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산업〕요동치는 국내 커피 시장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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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미투 스페셜티 창업 신중해야
국내 커피 소비의 양극화로 브랜드별 중간 위치에 포지셔닝 된 국내 대형 커피프랜차이즈들은 난감하다. 이미 국내 커피숍 시장은 포화상태에 들어가 치킨 시장만큼이나 치열한 상태다.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국내커피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숫자는 2017년 9만 1000개에서 지난해 8만 158개, 올해는 10만개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스페셜티 매장도 결국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무는 1세대 대형 커피숍
CJ푸드빌은 지난 4월 유일한 흑자 브랜드 투썸플레이스(이하 투썸)의 자사 보유 지분 45%를 2025억원에 홍콩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투썸의 매출액은 2743억, 영업이익은 292억원, 당기순이익은 20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6%로 커피전문점 1위 스타벅스(9.4%)보다 높은 수준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CJ푸드빌의 수익성 1위 투썸 매각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자사의 적자 구조가 결국 한계에 도달해 나온 결론이라는 분석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CJ푸드빌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베이커리 및 외식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면서 “지분 매각 후에도 15%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서 투썸이 독립해 사업을 영위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와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GRS의 엔제리너스커피는 매각될 계획은 없지만 수익성 악화가 문제다. 엔제리너스는 롯데리아 다음으로 롯데GRS 전체 매출의 약 15% 가량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GRS의 지난해 매출액은 8309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지난해(28억원)에 비해 늘긴했지만 당기순손실은 272억원을 기록했다.
▲ 2018년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수 상위 10순위. 출처=공정거래위원회
매장 수도 계속해서 줄고 있다. 2014년에는 927개의 매장을 가졌지만 2016년 843개, 2017년 749개로 현재는 630여개만 남은 상태다. 신규개점 가맹점 수도 2015년 50개에서 지난해 30여개로 감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기준 브랜드별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엔제리너스 폐점률은 16.0%로 2위를 기록했다. 2015년만 해도 폐점률이 7.9%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페점률은 더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GRS 관계자는 “매장 수가 감소한건 효율적이지 못한 매장을 정리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프리미엄 커피 매장으로 고급화 전략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고 말했다.
◇역시나 대세 합류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치솟는 인기로 국내 대형 커피브랜드들도 대세에 합류하고 있긴 하다. 투썸플레이스가 오픈한 ‘TSP737’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에스프레소 특화 매장으로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커피 큐레이션(맞춤형 추천서비스)을 강화하고, 트렌디 유러피안 커피 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 한남동에 위치한 에스프레소 특화 매장 'TSP737' 출처=CJ푸드빌
엔제리너스커피는 최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에 프리미엄 매장을 오픈했다. 이곳은 고급 스페셜티 커피, 프리미엄 티를 큐그레이더와 티 소믈리에가 직접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에스프레소 커피는 기존보다 원두의 함량을 50% 높여 입 안 가득 커피의 부드러운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인정한 세계 상위 7%의 원두로 만든 ‘스페셜티 커피’ 3종을 선보이고 시즌별 교체 운영한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커피앳웍스’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전 세계 유명 산지에서 생산되는 커피 생두 중 상위 7%에 해당하는 최상급 생두만을 선별해 사용하고 있다. 핸드드립과 케멕스, 프렌치프레스 등 다양한 추출방식으로 전문적인 커피를 제공한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인 ‘커스텀 커피 로스팅’을 시작했다.
▲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커피앳웍스’ 매장. 출처=SPC그룹
할리스커피도 ‘할리스 커피 클럽’이란 이름으로 총 12곳의 커피 전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총 5가지의 스페셜티 드립 커피를 제공하고 있으며, 드립커피 자동화 머신인 푸어스테디 머신을 이용해 스페셜티 커피를 제조하고 고객의 대기 시간을 줄여 단가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순하고 획일적인 커피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커피 취향이 고급화, 세분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트렌드에 맞춰 대형 커피전문점들도 대세에 합류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차별화된 스페셜티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엔제리너스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매장 2호점. 출처=롯데GRS
◇새로운 카테고리 보강은 필수
전문가들은 무조건 대세에 따라가는 것이 국내 커피전문점이 살아남는 방안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상위 브랜드와 달리 일반 커피전문점 창업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다른 업종에 비해 매장이 많고 진입장벽도 낮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벅스를 제외한 일반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잇따른 신규매장 출시와 매장 리뉴얼 발생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바리스타와 커피 감별사 인력을 늘릴 경우에는 인건비 부담도 함께 지게 된다.
홈카페족을 이용한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집 안에서 주로 생활하는 ‘홈족’ 증가 트렌드와 맞물리며 ‘홈카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G마켓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에스프레소 머신, 원두와 생두, 캡슐커피·티백커피, 여과지, 커피여과기, 핸드드립 포트, 핸드밀, 그라인더 등 홈카페 관련 상품의 판매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54%까지 급등했다.
이미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는 홈카페족을 공략하기 위해 커피 배달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엔제리너스는 2013년 배달앱 ‘푸드플라이’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2017년 ‘배달의민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요기요’와 손잡은 이디야를 비롯해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등도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 10대 커피브랜드 폐점률 변화추이. 출처=공정거래위원회
또한 가격 면에서 차별화를 둘 수 있다. 실제로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드롭탑’은 지난 3월 매장의 모든 원두를 스페셜티 블렌드 원두로 바꿨지만 가격은 올리지 않고 유지했다. 같은 가격으로 커피 품질을 강화해 누구나 최상급 스페셜티 커피를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매장을 리뉴얼하는 비용 대신 내부 품질에 신경을 쓰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커피 소비의 양극화 현상은 소득의 양극화에서 출발하는데, 그 소비의 연장에 현재 커피가 있다”면서 “스페셜티의 인기로 커피의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소비자가 항유할 수 있는 서비스의 질도 같이 올라갈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러한 커피 소비 양극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머지 커피전문점들은 블루보틀과 스타벅스와는 다르게 각자의 메뉴 개발과 차별화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 커피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는 “스페셜티 커피처럼 고가이더라도 본인만의 취향에 따라 마실 수 있는 말 그대로 스페셜한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 커피 등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점차 프리미엄 커피전문점을 늘려감에 따라 커피를 소비하는 소비자층 역시 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코노믹리뷰
2019.06.20
박자연 기자 nature@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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