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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음식〕 길거리 음식 전성시대

Paul Ahn 2019. 9. 18. 08:29

⊙길거리 음식 전성시대

 

뚝 떨어진 기온에 옷깃이 절로 여며지는 계절.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입김을 후후 날리며 먹는 떡볶이, 순대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이 제철을 만났다. 

최근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종로, 명동, 신촌, 강남 일대는 길거리 음식의 영원한 트로이카 떡볶이·순대·오뎅 세트 메뉴는 기본이고 햄버거, 핫도그, 피자, 마끼, 딤섬에 스테이크까지, 바야흐로 길거리 음식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가볍게 허기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길거리 음식 업체들이 다채로운 메뉴 군들을 속속 개발해 등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음식들에 식상함을 느끼는 고객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길거리 음식 업체들 또한 상표 출원을 통해 샵 인 샵(shop in shop)으로 입점, 프랜차이즈 전개 등 기업화를 지향하고 있다. 빠르게 세대교체 중인 길거리 음식의 세계를 엿본다.


◇길거리 음식은 세대교체 중

 

레스토랑이야? 포장마차야? 
길거리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서비스, 인테리어도 달라지고 있다. 길거리 음식의 주 타깃은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를 급속하게 받아들이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층. 이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며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천편일률적인 길거리 음식에 식상함을 느끼는 이들의 기호에 발맞추고자 변화를 모색하게 된 것이 세대교체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길거리 음식의 취약점으로 인식되어 온 위생문제. 외부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어 각종 위생 상태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됨과 동시에 기름에 튀겨 낸 음식들이 대부분이라는 특성 때문에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창업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웰빙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이러한 취약점도 길거리 음식의 변화에 한 몫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재료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고급 식자재를 사용, 가급적이면 고객의 눈앞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 깔끔한 인테리어로 고품격화를 지향하게 되었다.

 

길거리 음식도 체인점 시대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소비자와 직접 상대한다는 장점을 살려 브랜드를 내 건 길거리 점포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노점 브랜드가 다양화 되면서 1천원짜리 버거인 LD버거, 녹차호떡, 야채핫바, 왕슈크림빵, 문어풀빵 다코야끼, 32㎝ 아이스크림 등 이색 브랜드가 눈길을 끌고 있다. 통만두 돌풍을 몰고 온 ‘만두생각’, 숙명 여대 앞에서 시작해 각 대학가로 진출 중인 ‘김민영 호떡’, 저가토스트의 붐을 일으킨‘이삭토스트’와 ‘석봉토스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노점 체인사업은 기술 및 노하우, 정량화 된 재료 등을 본점에서 제공해 주기 때문에 관련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템 선정과 입지 확보가 중요

 

새로운 소자본 창업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노점 창업은 유지비와 임대료가 없어 소자본 창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또한 최소의 창업자금, 쉬운 품목전환, 빠른 현금회전, 기동성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노점상 단속에 대한 대비, 운영 미숙에 따른 영업부진 등 운영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붕어빵, 오뎅, 포장마차 등 일반적인 노점상은 손수레와 조리대 등 간단한 설비와 좋은 입지조건만 충족된다면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며 장기간 영업도 가능하다. 길거리 창업비용은 아이템에 따라 50만~2천만원 정도가 소요되며, 먹거리 아이템의 경우 평균 150만원 정도면 창업이 가능하다. 노점상의 매력은 이처럼 무일푼 또는 소액으로도 과감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거리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어디에서 장사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길거리 창업 전문사이트인 ‘로드365닷컴(www.road365. com)’을 운영하는 최성렬 대표는 “아이템 선정은 매출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특히 먹거리를 주 아이템으로 선정 할 때에는 최신 트렌드를 파악, 특색있는 메뉴로 수정·보완해 판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길거리 매장을 시작하기 전에 유동인구가 많고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장소 확보가 중요하며 먼저 본인의 집 앞에서 장사를 시작하고, 점차 익숙해지면 소위 남들이 말하는 ‘좋은 목’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행보다는 개성을 창조해야 롱런

 

‘식문화 트렌드를 알려면 길거리로 나가라.’ 그만큼 길거리 음식은 앞서가는 식문화 코드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유행만을 좇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기존의 떡볶이, 순대, 오뎅에 김치부침개, 튀김 등을 세트 메뉴로 개발한다거나 평범한 재료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킨 재료를 사용하고 인테리어도 기존의 것과는 달리 ‘튀게’ 만들어 독자적인 브랜드임을 알리는 등 보는 맛과 먹는 맛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메뉴를 판매하더라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바로 성공의 열쇠인 것이다.

