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아 리본 (Zaia Reborn)
http://www.acrofan.com/ko-kr/life/content/?mode=view&cate=0204&wd=20110905&ucode=0802040301
흔히들 ‘서커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기예’다. 남다른 비범한 재주로 사람이 아닌 거 같은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재미있는 모습의 분장으로 사람들을 감탄하고 웃게 만드는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고, 서커스에도 시대의 변화가 찾아왔다. 이제 서커스도 ‘스토리’를 가진 공연의 한 종류로써 자리할 수 있게 바뀌어 오고 있다.
어떤 종류의 콘텐츠든지 ‘스토리텔링’ 이란 요소는 콘텐츠가 가지는 표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영화나 뮤지컬, 소설 등에서는 스토리텔링의 위력에 대해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고, 음반에 있어서도 같은 곡을 수록해도 순서에 따라 선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기예를 순서대로 선보인다는 인식의 서커스를 바꾸어 놓았다. 태양의서커스(Cirque Du Soleil)의 첫 번째 아시아 상설 공연으로 베네시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의 전용 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는 ‘자이아(ZAIA)’ 는 자아 발견을 위해 낮설지만 친숙한 우주 여행을 하는 한 소녀의 꿈을 높은 수준의 기예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쇼는 2008년 처음 선보인 이후에 꾸준히 그 모습을 바꾸어 왔으며, 2011년 9월 완전한 변화를 완성해 ‘ZAIA Reborn’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 자이아 무대는 소녀의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자이아는 자아 발견을 위해 낮설지만 친숙한 우주 여행을 하는 한 소녀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스토리는 처음 한 장의 흑백 사진에서 출발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소녀는 극 중에서 다양한 행성으로의 여행을 통해 발견한 다양한 인류의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결국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되며, 이 여행 중 우주를 형상화한 무대는 시시각각 화려하게 바뀌어 간다.
이 무대는 어린 소녀의 동심이 담긴 천진난만한 시각을 통해,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환상의 생명체가 모여살고 있는 우주와 별들과 행성들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덕분에 무대의 스케일은 절대적으로는 크다고 볼 수 있지만, 기예와 공연의 절충점을 찾아 내는 모습이다. 공연 또한 전반적으로 넓은 무대를 아주 활동적으로 보이도록 전체적으로 끊임없는 움직임을 추구하고 있다.
타이틀인 ‘자이아’는 그리스어로 ‘삶’을 의미하며, 영혼을 지닌 생명체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삶’과 ‘꿈’을 결합한다면 처음은 아마도 ‘삶’ 이 될 것이고, 자이아의 이야기에서 첫 출발은 지구, 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다양한 행성을 돌아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꿈의 여정을 거쳐 다시 지구에서 삶으로 돌아온다.
▲ 도시에서 꿈을 꾸는 존재 '자이아'는 특별하다.
자이아의 전반적인 의상 디자인은 세계의 도시들이 보여 주는 도시적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새로운 문화는 인종과 문화의 혼합에서 생겨나며 이런 성격은 현대도시를 특정짓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다양함은 젊은이들의 의상에 반영이 되고 있으며, 이는 자이아의 전체적인 드레스 코드에도 잘 녹아들어가 있다.
자이아의 의상들은 단순한 희화성 이상으로 문화적 다양성과 공연에서의 캐릭터들 그룹간의 차이를 반영하고 대변한다. 공연의 첫 부분인 ‘도시’에서 사용되는 의상들은 댄서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른 캐릭터들로부터 구분되도록 따뜻한 색감의 의상이 사용된다.
이는 자이아 세계관에서 다른 종족들이 어둡거나 밝은 색감의 소재들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다른 분위기를 보여 준다. 무대 위에서 주인공인 어린 소녀 ‘자이아’는 그 존재감이 특별하게 두드러진다. 이는 다른 캐릭터들과 확연히 눈에 띄는 의상과 조명 등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자이아의 의상은 빨간색으로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는 ‘도시’ 뿐 아니라 타 세계에서도 특별한 ‘자이아’라는 존재를 때로는 무대에서 두드러지게, 때로는 역으로 ‘관찰자’처럼 무대에서 제외시켜 보이게도 하고 있다.
