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 소득, 처음으로 일본 추월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가 3만6194달러로, 일본(3만5793달러)을 앞섰다고 밝혔다. 1인당 GNI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생활 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많이 쓴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국가 중에서는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이 여섯째다.
국민소득 역전은 한국의 꾸준한 성장과 일본의 침체가 누적된 결과다. 일본은 지난 1992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대로 진입한 후 3년 만인 1995년 4만달러 벽도 넘었다. 세계 최초였다. 1995년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4586달러로 한국(1만2435달러)보다 3만2000달러 이상 더 많았다.
일본인들은 당시 ‘세계 제일 일본(Japan As Number One)’이라는 말에 익숙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놀라운 경제 성장을 지켜본 미국 하버드대 에즈라 보걸 교수가 쓴 책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하지만 한때 5만달러를 넘었던 일본의 국민소득은 장기 불황을 겪으며 3만달러 중반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1만달러대였던 한국의 1인당 소득은 3배로 뛰어올랐다.
◇고령화가 부추긴 일본의 장기 불황
일본 장기 불황의 시작은 1980년대 후반부터 거대하게 커진 거품의 붕괴였다. 당시 엔화 강세로 수출 부진이 우려되자 일본은행은 경기 회복을 위해 정책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저렴한 돈으로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기업들은 싼 돈을 빌려 재테크에 치중하면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거품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일본 6대 도시의 토지 가격은 1990년에서 1997년 사이 절반 값이 됐다. 대규모 부실 대출을 떠안은 금융기관은 민간 대출을 줄였고, 실물경제가 동반 침체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며 1999년 들어 소비자물가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소비를 미래로 미뤘고, 이윤이 줄어든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했다.
사회 전반적인 고령화는 장기 불황의 중요한 원인이다. 이미 197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1994년에 그 비율이 14%인 고령사회였다. 현재 일본은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9%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에서는 일손이 모자란다는 뜻의 인수부족(人手不足)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될 만큼, 노동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기록적인 ‘수퍼 엔저’도 한몫
근소한 차이로 좁혀진 한일 간의 소득 격차를 역전으로 이끈 방아쇠는 한은의 국내총생산(GDP) 통계기준 개편과 수퍼 엔저가 당겼다. 한은은 5년마다 한 번 기준년을 바꿔 그동안 집계되지 못했던 새로운 산업들이 생산하던 부가가치를 한꺼번에 반영하는데, 이번에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꾸면서 작년 국내총생산이 7.4% 늘었다.
34년 만의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역대급으로 낮아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영향을 줬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 4월 말 34년 만에 160엔대를 찍었다가 최근 155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일본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 순위가 한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한은이 이번에 일본의 국민소득을 계산할 때 참고한 환율은 작년 평균 환율인 140엔이다. 재작년인 2022년의 평균 환율이 132엔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달러화로 표시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년 만에 앉아서 6%가량 손해 본 셈이다. 반면 한국 원화의 달러 대비 평균 환율은 같은 기간 1300원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앞으로 양국의 환율 변화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 순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총소득(GNI)
국민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 이를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GNI는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자주 활용된다.
2024.06.06. 01:09
김정훈 기자
최아리 기자
한국 1인당 GDP 전망치, 사상 처음으로 일본 역전
2024년도 韓 3만4653달러 vs 日 3만4554달러
한은 “IMF, 엔저 상황 장기화한다고 본 듯”
2024년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설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이 나왔다. 한국의 1인당 GDP 전망치가 일본을 추월한 것은 IMF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26일 IMF가 내놓은 2024년도 전망치를 보면 한국은 올해 1인당 GDP 3만4653달러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32위에 올랐다. 일본은 3만4554달러로 한 단계 아래인 33위를 기록했다.
IMF가 1인당 GDP 통계를 집계한 첫 해인 1980년에는 한국의 1인당 GDP는 1714달러로 일본(9659달러)의 17.1% 수준이었다. 일본은 2012년 4만9175달러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2년 3만3853달러로 주저앉은 뒤 2023년에는 3만3949달러까지 1인당 GDP가 감소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한국은 1994년 처음 1만불을 넘은 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8271달러로 내려앉았다가 2006년 2만불 고지를 넘어섰고, 2017년에는 3만1600달러를 기록했다. 집계를 시작한 이후 한국이 일본의 1인당 GDP를 뛰어넘는 전망치가 나온 것은 44년만에 처음이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1인당 GDP는 2017년부터 한국이 이미 일본을 앞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구매력평가(PPP·Purchasing-Power Parity)를 기준으로 한 한국의 1인당 GDP는 2017년 기준 4만1001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4만827달러였다. PPP를 기준으로 한 GDP는 물가와 통화가치를 반영해 산출한다.
이런 전망에 대해 한국은행은 ‘엔저 효과’를 언급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IMF의 1인당 GDP 전망치는 GDP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나 인구 증가율, 환율 등을 종합해 내놓은 것”이라며 “IMF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엔저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김명진 기자
2024.01.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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