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북한경제를 이끌어온 2대 동력은 북중무역과 시장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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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의 북한경제 상황을 평가하는 데는 두 개의 엇갈리는 견해가 존재한다. 즉, 상대적 호전론과 여전한 정체·침체론이 그것이다. 이러한 논쟁은 한국은행의 북한 GNI(Gross National Income) 추정치의 신뢰성에 대한 논쟁과도 직결된다. 그리고 이 논쟁의 한 가운데에 북한의 시장화(또는 비공식경제)라는 현상이 존재한다.
한국은행 추정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2000년대 후반부터 마이너스 성장과 플러스 성장을 반복하다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도 경제성장률이 0.8~1.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추정결과가 최근 크게 활기를 띠고 있는 시장경제활동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최근 북한경제는 한국은행 추정결과보다 양호한 상태, 예컨대 경제성장률이 1~2% 포인트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 북한 시장화를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한국은행 추정치를 대체로 수용하면서 북한경제의 정체·침체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북한경제를 이끌어온 2대 동력은 북중무역과 시장화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북한경제의 방향성에 대해 전문가들이 대체로 합의하지만, 2015년처럼 두 가지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전문가들의 견해차가 발생한다. 문제는 북중무역은 통계로 포착되지만 시장화는 통계로 포착되지 않는다는 비대칭적 성격 때문에 전문가들의 견해차가 좁혀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경제의 부문별 움직임을 살펴보자. FAO·WFP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생산은 2010년의 450만t에서 2014년에는 503만t으로 53만t(11.8%)이나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 들어서는 식량생산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 상반기 북한은 심한 가뭄을 겪었고, 이것이 올해 식량 작황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FAO는 올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이 작년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국내의 저명한 북한농업전문가는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KOTRA 추계에 따르면, 북중무역은 지난 2014년 68.6억 달러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4.9%에 그쳤고, 북한의 대중 수출은 전년대비 2.5%의 감소를 기록했다. 그리고 북한의 대중 수출 주력품목인 무연탄과 철광석의 수출은 2014년에 전년 대비 17.7%, 25.7% 감소세를 각각 나타냈다. 더욱이 2015년 상반기에 북중교역은 수출(10.6%), 수입(15.8%)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무연탄의 수출은 1.6% 감소에 그쳤지만, 철광석의 수출은 무려 70.3%나 감소했다.
대중 수출 부진으로 외화수입 확보에 애로가 발생함에 따라 북한당국은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 중국·러시아 등 해외 노동력 송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시장 물가 및 환율의 움직임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2009년 12월에 전격적으로 실시된 화폐개혁 직후의 3년간, 즉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북한은 급격한 물가 및 환율의 상승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2013년 1월부터 2015년 12월초까지 쌀값은 ㎏당 6,000원 선 아래에서, 환율은 달러당 9,000원 선 이하에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년간 유지되고 있는 물가 및 환율의 안정세는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북한 당국의 정책적 노력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전문가들은 △달러화(dollarization)의 급격한 진행에 따른 북한 원화 유통 감소 △쌀 생산 증대 및 북한당국의 비축미 방출 △시장화의 진척에 따른 쌀의 보관 및 유통체계 개선 △북한당국의 통화증발 억제 노력 등 나름대로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 일치된 견해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북한의 시장은 2010년 이후 다시 한 번 속도가 붙고 있다. 사실 김정일 정권 말기 및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의 정책은 종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국이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개입하고, 시장을 공식 제도 내에 편입시키면서 동시에 시장의 성장을 추동하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 부동산 시장이 대표적이다.
물론 북한이 중국처럼 공개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시장화를 촉진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완전히 비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법·제도적인 뒷받침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관한 것으로서, 법적으로는 엄격히 금지하지만 기관·기업소의 산하에 편입시킨다는 조건 하에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관·기업소는 개인 소유의 생산수단에 대해 명의를 빌려주고 부분적 합법성을 부여하면서 사실상의 세금을 수취한다. ‘사회주의 모자’를 씌워주는 정책, 즉 ‘회색(grey) 지대’ 정책이다. 이것이 북한식 시장화, ‘북한식 개혁’의 특징이다.
시장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정책기조가 허용보다는 좀 더 높은 수준일 수 있음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다. 5.30 조치로도 불리는 이 조치는 농장 및 공장 운영에 있어서 시장과 관련된 제반 불법적 또는 반(半)합법적 활동의 상당 부분을 합법화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시장화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받으면서 크게 탄력을 받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2014년까지 북한경제는 미약하나마 저성장 기조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북한 시장화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 시기 북한경제가 상대적으로 호전되었다고 보고 있고, 반면 북한 시장화를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북한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고 해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15년은 양상이 약간 다르다. 부정적 요인이 두드러진다. 우선 식량생산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보다 더 큰 요인은 무역이다. 최대의 외화벌이 사업인 북중무역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석탄, 철광석 등 광산물의 대중 수출 전망이 상당히 어둡다. 물론 북한당국은 해외관광객 유치 확대, 해외 노동력 송출 확대 등과 같은 대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국내의 각종 외식·여가·오락 서비스 시설을 계속 늘려가며, 더욱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중간층 및 부유층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흡수하고자 하는 이른바 ‘국내의 외화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외화수입원의 증대를 통해 광산물 외화수입 감소분을 얼마 만큼 메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반면 긍정적 요인도 만만치 않다. 시장 물가 및 환율은 여전히 안정되어 있다. 특히, 올해 식량생산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외부세계의 전망이 우세한데도 정작 북한 내부에서 가을 추수가 끝난 12월 초까지도 시장의 쌀값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의 시장화는 2015년에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무역부문의 충격이 시장화에 악영향을 미칠 법도 한데, 현재로서는 그러한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이처럼 2015년 북한경제는 부정적 요인과 긍정적 요인이 공존, 교차하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어느 요인이 더 큰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북한 시장화를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2015년 북한경제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킬 것이고, 북한 시장화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반대의 입장을 펼 것이다.
절충적·타협적으로 이야기한다면, 2015년의 북한경제는 2014년보다 나빠지더라도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면 2015년의 북한경제는 2014년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북한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로 접어들 가능성조차 제시하고 있지만 너무 성급한 이야기이다.
2016년의 북한경제를 전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보면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용히 추진하는 ‘북한식 개혁·개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5월의 7차 당대회에서 경제 분야에 대한 언급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원론적·추상적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민생활 향상 관련 부분은 포함될 공산이 크고, 대신 사회주의 원칙의 고수도 빼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경제 분야의 새롭고 원대한 비전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 전략까지 나올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한편, 현재 추진하고 있는 조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조치, 획기적 조치의 발표 가능성, 예컨대 자율성 및 인센티브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확대·발전·전면화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양문수 msyang@kyungnam.ac.kr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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