▲ 이런 장면 하나 상상해 보지 않았다면, 참으로 덧 없는 인생이었으리라.
어린 소녀의 상상의 세계라는 설정 덕분에 자이아의 무대는 다양한 ‘어린아이의 상상력의 산물’이 출현한다. 장난감 박스에서 나올 것 같은 각종 소품들과 함께 어린 시절 꿈꾸어 왔던 모습의 우주 비행사, 재미있는 화려한 모습의 사자 등은 우리가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꿈에서 봤거나, 그림으로 그린 듯한 그 모습들이다.
소품의 연출 또한 이 상상을 무대로 만든 듯한 모습이다. 이런 우주를 배경으로 한 상상력이 넘치는 역동적인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자이아의 무대에서는 독특한 대형 소품들이 등장한다.
만화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우주비행사 캐릭터의 등장이라든가, 인간과 기술의 결합체인 북극곰이나 사자 등은 이 쇼를 더 화려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이런 소품들은 우리가 한 번쯤 상상했던, 상상만 했던 것들을 영상이 아니라 실제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이아의 ‘여행’이란 측면을 강조하는 데는 ‘열기구’가 사용된다. 자이아는 종종 열기구를 타고 등장하는데, 이는 어린 소녀의 상상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여행을 위한 탈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열기구에 붙어 있는, 사실은 말도 안될 거 같은 소품들도 어린아이의 상상 속의 세상이라는 이유로 설명 가능하다.
그리고 진지하게 이런 점들을 따지고 있는 관람객은 어느 순간 자신이 너무 오랜 길을 걸어왔음을 느낄 수도 있을 법 하다.
▲ ‘용’의 존재는 새로운 자이아의 주요 특징이기도 하다.
자이아의 상상력의 결정체이자, 이 무대가 왜 전용 극장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가장 멋진 답안은 ‘용’의 등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800여 관객석까지 공간 전체에 레일을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전용 공연장의 시설은, 이 용의 존재를 무대 밖으로 꺼내 관객의 머리 위를 날아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시설 덕분에 용 뿐 아니라 자이아의 열기구 또한 관객의 머리 위로 날아다닌다. 특히 이 용의 등장이 특별한 것은 우리가 한 번쯤은 상상했을 법한, ‘이생물을 타고 날아가기’를 자이아가 눈 앞에서 보여 주기 때문이다. 공연 중 주인공인 자이아는 용을 타고 무대 뿐 아니라 관객석까지 날아다니며, 우리가 상상 속에서 그리던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이런 연출은 자이아 공연에 최적화된 환경인 이 전용 극장이기에 가능하며, 왜 다른 곳에서 이 공연을 볼 수 없는지에 대한 답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 입체적인 연출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관객석 뒤에서부터 천정의 원형 레일을 타고 ‘날아 오는’ 것과, 무대 아래에서 ‘솟아 오르고’, 무대 아래로 ‘가라 앉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서 자이아는 아주 부드럽게 장면간의 전환을 이루어 내고 있는데, 멍하니 보고 있다 보면 언제 무대와 곡예가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여러 군데로 시선을 끌면서 무대를 점차적으로 바꾸어 나간다.
▲ ‘자이아’는 서커스라기보다 종합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다.
