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産率〕 ‘저출생’ 해결 나선 기업들
‘저출생’이라는 대한민국의 최대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가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두 가지 키워드를 동시에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의 배경이 되는 직장, 즉 기업이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출생 현상은 인구수 추락으로 이어지고,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한국 경제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 인재를 확보해 경제의 시계를 함께 돌려야 하는 기업들이 저출생 문제를 심도 있게 바라보는 이유다.
저출생 극복이 곧 경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본 재계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환기시키고 기업의 자발적 동참을 권유하기 위해 ‘저출생 위기 극복 릴레이 체인지’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육아와 업무가 동시에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부영 ‘1억원’ 나비효과…출산지원금 확대 급물살
출산과 관련한 복지제도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기업은 부영그룹이다.
출생아 1명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파격적 정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은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되면 20년 후 경제생산인구 수 감소 등으로 존립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직원의 일·가정 양립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지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부영그룹은 출산장려금 외에도 주택 할인, 자녀 대학 학자금 전액 지원,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자녀수당 지급 등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024년 2월5일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다둥이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영의 움직임으로 나비효과를 기대한다던 이 회장의 바람처럼, 다른 기업도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기존 지원 제도를 확충하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기업마다 출생장려금, 출산장려금, 출생축하금 등 지원금의 명칭도 다양하다.
@LS전선
자녀 출생축하금을 확대해 첫째 500만원, 둘째 750만원, 셋째 1000만원을 지원한다. 손자녀 출생 시에도 250만원을 준다. 손자녀 출생축하금을 지급하는 것은 대기업 중 최초라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사내 복리후생 프로그램인 ‘일가정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출산지원금을 첫째 300만원, 둘째 500만원, 셋째 이상 1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쌍방울그룹
첫째와 둘째 3000만원, 셋째 4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출산 시 유아용품과 기저귀, 속옷을 지원한다. 호반그룹도 지난 7월부터 첫째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이상은 2000만원을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제도 시행을 발표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새해 1월부터 ‘육아 동행 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횟수에 상관없이 출산 때마다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회성 출산 축하가 아니라 육아 부담을 회사가 함께 지겠다는 취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 대다수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주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다. 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라, 기업이 자녀 출생일 이후 2년 내 지급하는 급여 전액에 대해서는 한도 없이 근로소득 비과세가 적용된다. 세금 부담 요소를 제거한 출산지원금이 출산을 장려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출산지원금을 수령한 직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출산장려금을 받은 부영 직원들은 “(금전적 문제는) 피부에 와닿는 고민”이라며 “아이를 더 갖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난임 시술비 지원·재택근무제 등 시행
일회적인 출산 축하 제도를 넘어, 임신과 육아의 과정을 돕는 제도도 조명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출산 경험이 없는 임직원과 배우자에게 산전 검사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만들었고, 난임 시술비 지원 대상을 남성 직원의 배우자까지 확대했다. 2023년 도입한 예비 아빠의 태아 검진 휴가에 이어, 2024년부터는 제휴 리조트를 통한 1박 2일 태교 여행 지원도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근로시간 단축 혜택을 제공한다. 임신했을 때부터 출산까지 하루 5시간만 근무한다.
@CJ제일제당
가족친화복지제도를 운영한 점을 높게 평가받아 최근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임신한 직원들을 위한 단축근로제도, 월 1회 4시간의 배우자 태아 검진 휴가 등을 운영한 점 등을 인정받은 것이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할 때 제공하는 2주간의 자녀 입학 돌봄 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도 추가로 1년간 휴직할 수 있는 육아휴직 플러스 등도 운영하고 있다.
출산 후 경력 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시차출근제와 탄력근무제 등 유연한 근무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회사들도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경우,
이 같은 모성보호제도를 사용하는 직원 비율이 높은 데다 직원 대다수가 다시 회사로 돌아오면서 높은 고용 유지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관리자급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포스코
2020년부터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은 8시간 혹은 4시간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커리어를 중단하지 않으면서도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로, 난임 치료 중인 여직원, 출산 임박 배우자를 둔 직원에게도 적용된다.
@롯데그룹
셋째를 출산한 임직원에게 대형 승합차 카니발을 24개월간 무상 대여해 준다. 다자녀 가정의 이동수단이 될 수 있는 차량을 무료로 지원해 주고, 24개월 이후에는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인구 감소 현상이 기업의 사업과 직결되는 유업계의 지원책도 활발하다.
@매일유업
임직원의 임신 준비부터 출산, 육아기까지 함께하는 ‘동반육아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위해 회당 100만원의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고, 시차출퇴근제와 재택근무제, 월 2회 패밀리데이(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 등을 운영한다. 이 같은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임직원 출산율은 1.31명, 세 자녀 이상 가구 비율은 13% 이상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모성을 중요한 기업 가치로 두고 있는 남양유업
유연근무제, 재택근무제, 돌봄휴가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다. 엄마와 아빠 모두 자유롭게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희망할 경우 1년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의 출산 장려 활동은 기업 밖에서도 이어진다. 남양유업은 전국을 돌며 임신육아교실을 운영하면서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8000번 이상의 강의를 통해 부모들을 만났다.
@매일유업
임직원과 고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1박 2일 태교 여행 ‘베이비문’ 행사를 열고 올바른 육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4.12.30 11:00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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