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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헌책방 거리

Paul Ahn 2008. 1. 2. 08:35

200개에서 10배 '급감'.."손님 없는 날도 많아"

https://news.v.daum.net/v/20190911001047417

 

청계천 헌책방 거리 20여곳 남아

광주·대전 등 헌책방 거리도 고사 위기

상인들 "손님이 없어 힘들다" 한탄

 

청계천 헌책방 거리(사진=서울 미래유산).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거리’

 

 예전에는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나 9월이면 서로 지나가다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어요. 요새는 거의 없어요. 정 안되면 이제 그만해야지 뭐. 별 수 있나.”

 

9월초 서울 중구 을지로6가 청계천 헌책방 거리. 이른 아침부터 가게 안에 들여놓은 헌책들을 밖으로 내놓는 상인들의 모습이 분주해보였다. 한 눈에도 70세는 족히 넘어보이는 백발의 노인도 허리를 굽혀 몇번이고 헌책 뭉치를 옮겼다. 상인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거리는 한산했다.

 

“요즘 장사하기 어떠시냐”고 기자가 묻자 상인들은 하나같이 “보다시피 손님이 없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인터넷 발달·교육정책 변화로 운영난

지하철 동대문역 인근에 위치한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서울의 대표적인 책방거리다. 처음엔 노점식으로 운영되던 헌책방들이 평화시장에 모여들면서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상권이 형성됐다. 특히 책이나 참고서를 구하기 어렵던 시절 헌책방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한창 전성기를 맞이했던 1970년대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는 200여개의 책방이 성업했고, 하루 평균 2만여명이 드나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20여곳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30여년간 이곳에서 책방을 운영해 온 ‘밍키서점’ 주인 채오식(60) 씨는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편리하게 온라인으로 주문하려고 하기 때문에 옛날처럼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헌책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졌다”며 “교육정책도 바뀌면서 주타겟층인 학생들의 수요가 급감해 문을 닫는 서점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채 씨는 3평 남짓한 공간에서 2만여 권의 책을 팔고 있다. 그는 “어떤 일을 10년 이상 하면 그게 천직이 된다”며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기본 30~40년을 헌책을 팔며 생계를 운영해 온 터라 이제와서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고 한탄했다.

 

50년 동안 2대째 가게를 이어오고 있다는 ‘동신서림’의 최정옥 씨는 “책만 많이 읽어도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는데 요새 친구들은 책을 많이 안 산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외손녀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모든 책을 지원해줬더니 굳이 비싼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명문대에 진학했다”고 했다.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책을 찾는 사람들이 종종 있고, 일본 작가 중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그나마 인기가 있다고 한다.

 

43년간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책방을 운영하다 올 3월 가게를 접었다는 ‘상현서림’의 이응민 씨는 “현재는 오프라인으로 ‘서울책보고’에서 책을 판매하고, 온라인 판매만 하고 있다”며 “아버지 때부터 40여년간 운영을 했지만 공간이 좁아서 결국 책방을 처분했다”고 말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사진=서울 미래유산)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거리’

청계천 헌책방 거리(사진=서울 미래유산).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거리’

 

◇지방 헌책방 거리도 고사 위기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 형성된 헌책방 거리도 대부분 극심하게 위축된 상황이다. 1970년대만 해도 60곳이 성행했던 광주 동구 ‘계림동 헌책방 거리’는 3~4곳 정도만이 남아 영업을 하고 있다. 몇몇 헌책방은 간판만 걸고 있을 뿐 ‘임대’ 딱지가 붙어있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대교서점’은 올해 끝내 영업을 종료했다.

 

1971년 헌책방을 시작해 48년간 운영을 해 온 ‘광일서점’의 김정랑 씨는 “손님이 한명도 없는 날도 많다”며 “요즘은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손님이 없는게 가장 힘들다”며 “구청에서 지원 얘기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대전 원동에 있는 헌책방 거리도 대형서점에 밀려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동인서점, 한국서점 등이 차례로 문을 닫은데 이어 터줏대감 격이었던 청양서점이 45년 만에 폐점했다. 현재는 고려당서점을 비롯해 육일서점, 영창서점 등 남은 곳은 불과 5개 남짓이다.

 

전성기 때는 30~40여개의 헌책방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던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거리도 대창서림·아벨서점 등 다섯 여곳 만이 남아 옛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1960~1970년대 배움에 목말라했던 이들이 학문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었던 인천 지역의 유일한 헌책방 골목이었다.

 

인천시 동구는 2022년까지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을 조성하기로 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천 동구청 관계자는 “새롭게 조성되는 문화거리에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북카페’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미디어 이데일리

2019.09.11.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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