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도시장을 살린 상상력 / “서해 활어 뱃길로 들여오자”
http://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1480.html
“서해에서 한강을 따라 배가 들어오는 날은 하루 매출이 400만원을 훌쩍 넘었어요. 시장 안쪽의 작은 횟집에도 사람이 넘쳐났죠.” 지난해 뚝도시장에 횟집 ‘연평도’를 연 양병현(38)씨는 겨울철이라 연평도에 배가 뜨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다.
2016년 5월20일 서울 성동구 뚝도시장은 1000여 명의 주민들로 떠들썩했다. 연평도·대청도 등 서해 5도에서 갓 잡은 자연산 활어와 싱싱한 수산물을 파는 직거래 장터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장터에서 판매한 광어·농어·우럭·해삼 등은 서해 5도 어민들이 직접 잡은 것들로, 운반도 어민들이 맡았다.
서해 5도 짙푸른 바닷속에서 놀던 활어가 뚝도시장에서 펄떡거린다. 시장에서 ‘연평도 횟집’을 운영하는 양병현 대표(오른쪽)와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이 활어를 보여주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새벽에 연평도를 출발한 어선은 경인 아라뱃길을 거쳐 한강을 거슬러 올라 9시간 만에 뚝섬나루에 도착했다. 어민들이 싣고 온 활어와 해산물 800㎏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모두 동났다. 뚝도시장번영회 김준한 회장은 “이런 신나는 판이 벌어진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시장이 살아 꿈틀댔으니”라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1962년 개장한 뚝도시장은 1990년 말까지 40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설 만큼 번창했다. 동대문·남대문 시장과 함께 서울의 3대 시장으로 손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2001년 대형 할인점이 주변에 들어서고, 재래시장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상가 공실률이 30%에 이를 만큼 불황을 겪었다. 지금은 130여 개 점포만 영업을 하고 있다.
시장의 쇠락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상인들과 지역 청년·예술가·성동구 등이 2014년부터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뚝섬나루에서 나왔다. 시장 살리기에 골몰하던 이들은 뚝도시장에서 불과 250m 거리에 배가 들어올 수 있는 접안시설(뚝섬나루)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경인 아라뱃길과 한강을 이용해 서해에서 잡은 싱싱한 자연산 활어를 판매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시작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성동구 유통관리팀에서 ‘뚝도활어시장’ 조성 사업을 담당했던 김평선 팀장은 “구상은 누구나 반길 만큼 참신했다. 그렇지만 전례가 없어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한다.
아이디어가 나왔으니, 다음 단계는 부딪쳐보는 일이었다. 서울시한강사업본부에 한강을 통해 뚝섬나루까지 배가 들어올 수 있는지, 접안시설은 사용할 수 있는지 타진했다. 고기잡이 어선을 200대 이상 갖고 있는 인천 주변의 어촌계 20여 곳에 전화하거나 방문해 사업에 관해 설명했다. 어촌계장들은 대부분 사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안정적으로 활어를 공급하려면 수산물을 보관하는 집하장과 일정 규모의 운반선이 필요하다며 어려워했다. 그러던 중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한강 뱃길이 열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2015년 4월 서해 5도에서 출발한 어선 세 척이 인천을 거쳐 여의도까지 8시간을 달려와 국회에서 ‘활어 시식회’를 열었다는 뉴스였다.
김 팀장은 시식회에 활어를 댄 박태원(58) 연평 어촌계장과 만났다. 박 계장은 “서해 5도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안정적인 판로가 없어 주변에 널린 신선한 수산물을 잡아도 팔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아라뱃길을 이용한 어선의 입·출항 문제와 선착장 설치 등을 놓고 국민안전처를 비롯해 인천해양경비안전서,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사업본부, 서해 아라뱃길 정책추진단의 협의가 이어졌다. 2015년 시범 사업으로 10월과 11월에 두 차례 활어축제를 열었고, 이 축제에서 3600여 명의 주민이 서해에서 갓 잡은 싱싱한 활어를 즐겼다.
성동구는 시범 사업에서 자신감을 얻어 지난해 6월부터 뚝도 활어시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장 안에 ‘연평도’ 등 횟집 세 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9~12월까지 매달 둘째·넷째 주 금요일에는 뚝섬나루에서 서해 5도 수산물을 직접 거래하는 ‘장 서는 날’을 열었다.
장 서는 날’은 서해 5도 조업이 재개되는 3월부터 다시 열 계획이다. 대신에 요즘은 매주 금요일 인천에서 트럭으로 횟감들이 올라온다.
자연산 활어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집하장 시설도 지난해 말 설치를 마쳤다. 다만 관리 등의 문제로 아직 운영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횟집 ‘연평도’의 양 사장은 “최근 서해 5도에서 공급하는 활어의 양이 일정하지 않아 문제”라며 “활어의 안정적인 공급이 시급하다”고 했다. 원활한 활어 공급이 이뤄지려면 전담 운반선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수산물 유통 과정을 총괄하기 위해 서해 5도 어촌계와 시민단체, 뚝도 상인회가 참여하는 협동조합도 설립했다. 성동구는 올해도 뚝도 활어시장을 열 수 있도록 한강 변에 선착장과 판매장을 설치하는 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역 주민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뚝도활어시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렇지만 이들은 상상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2017-01-19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뚝도시장의 ‘7인의 청년 사장
http://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1481.html
수제 맥주·웰빙 농산물·치킨·즉석떡볶이 등 다양한 품목, 시장 활력소
“수제 맥주와 재래시장 음식이 뜻밖에 잘 어울려요. 순대, 홍어무침, 도가니찜 등이 저희 가게 인기 메뉴예요.”
