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유통경로의 역사적 발전
한국 화장품산업의 역사는 근대 서양식 화장품이 등장하는 대한제국 말에 시작되었다.
1907년 경성박람회에서 일본 화장품이 전시되었고, 1916년 최초로 박가분이 생산되어 보부상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었다.
1945년 광복 이후 현재까지 화장품 산업의 유통경로는 크게 4기의 구조적 변화를 겪게 되어 4기로 대별할 수 있다.
제1기
광복 이후 1963년까지이다. 초기 상업자본을 확보한 도매상이 경로를 지배하며 가격난매의 문제가 발생하는 시기이다.
제2기
1964년부터 1985년까지의 시기로 제조업체가 주도권을 보유하게 되면서 방문판매가 전체 매출의 80~90%까지를 점유하는 시대적 특성을 갖는다.
제3기
1986년부터 1995년까지이다. 주거지로서 아파트가 보급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더욱 활발하여서 소비자의 구매행태에 큰 변화가 발생하여 방문판매보다는 백화점, 화장품 종합상사와 같은 시판이 더 적합한 구조로 등장하게 된다.
제4기
1996년 이후의 시기로서 한국의 화장품 시장은 글로벌 시장개방으로 무한 경쟁시대를 맞이하여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여야 하는 시기로 유통에서의 소매상 교섭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다양한 시판경로를 모색하는 변환기라고 규정할 수 있다.
1. 제 1기(1945~1963):도매상 경로지배 시대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그 동안 화장품을 공급하던 일본 업체가 철수함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시대였다. 당시에는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고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었고, 기존 처방법에 따른 기초화장품의 생산이 위주였기 때문에 수공업으로 생산이 가능하였으며 생산과정에서는 제조기술 못지 않게 좋은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과제였다.
한국전쟁으로 사회가 혼란해지고, 외국 군대가 주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외국산 화장품이 국내시장에 유입되었다. 문제는 정상적인 유통경로가 아닌 밀수를 통한 반입으로 1960년대 초에는 유통되는 화장품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게 되어 국내산업이 위축되고 가짜 외국산 화장품을 불법 제조하는 업체까지 등장하여 소비자의 불안과 불신이 가중됨에 따라 정부가 화장품 산업의 보호 육성정책을 시행하기에 이른다.
화장품 유통 측면에서 제조업체가 전방통합이나 경로 주도적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자본축적과 경험이 미약한 실정이었다. 독자적인 유통경로는 전무하였고 대신 도매상들이 일정 부분 상업자본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으며 제조업체의 화장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매상이나 소매상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의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에 있는 잡화도매상과 이들과 거래하는 소매상이 전체경로라고 할 수 있는데 도매상은 초기에는 화장품을 취급하는 비율이 얼마 되지 않다가 1950년대 후반에는 90%에 이를 정도로 집중되었으며, 1960년대부터는 제조업체와 지방 도매상의 직접 거래가 이뤄졌다(태평양 50년사 1995).
도매상의 유통경로 지배현상은 불필요한 문제를 발생하게 했다. 도매상들은 소매상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국산화장품의 난매가 성행하게 되었다. 또한 경로파워를 이용하여 도매상의 손해를 제조업체에서 보전받고자 하였으며, 궁극적으로 제조업체에 대한 과다한 할인 요구와 상품지연으로 전가되어 도매상에 대한 제조업체의 단체행동도 일어난다. 아래에는 제 1기의 주요 경로인 국산 화장품과 외국산 밀수화장품의 전통적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도매상 위주의 유통경로 지배현상에 대한 반발로 절충적인 방법인 연쇄화 노력을 시도한다. 그 동안 자본 축적을 해 놓은 제조업체가 중심이 되어 독자적인 유통경로를 구축하여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최초로 유통전문회사가 설립된다.
1962년 태평양은 전국의 도매상과 1,000개의 소매상을 주주로 영입하여 판매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별도의 신규 브랜드 개발, 소비자가격표시, 장려금 지급, 난초회라는 최종 고객관계관리의 도입 등 획기적인 체인(연쇄)화 제도를 도입하지만 3년 정도 운영하다 실패한다. 체인 판매 전용 화장품 종류가 한정되었고, 지정판매소의 판매금액이 존립에 부족하여 기회주의적 행동이 만연되었기 때문이다.
2. 제 2기(1964~1985):방문판매제도 전성시대
1964년도부터는 제조업체의 주도로 방문판매제도를 도입하여 확립하게 된다. 방문판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당시는 소비자들의 화장에 대한 지식, 경험 및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 시대였다.
둘째, 동기부여가 잘된 주부판매원이 충분히 존재하였다.
셋째, 고품질의 방문판매 전용제품을 개발하여 품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넷째, 정찰제 판매로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혼란이 거의 없어졌다.
다섯째, 대금결제에서 현금이나 외상이 가능하였다.
방문판매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여 정착시킨 태평양의 경우 방문판매의 정착과 발전을 위하여 준수해야 할 원칙을 다음과 같이 수립했다(태평양 50년사 1995, 372).
첫째, 대리점과 판매원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하여 아모레를 방판전용제품으로 정하였다.
둘째, 정찰판매원칙은 가격질서를 유지시켜 상품을 제값 받고 팔게 하기 위하여 어떤 경우에도 상품값을 할인하지 않았다.
셋째, 구역준수원칙으로 판매원들 간에 과도한 경쟁을 지양했다.
