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루리티 성역 순례 / 페루, 부활절 58일 후
안데스 산맥 해발 3,399m 지점의 분지, 잉카제국의 수도로 한때 1백만 명이 거주했다는 도시 쿠스코. 이곳은 남아메리카의 원주민, 인디오들의 오랜 삶터로, 이들의 고대 문명을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1532년 스페인이 침략하기 전까지 잉카 제국의 화려한 문명을 꽃 피웠던 도시다. 지금도 곳곳에 잉카의 전설과 숨결이 남아있는 이곳엔 오래 전부터 내려온 종교 행사, ‘코이루리티 성역 순례’가 매년 행해지고 있다. 가톨릭과 인디오 토착 신앙이 융합해 생겨난 ‘코이루리티 성역 순례’는 기독교의 부활절 58일이 지나면 시작된다.
쿠스코의 8개 마을에서 온 9만 여명의 순례자들은 쿠스코의 마와야니 마을에서 출발해 예수님의 기적이 나타난 시나카라 골짜기에 있는 성지로 향한다. 이들은 커다란 짐을 지고 4000m가 넘는 고산지대를 십자가 행렬로 물들이며 기도와 춤으로 신에게 경배를 드리는데, 이 행렬에서 각 지역의 부족들은 자신들의 출신을 나타내는 전통 옷을 입고 춤과 음악을 선보인다.
아마존 강의 시원인 안데스의 만년설은 이곳 인디오들에게는 물의 풍요를 상징하는 존재. 때문에 안데스 고원 각지에 흩어져 살아가던 인디오들은 해마다 수확기가 지나면 고대 산신 코이루리티를 기리는 축제를 벌였다. 이 전통은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가톨릭의 예수를 숭배하는 종교 의식으로 바뀌며 오늘날까지 행해지고 있다.
신을 만나기 위해 기꺼이 고행의 길을 선택하고, 밤새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신에 대한 감사함으로 즐거움의 춤을 추는 순례자들까지. 기적을 믿고 축복을 기원하기 위해 떠나는 ‘코이루리티 성역 순례’. 잉카 문명을 간직한 안데스 산맥에서 펼쳐지는 쿠스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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