뚝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청년 상인 7명이 9일 저녁, 시장 안 가게에 모였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민은영, 배소연, 권혁민, 지창대, 김성현, 홍성호, 양희성 씨.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성수제맥주
뚝도시장 안 도로 중간쯤 골목으로 들어서면 세련된 맥줏집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성수제맥주×슈가맨’. 젊은 세대들이 즐겨 찾는 곳에나 있을 법한 수제 맥줏집이다. 인사동 ‘크래프트 비어펍’에서 근무한 경험을 밑천 삼아, 김성현(36)씨가 지난해 10평 규모의 가게를 차렸다. 매장 인테리어 비용과 1년 치 임대료 등 1700만원 상당의 지원을 성동구의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받았다. 김씨는 “3년 정도 매니저로 현장 경험을 쌓았고 독립할 때가 됐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와 창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호호건강마을
김씨처럼 뚝도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청년들이 또 있다. 저마다 개성을 살렸다. 민은영(35)씨는 ‘호호건강마을'의 주인장이다. 견과류와 렌틸콩, 아마씨 같은 웰빙 농산물을 함께 판다. 민씨는 “묶음 판매하는 방식으로 대형 마트보다 가격이 저렴한 품목을 마련한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감닭5900
배소연(22)씨는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튀긴감자와 치킨을 파는 ‘감닭5900’을 운영한다.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배씨의 꿈은 음악치료사다. 대학원에 진학해 꿈에 한 발짝 다가서고 싶지만, 먼저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고 학비 등을 해결하고 싶어 창업을 택했다. 배씨는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아 섣불리 장담할 순 없지만 일정한 수준의 매출은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삼오·칠 즉석떡볶이
‘삼삼오·칠 즉석떡볶이’의 주인장 지창대(36)씨는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소개했다. 늘 창업을 생각했지만 가족이 마음에 걸려 3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직접 만든 소스의 즉석떡볶이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전주식당
백반과 김치찌개 등을 파는 ‘전주식당’의 홍성호(31)씨는 손맛 좋은 어머니와 협업하는 것이 무기고,
@충전소
문화기획자 양희성(29)씨는 시장에서 상인·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 기획사 ‘충전소’를 차렸다.
@쇼핑몰 ‘e시장’
권혁민(27)씨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장보기와 배달을 해주는 쇼핑몰 ‘e시장’을 시작했다.
◇지역 공동체 거점 기능 되살려
이들 ‘청춘 사장’ 7명은 지난해 6월 앞서거니 뒤서거니 뚝도시장에서 가게 문을 열었다. 성동구가 지난해 진행한 ‘뚝도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이 든든한 힘이 됐다. 성동구는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공단, 뚝도시장번영회와 함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벌였다. 시장 안 빈 점포 등 남는 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19~39살의 청년 중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지원 대상이었다.
청년 사장들은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친 뒤 40시간의 창업·경영 역량 강화 교육을 받고 나서 점포에 불을 밝힐 수 있었다. 이들은 1년간 점포 임대료를 지원받을 뿐 아니라, 뚝도시장청년상인창업지원사업단(뚝도청춘사업단)을 통해 맞춤형 멘토링, 마케팅 콘텐츠 컨설팅 등 다양한 경영 비법도 전수한다. 청년들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시장 상인들의 야유회에 참석하는 등 시장에서 함께 살아갈 채비도 마쳤다.
뚝도청춘사업단의 김강 단장은 2007~ 2013년 지인들과 함께, 문을 닫는 영등포구 문래동의 철공소에 예술을 접목하는 공간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성수동에서 30년을 산 토박이인 그는 뚝도시장의 변화에 대해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에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라고 말한다. 김 단장은 “지역공동체의 거점 구실을 했던 시장의 고유 기능을 살려 ‘마트와 다른 시장’ 개념으로 뚝도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청년상회가 입점하고 젊은이들이 시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이벤트인 ‘썬데이 마켓’ 등에 기존 상인의 참여도 늘고 활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다른 상인들과 협동조합 추진
‘썬데이 마켓’은 지난해 8월 시작해 한 달에 한 번씩 일요일에 뚝도시장을 가르는 도로변에서 열리는 장터다. 기존 시장과 청춘의 만남이 주제다. 외부 청년 상인도 마켓에 참여할 수 있지만 상품은 수공예품으로 제한한다. 기존 시장 상인은 먹거리를 파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뚝도청춘사업단은 오는 4월까지 지속되는 사업이어서 종료가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 일곱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며 협업을 고민하고 있다. 시장 곳곳에서 따로 일을 벌이고 있지만, 뚝도시장과 미래를 함께하는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 협업을 논의한다. 김 단장은 “청춘상회와 시장 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판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2017-01-19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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