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 of Business/@Lifestyle Shop

⊙뻔한 곳은 싫어, 성수동 편집샵 5

Paul Ahn 2010. 11. 13. 11:52

⊙뻔한 곳은 싫어, 성수동 편집샵 5

(the-edit.co.kr)

2023년 6월 12일
by 손유정

안녕, 성수동 거주 6년 차인 디에디트 인턴 에디터다. 성수동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동네 산책을 하다가 골목골목 포진해 있는 편집샵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

편집샵은 주인장의 취향이 듬뿍 담긴 물건을 모아볼 수 있어 매력적인 공간이다. 주인장이 나와 비슷한 안목을 가졌다면 구매 욕구가 불타오를 것이고, 색다른 개성이 담겼다면 취향의 세계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오늘 소개할 성수동의 편집샵 다섯 군데는 제각기 다른 테마를 가지고 있다. 포토북만 취급하는 서점부터, 손수 리메이크를 하는 빈티지 편집샵, 제로웨이스트샵까지.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찾아가 보길 바란다.


[1]
“Photobook only”
쎄임 더스트

 

포토북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이자 출판사, 쎄임 더스트. 영국 포토그래퍼 알란 에글린튼이 운영하는 서점으로 그가 직접 큐레이팅한 포토북을 만나볼 수 있다. 알란이 있는 시간에 방문하면 그에게 직접 책 추천을 받아볼 수도 있다. 참고로 알란은 한국어를 잘하니 긴장할 필요는 없다.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다 뜯어진 벽지와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 알록달록한 색감을 더했다. 과한 요소가 많은 것 같지만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햇빛이 창가를 비출 때만 바닥에 나타나는 글씨, 스위치에 붙어있는 귀여운 스티커처럼 이곳저곳에 담긴 디테일을 발견하는 것도 작은 재미다. 넓지 않은 서점이지만 책을 한 권 한 권 펼쳐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마치 볼거리가 아주 많은 좋은 사진전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매대에 놓인 책을 보면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알란이 쓴 일종의 홍보 문구다. 자극적이고 적극적으로 어필하진 않으면서도 눈길을 끄는 큐레이션 멘트가 적혀있다. ‘HEY! I’M THE LAST ONE!’ 네가 마지막이라고? 무슨 책인지 불문하고 당장 사야만 할 것 같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구는 ‘DO YOU LIKE FOOTBALL?’. <MUDDY DANCE>라는 책 제목과 단번에 매치되지 않아서 더욱 궁금증을 자극했다.

 

[ 출처 : 쎄임 더스트 홈페이지 ]

 

이 책의 정체는 선수들이 진흙투성이의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실은 포토북. 선수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한데 엉켜 들고,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마치 축구 유니폼을 입은 안무가들이 운동장을 무대로 안무를 선보이고 있는 것만 같다. 사진은 물론이고 표지도 예쁜 데다가 최근 <골 때리는 그녀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소장하고 싶었다.

 

 

알란의 포토북을 비롯해 쎄임 더스트에서 출간한 도서와 직접 제작한 굿즈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지만 포스트잇에 적힌 문구를 참고해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니 직접 가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쎄임 더스트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44-1 2층
  • @same_dust

[2]
“I love the only one”
이스트 오캄

 

성수동 깊숙한 골목에 위치한 회색 건물, 지하로 내려가는 어둑한 통로에 전광판 하나가 빛나고 있다. 매캐한 인센스 향을 맡으며 계단을 내려간 그곳에 이스트 오캄이 자리하고 있다. 비밀스러운 아지트처럼.

 

 

손현덕, 김지혜 디자이너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제주에서 공수해 온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샵이다. 동시에 빈티지 제품을 활용해 리메이크 의류를 만드는 패션 브랜드이기도 하다. 잡지를 오려 붙여 작품을 만드는 콜라주 기법처럼, 옷을 조각내고 다시 조립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옷은 독특한 디자인이지만 셔츠, 티셔츠, 맨투맨과 같은 제품군이라 코디하기 어렵지는 않다. 무엇보다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여유롭고 편안한 실루엣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작업대. 버려진 옷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곳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옷들이 세상에 하나뿐인 작업물로 재탄생하길 기다리고 있다. 이스트 오캄은 주로 빈티지 리메이크 제품을 선보이지만, 가끔 직접 디자인한 오리지널 라인을 생산하기도 한다.

 

[ 오리지널 라인, 프렌치 워크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워크웨어 재킷 ]

 

 

작업대 뒤쪽으로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살롱 공간’이라 불리는 곳. 매주 목요일 저녁 8시면 이곳에서는 무료 영화 상영회가 열린다. 예약할 필요 없이 누구나 와서 영화를 보고 갈 수 있다. 먹고 싶은 맥주나 와인, 안주를 들고 와도 웰컴. 상영표는 매달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한다. (상영회가 없는 시간에도 구매 여부에 상관 없이 누구나 편히 쉬어갈 수 있다.) 5월에는 <팩토리 걸>, <트레인스포팅>, <미드나잇 인 파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상영했다.

 

이스트 오캄

  •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4가길 13 B1
  • @eastoklm

[3]
“지속 가능한 동네 마트”
슈퍼파인

 

대형마트에는 수많은 제조사와 브랜드의 물건들이 총집합해 있다. 다양한 선택지는 즐거움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가끔은 버겁기도 하다. 예컨대 두부 한 모를 사려고 해도 이건 유기농이고, 이건 국산 콩을 썼고, 또 저건 가성비가 좋다는데,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골라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그렇다. 하지만 슈퍼파인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바로 지속 가능성.