이 ‘자이아’는 2008년 처음 선보인 이후 2011년 9월 새로워진 버전을 선보일 때까지 소품이나 곡예의 구성 등이 꾸준히 바뀌어 왔다. 사실 이번에 소개된 ‘새로운 버전’은 당장 어제까지 보던 그 공연과 완전히 다른 건 아니며, 새로운 자이아 무대를 위한 요소로 소개된 것들 중 대부분은 이미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존 무대에도 녹아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발표한 이유는 이제부터의 자이아가 비로소 새로운 버전으로써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이아 공연을 봤던 관객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은 편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수준 높은 곡예를 가지고 있음과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스토리’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자이아는 단순한 서커스 무대가 아니라, 곡예를 표현 방법으로 사용하는 종합 예술이라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 것이라 생각되며, 이를 추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을 무대와 공연 곳곳에서 찾아낼 수 있다. 자이아의 무대에서 ‘곡예’는 ‘전부’가 아니라 공연의 한 부분이자 전달을 위한 ‘매개체’다. 덕분에 단순한 ‘기예’를 원했던 관람객이라면 이 무대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당장 근처 중국에서는 사람이 아닌 듯한 높은 수준의 ‘기예’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기예’가 아니라 전체적인 ‘공연’으로 접근한다면 이 무대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곡예’를 매개체로 하는 공연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완성도임이 분명하다.
‘태양의 서커스’ 아시아를 삼키다
지난달 29일 낮 12시 마카오의 베네치안 리조트 호텔. 8월28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상설 공연에 들어가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시르크 뒤 솔레이유)의 신작 시연회를 보기 위해서다.
지난해 ‘퀴담’을 선보여 한국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 공연예술계에 혁명을 일으킨 캐나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기존 서커스에서 항상 등장하던 동물 묘기를 과감히 없애고 연극 음악 무용적 요소를 가미한 아트 서커스를 선보임으로써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서커스를 21세기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바꿔놓았다.
태양의 서커스는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스테르’ ‘주매니티’ ‘O’ ‘KA’ ‘LOVE’, 올란도에서 ‘라 누바’ 등 모두 6편을 상설 공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스테르’는 1993년 개막한 이래 16년째 공연 중이다. 상설 공연 외에도 ‘퀴담’ ‘알레그리아’ ‘드랄리온’ ‘살팀방코’ ‘바레카이’ 등 8개의 작품이 세계 각국에서 투어 공연되고 있다.
가파른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 직원은 아티스트 1000여명을 포함해 4000여명이다. 연간 매출액은 국산 자동차 8만여대를 판매한 것과 같은 10억달러(1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태양의 서커스는 경영적 관점에서 ‘블루 오션’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전체 90분 공연 가운데 이날 20분만 공개한 신작 ‘자이아(ZAIA)’는 태양의 서커스의 15번째 작품. 제작비만 1억5000만달러(1500억원)가 들었으며 이 작품을 위해 베네치안 리조트 호텔 안에 1800석 전용극장이 만들어졌다. 마카오가 도박 도시라는 이미지를 씻어내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처럼 가족들도 즐길 수 있는 종합 컨벤션·휴양 도시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카오에는 ‘자이아’ 외에 또다른 태양의 서커스 신작이 내년 말 개막하며, 태양의 서커스에서 ‘O’ 등을 연출했던 프랑코 드라곤의 신작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자이아’는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가이아(GAIA)’에서 따온 것으로 번잡한 도시에 지친 소녀가 우주 여행을 통해 인간성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그렸다.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태양의 서커스 특유의 화려한 무대, 아름다운 음악, 세련된 연기, 첨단 테크놀로지가 잘 어우러져 있다. 특히 국내에 골수 팬을 거느린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돈 주앙’의 연출을 맡았던 질 마으가 작가 겸 연출을 맡아 춤 부분을 좀 더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캐나다 퀘벡 출신인 질 마으는 태양의 서커스의 창업자 겸 소유자 기 랄리베르테와 20여년 전 길거리에서 서커스를 공연하던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사이. 마으는 “태양의 서커스가 기본적으로 보편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 작품 역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면서 “굳이 아시아적인 특성을 찾으려면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명상’ 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카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Life Service > @Perform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쇼(EAU Show) / 라스베가스의 ‘핫’ 쇼 (0) | 2019.11.04 |
---|---|
★로보카 폴리 / 어린이 뮤지컬 (0) | 2019.11.04 |
★노리단 (0) | 2019.11.04 |
★한빛예술단 (0) | 2019.11.04 |
⊙어쿠스틱(Acoustics) (0) | 2019.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