조정 시점이 이미 늦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크 잰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AI의 빠른 확산과 기업 수익성 개선 기대가 주가에 과도하게 선반영되면서, 현재 밸류에이션은 거품에 가깝게 높아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몰드 투자책임자도 “이론적으로 금리 인하는 테크나 바이오처럼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자산에 유리하지만, 테크 섹터의 가격이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금 조달 구조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클라우드·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투자 회수 시점을 둘러싼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지난 2년간 투자자들이 유행에 편승하면서 투기적 거품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가 펀더멘털(기초 체력)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반면 AI 빅테크 랠리가 곧 끝나거나 급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에 거리를 두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로고프 교수는 “향후 몇 년 안에 증시 조정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닷컴 버블 역시 훨씬 더 상승한 뒤에야 붕괴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변동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간일 뿐 매도 적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경우) 큰 폭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AI 빅테크 랠리가 이미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예 ‘AI 버블론’ 자체를 일축하는 의견도 나왔다.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더 고도화된 AI에는 방대한 양의 정교한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은 앞으로도 막대한 규모의 칩을 계속 사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AI 기업들의 수익화 속도가 막대한 자본 지출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신기술이 초기 확산 단계에서 흔히 겪는 과정이라 랠리를 꺾을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헤펠레 CIO는 “신기술은 초기에는 낮은 가격으로 확산되다가 이용자 의존도가 높아진 이후에야 본격적인 가격 결정력을 갖는다”며 “(챗GPT 같은) AI 챗봇 수요를 넘어, 지식 노동을 대체하는 ‘에이전트 AI’와 로봇·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 영역에서도 새로운 수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화폐, 우상향 할까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산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이후 고점 대비 약 30%를 반납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4년마다 찾아오는 반감기(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 이후에는 늘 강한 상승장이 뒤따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아직 뚜렷한 반등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새해 포트폴리오에서 가상화폐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은 전문가들 가운데 프랑켈 교수는 가상화폐를 올해 가장 취약할 자산으로 꼽았다. 그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가치를 떠받치는 경제적 펀더멘털은 주로 법망 회피나 불법적 용도에 활용되는 데서 비롯된다”며 “많은 투자자가 레버리지를 활용해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가 당분간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나왔다. 퀄치 전 학장은 “기관 투자자의 관심은 분명 늘었지만, 여전히 핵심 자산이라기보다는 변동성이 큰 ‘위성(보조) 포트폴리오’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헤펠레 CIO도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극심하고 과거 데이터가 짧아 예측이 어렵다”며 “장기적인 잠재력을 믿는다면 포트폴리오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비중만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존 롱고 럿거스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가치 평가가 어렵기로 유명하지만, 향후 몇 년간 더 많은 기관 플랫폼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 추세는 상승 쪽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 역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지지 정책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투자 환경 전망은
대부분의 전문가는 올해 금융·투자 환경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불안정’과 ‘변동성’을 꼽았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는 “올해 가장 중요한 변수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의 성사 여부”라며 “협정이 타결될 경우 에너지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지든 차기 의장 선출과 맞물려 연준의 독립성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며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저금리 기조가 강요될 수 있다”고 했다. 프랑켈 교수도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주식과 채권 시장에는 호재가 되겠지만, 인하 기조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는 트럼프 정책의 반작용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고프 교수는 “관세 부과나 법치주의 훼손과 같은 트럼프식 ‘부정적 구조개혁’의 영향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부정적 구조개혁은 단기적인 이익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 부작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누적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투자 환경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웡 투자전략가는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기준금리의 흐름이 이미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둘째, 물가가 여전히 완고할 수는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 내 일부 항목에서 단기적인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전반적인 물가 전망이 이전보다 덜 우려스럽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기업 이익 전망이 비교적 견조하다는 점을 들었다.
신중한 낙관론을 내놓은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롱고 교수는 “월가에는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며 “연준이 단기 금리를 인하하는 환경에서는 지나치게 성급한 비관론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퀄치 전 학장은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기업의 자본 지출과 해외 투자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지정학적 파편화와 공급망 재편, 주요국 선거 일정이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본 이상적인 자산 배분 전략
그렇다면 어떤 자산 배분이 수익률 극대화에 도움이 될까. 헤펠레 CIO는 주식(30~70%), 채권(15~50%), 대체 자산(20~40%)을 조합한 자산 배분을 권했다. 그는 “주식은 성장을 위한 핵심 자산으로, 지역 다변화를 통해 자국 편향을 피하고 구조적 성장 테마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채권에 대해서는 “안정성과 수익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며 “금리 민감도와 통화·신용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장기 투자자에게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인프라 등 대체 자산을 활용해 수익률을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각도 있었다. 에릭손 소장은 “유럽 주식은 이미 상당 부분 상승한 상태”라며 “기술주를 제외한 미국 주식과 유럽 방산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방위산업과 원자력, 바이오테크 분야를 유망 영역으로 꼽았다. 로저스 회장은 “투자자는 스스로 자산 배분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금과 은, 미국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올해 투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다가올 경제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전 세계가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6.01.02. 00:06
구동완 기자
'Trend & Issue > @Mega Tre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6 전망〕 KPMG, 국내 경제·산업 전망 (0) | 2026.01.03 |
|---|---|
| 〔2026 전망〕 대한상의, 유통산업 전망 조사 (2) | 2026.01.03 |
| 〔전망 2026〕 트렌드 코리아 2026 핵심 키워드 (0) | 2025.12.21 |
| 〔전망 2026〕 KOTRA, 2026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0) | 2025.12.21 |
| 〔전망 2026〕 IMF 한국경제 성장률 1.8% 전망 (0) | 2025.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