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조건〕성공한 리더들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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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와 '비판' 끌어내기 -
현대 조직은 수평적 의사소통을 강조하고 기탄 없는 의견을 요구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믿고 할 말 다 하는 구성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일해 온 국내 관료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관료 조직과 연구소 등에 장기 파견을 나가서 보니 그곳 사정도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수도권의 한 부대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A지휘관은 군에서 기탄 없이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사람이었다. A는 회의 중간이나 말미에 '지금 내가 한 지시에 틀린 점이나 고쳐야 될 부분이 있으면 누가 말해봐'라고 덧붙였다. 처음엔 아무도 나서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씩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A지휘관은 '레드-팀'을 구성해서 부대 운용과 교육훈련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레드-팀이란 미군이 사용하던 것인데, 작전계획 작성과 같은 의사결정 단계나 전쟁 시뮬레이션 같은 모의 훈련에서 '적'의 역할을 하도록 구성된 팀이다. 이들의 임무는 적의 전술, 가치관, 관점으로 훈련 과정 등을 관찰·분석해 아군의 허점과 실수를 뼈아프게 지적하는 것이다.
A지휘관이 근무했던 기간에 부대는 확실히 달라졌다. 불합리한 관행과 불필요한 작업들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은 확실한 성과였다. 상하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되는 수준에 도달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세미나나 회의 석상에서 사회자가 "말씀하실 분 없으십니까?" 하고 무안하게 기다리는 해프닝은 사라졌다.
한편 돌이켜 생각해보면 A가 '틀린 점이나 고쳐야 될 부분 있으면 말해봐'라고 했을 때 무언가 나서서 말하는 사람은 실제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말을 한다고 해도 늘 하던 사람이 했다. 그러나 그때 함께 근무했던 이들은 초급 간부들이 자신의 생각을 맘 놓고 개진할 때 눈에서 나는 빛이라든가, 상급부대 참모들이 현장의 부사관 의견에 귀를 기울일 때 생기는 신뢰감 같은 것을 직접 경험했다. 군대에서는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수평적 의사소통, 기탄 없는 의견 개진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A지휘관은 분명 함께 근무했던 부하나 참모들에게 이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리더십의 씨앗을 심어 놓고 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편집장을 역임했던 금융 분야 칼럼니스트 빌 테일러는 조직을 발전으로 이끈 리더들을 인터뷰해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진정한 리더는 '반대'를 의무로 여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7. 1. 12.) 그는 성공한 리더들의 특징 중 하나가 구성원들의 비판과 반대를 이끌어내고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었다고 단언했다. 누구나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리더의 잘못에 대해 지적할 수 있다면 그 조직은 불합리나 부패에서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다고 했다.
빌 테일러가 말한 것처럼 구성원의 비판과 반대를 이끌어내 이를 조직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리더들이 올 한 해 우리 사회 곳곳에 나타나기를 소망해본다. 그리하여 올 한 해 언론에 기업인들이 등장할 때는 인상이 좀 덜 찌푸려졌으면 좋겠다.
2017.01.24
남보람 국방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파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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