 

 

슈퍼파인은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지향하는 그로서리 스토어다. 대형 마트처럼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잘 선별된 제품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고 전시되어 있다. 크게는 업사이클링, 비건, 파머스 마켓 등 세 가지 코너로 분류되어 있고, 자세히 들어가면 공정무역, 로컬 지향, 장인정신, 친환경 등 세세한 기준을 적용해 놓았다. 단순히 제품의 종류가 아니라 가치에 따라 구분한 방식이 인상 깊었다.

 

 

식재료를 작은 단위로 판매한다는 점도 슈퍼파인의 매력이다. 사과나 토마토를 먹고 싶다고 한 바구니씩 구매할 필요가 없다. 사과 한 알, 토마토 한 개만 사도 되니까. 억지로 많은 양의 식재료를 쓰기 위해 무리하거나 다 먹지 못하고 썩어버린 식재료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1인 가구나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글루텐 프리 스파게티, 김치 통조림처럼 동네 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식재료도 많다.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용품, 업사이클링 화분, 엽서와 마스킹 테이프 등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어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슈퍼파인은 베이커리 카페로도 운영되고 있다. 주말에 장을 보러 온 김에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기에 제격. 실내에는 작은 테이블과 널찍한 테이블, 소파 좌석이 골고루 놓여있고, 햇살이 쏟아지는 앞마당에는 야외 좌석도 마련되어 있다. 참고로 마당과 실내 공간 모두 반려동물과 함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디저트와 음료에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민을 담았다. 애플파이는 못난이 사과로 만들었고, 주스 역시 작은 흠이 있는 귤, 오렌지, 천혜향 등을 사용했다. 맥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맥주박으로 만든 그래놀라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는 재배 환경에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유기농법을 적용하거나 폐수를 재활용해서 만들어졌다.

 

 

지속 가능한 건강한 삶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슈퍼파인에 가보길 권한다. 내 선택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슈퍼파인


[4]
“ 좋은 소비를 제안하는 제로웨이스트샵 ”
원점

 

오염된 지구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플라스틱과 쓰레기가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제로웨이스트샵, 원점. 성수동 뒷골목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매장이지만, 매장 앞에 가득 모인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병뚜껑 덕분에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원점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제로웨이스트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다. 200가지가 넘는 물건들이 알차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다회용 빨대부터 커피 찌꺼기로 만든 연필과 화분, 지속 가능한 우산, 친환경 목재컵,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가구 등. 이제는 비교적 익숙한 물건부터 처음 만나는 생소한 친환경 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제로웨이스트샵에 걸맞게 버려질 박스를 오려 손 글씨를 써넣은 정성스러운 이름표와 안내문을 참고해 새로운 제품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체험도 할 수 있다.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뚜껑을 활용해 키링이나 카라비너를 만드는 체험이다. 매장에 모인 병뚜껑 중에서 원하는 색깔을 선택해도 되고, 집에 있는 병뚜껑을 가져가도 된다. 가게 한구석에서 존재감을 내뿜는 기계가 이때 사용된다. 분쇄기로 병뚜껑을 작게 조각낸 후 사출기에 넣고 녹여 틀에 넣고 굳히면 끝. 이 간단한 과정을 거치면 패턴과 색깔이 제각기 다른 하나뿐인 제품이 탄생한다.

 

 

꼭 직접 만들지 않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해도 된다. 실제로 보면 알록달록한 색감이 생각보다 더 귀엽고 영롱하다. 게다가 세상에 하나뿐이라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키링은 두 가지 모양 중 선택할 수 있는데,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 생태계 오염으로 가장 크게 고통받는 거북이와 돌고래 모양이다. 지니고 다니면서도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매장 구석구석 분리배출 안내서, 제로웨이스트 실천 팁 등 보고 배울 거리도 숨어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여러 종류의 샴푸 바와 플로깅 키트, 한쪽에 마련된 리필 샵 역시 개인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실천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셈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지구에게 다정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원점

  •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7길 42
  • @one_zeom

[5]
“살림살이 사는 재미”
모세의 부엌

 

골목길을 걷던 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아한 소리를 따라가니 그곳에 모세의 부엌이 있었다. 문고리에 걸린 모빌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였다. 마치 여기로 들어오라고 속삭이는 듯한 소리에 홀린 듯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세의 부엌은 뚝섬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떨어진 상원길에 위치해 있다. 모빌 소리에 이끌려 들어가 보면 친절한 사장님이 밝은 미소로 맞이해 준다. 이곳은 각종 주방용품이 그득한 리빙 소품샵. 매장 안에 위치한 테이블 위에는 여러 종류의 컵과 식기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서랍서랍마다 커트러리가 가득 차 있다.

 

 

다양한 디자인의 식기들이 정말 많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물건을 지저분해 보이지 않게 정리했는지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중에 네가 갖고 싶은 거 하나쯤은 있겠지.’가 사장님의 모토인 걸까.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다가 양 손 무겁게 나가게 될 수도있다. 하지만 괜찮다.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제품들이 대부분이니까. 접시의 경우 2천 원대부터 5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건 귀여운 눈사람 모형이 올라간 트레이. 여기에 디저트를 담으면 얼마나 귀여울까? 시리얼 그릇으로 써도 좋겠다. 눈사람이 우유에 빠진 것처럼 보이겠지. 뭘 담아도 빙긋 웃고 있는 눈사람과 함께라면 귀엽지 않을 리 없다.

 

 

도자기 술잔, 치즈 모양 접시, 도토리 수저 받침 등 다 둘러보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물건이 있어 선택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괴로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합리적인 가격대의 귀여운 소품들이 많으니 주방에 감성을 더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참고로 모세의 부엌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모세의 부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