 

비싸다는 고정관념은 버려! @스시&마키
종로 학원가에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깔끔한 쇼 케이스 안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스시. 멋들어지게 걸린 간판, 길게 늘어선 줄…. ‘니기리 스시(にぎり스시)’는 색다른 아이템을 찾다가 비싸고 고급스러운 일식집에서 주로 먹는 스시를 생각해 냈다. 


본사에서 초밥을 일정 크기에 맞춰 제공하고 그 위에 문어, 새우, 참치, 연어, 광어 등 10가지 이상의 재료로 만들어 내 값도 싸고 신속하게 먹을 수 있어 젊은층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위생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적합한 냉장 온도로 맞춰진 쇼박스(show-box)도 특수 제작했다. 또한 날치알이 씹히는 고소한 맛의 마키는 오픈과 동시에 동이날 정도로 인기메뉴로 자리잡았다. 일본 사누끼 방식의 면을 즉석에서 삶아 만들어 주는 사누끼 우동과 돈가스 꼬치 구이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종이컵, 스시포장 패키지 등 모두 니기리 스시 로고를 새겨 직접 제작할 정도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프랜차이즈를 계획 중인 이곳은 계절적인 특성을 보완·수정한 후 번화가를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대 전철역 부근에 있는‘오~신나게 마키를 먹자’라는 의미의‘오신마키’도 자체 개발한 양념을 넣은 초밥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판매하고 있어 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주문 즉시 말아서 제공하고 있어 신선함을 주고 마키 2개를 먹으면 어묵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여성스럽게 연출한 인테리어도 매출 증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평범한 맛은 거부한다 @닭꼬치
길거리 음식의 선두 주자인 닭꼬치가 변신을 시도하고 나섰다. ‘꼬치야 학교가자’, ‘불타는 왕대박 불꼬치’, ‘춘천닭꼬치’,‘압구정 꼬치’등 이름만으로도 독특한 닭꼬치 전문점들은 다양한 맛 개발, 닭가슴살 대신 닭다리살을 주 재료로 쓴 고급화 전략 등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우고 있다.


핵맛·기절맛·눈물맛·순한맛·바비큐 맛의 다섯가지 소스를 제공, 골라먹는 재미를 선사하는 ‘불타는 왕대박 불꼬치’는 독특한 소스맛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잡는다. 매운 맛을 상징하는 붉은색 인테리어, 위생적인 운영, 높은 마진률로 명동, 종로, 강남 등지의 노점 뿐만 아니라 방학동 등에 샵인샵으로 입점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본사에서 생고기를 20가지 이상의 한약재에 숙성, 숯불에 초벌구이를 해 각 점포로 배달하고 있어 높은 마진율도 자랑한다.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조미료 통이 사람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춘천 닭꼬치’는 하얀꼬치와 빨강꼬치를 판매하는데 취향에 맞게 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곁들이는 오뎅 국물에서 과감히 탈피, 구수하게 내는 숭늉도 이집만의 별미다. 빨간색 노점 포장마차인 ‘압구정 닭꼬치’는 전국에 30여개의 프랜차이즈 노점이 생겼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노점 히트에 이어 얼마 전 샵인샵으로 로바다야키식 선술집의 프랜차이즈를 시작해 이미 홍제동과 노량진, 충무로 3곳에 가맹점이 생겼다.

이국적인 기분을 선사
@빠스텔로&케밥
이태원, 강남을 중심으로 이국적인 음식을 찾는 고객층이 늘어났다. 비싼 돈을 주고 고급 레스토랑에나 가야 맛볼 수 있다고 여겨졌던 이국 음식. 수많은 종류의 길거리 음식이 등장했지만 이국음식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었는데 ‘브라질 빠스텔로’와 ‘케밥’의 등장으로 갈증이 해소되었다.


브라질 정통 간식인 빠스텔로는 치킨, 갖은 야채, 모짜렐라 치즈를 얇은 피에 가득 넣고 즉석에서 튀겨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길거리 음식점의 장점 중 하나인 이동편리성을 매장 운영에 적절히 도입하고 있다.


대학교 축제 기간이 돌아오면 대학가로, 경기장에서 시합이 있는 날은 경기장으로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번 맛본 사람들은 물어물어 다시 찾아올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강남에서는 터키식 샌드위치 ‘케밥’을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즉석에서 요리해 주는 놀라운 서비스까지.