판매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매출액의 34% 정도로 주로 월별로 정산이 이뤄졌다. 한 특약점/대리점이 관리하는 판매원은 30명 정도, 또한 판매원 1인 300~500가구를 전담하였다.
태평양의 경우 1964년 10개의 대리점으로 시작, 대리점과 특약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84년 전국적으로 판매원 1만 7,000 명, 특약점 450여 점, 영업소 200여 곳을 정점으로 서서히 중요성이 감소되어 주요 경로가 시판으로 바뀌게 된다.
3. 제 3기(1986~1995):화장품 할인점/전문점 시대
1980년대 중반부터는 복합적 요인이 결합되어, 1970년대에 구가되었던 방문판매와는 사뭇 다른 형태로 종합화장품 코너와 같은 유통경로가 등장하게 된다.
첫째, 인구의 도시집중이 일어나고 주거 형태가 아파트형으로 바뀜에 따라 판매원들의 가정방문을 통한 판매가 과거처럼 여의치 않게 되었다.
둘째, 과거에는 화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방문판매가 소비자에게 큰 효과를 발휘하였으나 교육수준의 향상과 컬러 TV광고 등의 영향으로 판매원 권유의 수동적인 구매가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
셋째, 경제발전으로 가계소득이 향상되고 여성들이 가사노동에 일정 부분 자유를 갖게 되어 소비패턴이 선진국과 유사하게 꼭 필요한 제품만 선택하는 합리적 구매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넷째, 인구통계적 변화로서 고도 성장기를 겪은 젊은 세대의 구성비가 차츰 높아지고 있었으며, 화장품 유통구조 변화에 대한 욕구가 촉매작용을 하게 되었다. 결국 직장여성과 젊은 주부층이 할인판매로의 전환을 주도하여 일반 주부층에까지 확산되었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후반에 대구에서 종합할인코너가 처음 등장하였다. 처음에는 소비자도 생소하였지만, 제조업체도 그 파생에 대한 영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20여 년 정도 견고하게 구축해온 방판구조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여 각 대리점은 물론, 판매원에게까지 화장품의 불법유출을 엄격하게 단속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종합화장품할인점의 등장 초기에는 제조업체들의 강력한 대응으로 수급이 어려워져서 어려움에 직면하였으며, 오래된 품목이나 불법 제품의 할인판매점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첫째, 방판제도로 유지된 정찰제도는 마진확보를 구실로 화장품 값을 비싸게 유지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됐다.
둘째, 화장품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폐지되었다.
셋째, 쇼핑센터, 백화점 등 다양한 판매경로의 등장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유통업이 발달한 시기였다.
넷째, 후발제조업체들은 기존의 방문판매 진입이 여의치 않자 1980년대 중반부터는 주 유통경로를 할인코너로 설정함에 따라 주 경로가 점진적으로 시판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종합코너의 급증으로 정찰제를 준수해온 방판제와의 경쟁에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여 판매원의 수는 급감하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판매원의 입장에서도 적정소득이 보장되지 않았으며,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고용이 확대되고 인건비의 급등으로 판매원의 모집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더 중요한 점은 특약점/대리점의 입장에서는 목표달성이 어려워지자 제품의 유출이 더욱 심해지고 방판 조직의 와해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아래의 표는 연도별 종합화장품 코너의 증가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4. 제 4기(1996년 이후):다채널 전환기 시대
그 동안 증가해오던 전문점 유통경로는 1990년대의 글로벌경쟁, 온라인/무점포 매체의 등장, 소매유통업의 현대화를 맞이하여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도래된 멀티채널시대에 영향을 준 주요 요인을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1980년대 본격화된 화장품시장 개방은 마침내 1990년대에 들어서서 전면적으로 이뤄졌다. 1984년 외국인에 대한 투자허용, 1991년 도매업개방, 1992년 소매업 제한 개방과 함께 전면 수입자유화로 국내시장에는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났다.
둘째, 국내의 견고한 정보통신 하부구조는 인터넷쇼핑몰 등 화장품산업의 온라인 유통을 여타 국가보다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1995년의 인터넷 상용화와 초고속망 구축은 2,000개가 넘는 종합쇼핑몰, 화장품전문 쇼핑몰의 자유로운 이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CATV, 홈쇼핑방송의 개설은 무점포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
셋째, 할인점 등 신규 소매업태의 등장과 의약품 분업으로 약국이 화장품의 유통대안으로 부상하고, 소비자는 외환위기를 겪음에 따라 소비패턴도 바뀌게 되었다.
넷째, 수입다변화의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뉴밀레니엄을 맞아 수입품이 범람하고 시장점유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되었다. 아울러 그 동안 백화점을 주요 유통망으로 영업을 해온 외국산 제품들의 병행수입(parallel import)이 허용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복합적인 환경변화 결과 화장품 산업은 다음과 같은 다채널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국내 화장품 유통경로는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소비자들에 대한 판촉이나 이벤트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서 관리하기 편리한 매장 디스플레이가 소비자가 구매하기 편리하도록 바뀌었고, 백화점의 편집매장 형식으로 타사 브랜드를 함께 진열하여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혀 주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경로는 온라인 유통경로에서 진행되던 번들판매나 공동구매를 가능하게 하고 있고, 온라인 유통경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료샘플 제공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와 같은 인적판매 유통경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판매방식으로 전환되고, 소비자들이 보다 편안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경로의 장점들이 결합되면서 화장품 유통경로는 그야말로 다채널 쇼핑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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