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육볶음에 계란프라이까지…고려대 ‘천원학식’
5천원하던 아침밥 1천원에
고려대는 20일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함께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기 위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학식 금액 중 정부가 1천원가량 지원하고, 학생들이 1천원만 내면 나머지 금액은 학교가 보조하는 형식이다.
고려대 학생식당의 원래 조식 가격은 4500~5천원 선. 그런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시행되면서 정부 지원이 700원, 학교 부담금이 2700~3300원으로, 학생이 최종적으로 내야 하는 식사비는 1천원이다.
지난 20일 아침 7시50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1층에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선다. 이날부터 학교에서 운영하는 ‘1천원 학식’을 이용하기 위해 학생식당을 찾은 이들이다. 배식 시작 시각인 8시가 다가오자 식권판매 키오스크 앞에 줄이 길게 늘어났다. 학생 수십 명이 아침밥을 먹기 위해 이른 시각부터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학식’은 학교 식당에서 판매하는 식사를 가리킨다.
새 학기의 설렘도 잠시, 고물가에 경제적 부담이 커진 학생들은 ‘단돈 1천원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소식에 학생식당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해는 고려대를 비롯해 가톨릭대,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인천대 등 총 41개 대학교가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데, 학교마다 선착순에 들기 위한 ‘오픈런’ 현상이 일어날 만큼 인기가 상당하다. 고려대는 두 군데 학생식당에서 하루에 각각 300인분 정도씩 판매하고 있다. 이날 가장 먼저 학생회관 식당을 찾은 21학번 김수아(22)씨는 “1교시 수업이 있어 겸사겸사 일찍 왔다. 집이 멀어서 찜질방에서 자고 오는 길”이라며 “지난 학기 시험 기간에도 기부금으로 운영된 1천원 학식을 자주 이용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들어온 23학번 김윤진(24)씨는 “하고 있는 공부가 있어 7시에 등교했다”며 “1천원에 밥을 먹을 수 있는 데가 없는 상황에서, 음식의 질이 어떻든 가격이 싸서 좋다”고 말했다. 신입생 조영석(20)씨는 “같이 기숙사 사는 친구가 간다길래 따라와봤는데, 평소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다”며 “별로 기대 안 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메뉴가)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식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차례대로 키오스크에서 ‘마음든든 아침’ 옵션을 선택하고 학생증을 태그한 뒤 식권을 발급받았다. 이날의 조식 메뉴는 돈육간장볶음, 계란국, 도토리묵, 콩나물무침, 흑미밥과 배추김치 등이었다. 이날 1등으로 식권을 뽑은 대학원생 양건우(28)씨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7천~8천원짜리 밥을 매일 챙겨 먹을수는 없다”며 “1천원에 고르게 영양을 섭취할 수 있어 좋다. 졸업하기 전까지 계속 찾아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식 시작 30분이 지났지만 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9시 수업을 앞두고 학생식당에 방문한 김윤진(20)씨는 “기숙사에서 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가려고 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가성비 좋은 아침을 제공해주는 식당이 열리는 것 자체가 학생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한나 고려대 영양사는 “작년에도 이만큼까지는 안 왔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제한이 풀리고 학교에 신입생, 국제 학생 등이 많아지다 보니 방문 인원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식당 한가운데 마련된 자율배식코너에서 음식을 담아 자리에 앉았다. 이어 달걀프라이, 토스트 등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셀프코너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셀프코너에서 달걀프라이를 조리하던 22학번 김태영(22)씨는 “학교 인스타그램 홍보글을 보고 알게 됐다. 자취생이라 아침을 잘 챙겨 먹지 못하기도 하고, 월요일은 바빠서 점심시간이 없는데 너무 좋다”며 “요즘엔 샌드위치든 뭐든 간단하게 사 먹으려 해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 시름이 깊어진 학생들은 1천원 학식 사업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친구와 함께 줄 서 있던 이아무개(27)씨는 “학교 밖은 요즘 많이 비싸다.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5천원이면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1만원은 한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는 19학번 김규진(24)씨는 “요즘 물가도 많이 오르고 개인 사정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 아침을 거르고 다녔는데 1천원에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와봤다”며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다면 꾸준히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모두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든든히 먹을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20학번 김다현(23)씨는 “집밥을 먹는 것 같았다”고 호평했다. 김씨는 “학과 단체채팅방에 소식이 올라와서 알게 됐다”며 “아침을 따로 챙겨 먹기 힘든 상황인데 1천원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1천원이란 가격이 파격적이라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학생 단체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대넷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22일 <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학식 이용률도 많이 늘었다. 경북대는 중식과 석식도 1천원에 판매하는데, 세 끼 모두 매진이 빠르다고 하더라. 현재 조식에만 제공되는 1천원 학식을 중식까지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학생이 ‘우리 학교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지금은 일부 학교만 선정해 진행되는 이 사업이 전국 지역 모든 대학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04-03 12:32
글·사진 이화랑 객원기자 hwara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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