‘케밥’은 갓 구운 닭이나 양 또는 소고기를 듬성듬성 썰어서 얇은 빵에 얹고 마요네즈나 요거트 같은 맛의 소스와 양상추를 넣어 말아주는 것으로 인근 영화관 관람객이나 쇼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국 음식의 특성에 맞게 직원을 외국인으로 고용해 어필하는 것도 이곳만의 특색이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김밥
작게 말아진 수십 종류의 김밥이 앙증맞게 전시되어 있다. 한입에 쏙 들어가도록 만들어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 만들어 놓은 김밥에 대한 위생이 문제가 되고 있어 주문 즉시 만들어 주고 있어 호응이 좋다.


‘텐-텐 플러스알파 (ten-ten+α)’는 돈가스, 불고기, 매운불고기, 매운고추, 날치알, 오징어채 등 10가지의 김밥 속을 고를 수 있고 요일별로 특별 김밥이 하나 보태지는 플러스 알파 김밥 등 총 11가지를 골라먹는 재미를 준다. 10가지의 김밥 가운데 선택권을 갖는 것은 고객의 몫.


5개에 2천원이지만 1개는 항상 덤으로 제공하고 있다. 텐텐김밥은 이미 상표출원을 마치고 프랜차이즈 단계를 밟고 있으며, 노점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선호도 1순위로 나타나고 있다. 신촌에 위치한 ‘미니김밥’은 뷔폐식으로 김밥의 내용물을 선택, 즉석에서 말아준다.


고추장삼겹살, 잔멸치, 김치 등 8가지 이상의 재료 중에 고객의 취향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천편일률적인 김밥의 개념을 벗으나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흔한 오뎅국물이 아닌 노란빛이 맛있어 보이는 계란국물을 주는 센스를 보여주는 이곳은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건강을 생각해 색색 옷 입은 @호떡
겨울철 길거리 식품의 대표격인 호떡은 이미 건강에 포인트를 맞췄다. 옥수수·녹차·호박씨·클로렐라 등으로 맛과 색상은 물론 건강까지 고려했다.


특히 한방 호떡까지 등장해 중장년층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건강을 생각해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곳도 눈에 띈다.
‘인사동 털보네 옥수수 찹쌀 호떡’은 주말, 주중 구분 없이 평균 50명 이상이 줄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곳.


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은 옥수수와 완두콩, 각종 견과류를 넣어 씹는 맛이 좋고, 찹쌀도 넉넉하게 넣어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주인 할머니의 빠른 손놀림도 하나의 볼거리로 제공된다. 맛을 내는 특별한 비법은 눈에 띄지 않지만 길에 늘어선 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해 ‘한번 먹어 볼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전개하지 않지만 호떡 만드는 법을 배우러 지방에서부터 올라올 정도로 그 명성이 높다.

 

홍제동의 ‘검은깨 녹차 호떡’에서는 녹차향 가득 품은 호떡을 맛볼 수 있는데 중간 중간 씹히는 검은 깨와 한방향이 고소한 맛을 더한다. 보성녹차잎을 사용해 만든 찹쌀 반죽에 흑설탕, 각종 한방재료로 만든 속을 넣은 호떡은 한약 냄새와 녹차향이 조화를 이룬다. 하루 500개 분량의 재료를 준비하며 보통 오후7시 이전에 동이 난다.

 

겨울철 별미, 추위야 가라~ @오뎅
매운오뎅, 잡채어묵, 해물쏙쏙오뎅, 게맛살 어묵, 치즈맛 오뎅 얼큰한 맛, 시원한 맛, 담백한 맛 등 그 맛이 각양각색으로 다채롭다. 대구를 시작으로 종로, 건대, 이대, 강남 지역은 최근 빨간 어묵이 휩쓸고 있다.

 

무, 미역, 다시다로 맛을 내던 기존 오뎅 국물과는 달리 매콤하고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각종 해산물과 집집마다 특색을 나타내기 위해 넣은 수십 가지 이상의 재료가 그 맛의 차별화를 더한다. 오뎅도 만드는 재료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해 씹히는 맛이 제각기 다르다. 생선을 갈아 만든 오뎅이 기본이었다면 여기에 잡채, 약초, 해물, 치즈 등이 더해져 맛을 다양화 하는 데 일조했다.

 

종로에 위치한‘빨간 어묵’은 태양초 고춧가루와 통게 4마리를 넣고 우려내 매콤하고 얼큰한 맛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어묵은 흰살 생선이 많이 들어간 것을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집집마다 자신만의 특색을 살려 새우, 조개 등 각종 해물로 국물을 우려내고 치즈맛, 치킨맛 등의 오뎅을 사용하고 있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2006-01-10 

사진|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