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테인먼트 / 읽으며 노는 '리딩테인먼트' 불황·고령화 지역 되살려
도쿄의 명동, 인구 5만 日시골도… 책이 사람을 모았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31/2017053100353.html
-'1㎡당 5억' 긴자에 들어선 서점
명품 쇼핑몰 최상층에 책 6만권… 中관광객만 오던 곳에 청년 북적
-年100만명 찾는 시골 도서관
연중 무휴에 카페·키즈존까지… 다케오市 "경제효과 年200억원"
-국내도 '리딩테인먼트' 바람
서울 코엑스에 도서관 문열어
★긴자 식스(Ginza Six)' 쓰타야(蔦屋)
지난 28일 일본 도쿄(東京) 긴자(銀座) 한복판에 있는 초호화 쇼핑몰 '긴자 식스(Ginza Six)'. 뉴욕 MoMA(현대미술관)를 디자인한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가 외관을 만들고 중앙 홀 천장에 세계적인 예술가인 구사마 야요이의 대형 설치 작품 '호박'이 내걸려 있다.
1층엔 디오르와 로에베, 2층의 발렌티노와 생로랑, 3층의 겐조와 멀버리 등 241개 명품 브랜드로 가득 찬 이 건물의 쇼핑공간 맨 위층 '펜트 하우스' 격인 6층에 올라가자 700평(2314㎡) 규모의 서점 '쓰타야(蔦屋)'가 있었다.
6만권이 진열된 책장 사이에 마련된 좌석 170석은 빈자리가 없이 꽉 차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어깨가 드러나는 원피스 등을 입어 멋을 부린 20~30대 여성과 명품 시계를 찬 30~40대 남자가 많았다.
1㎡당 최고 5000만엔(약 5억원)이 넘어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긴자의 쇼핑몰에 서점이 들어선 이유는 뭘까. 최근 일본에서 젊은 층, 특히 유행을 만드는 '트렌드 리더(trend leader)'가 서점에 모이기 때문이다.
요즘 일본 서점들은 책을 파는 공간을 뛰어넘어 어떻게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집을 꾸미고, 삶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곳 서점 중앙에는 패션, 사진, 인테리어 관련 서적과 잡지들이 진열돼 있었고, 서적 옆에는 인테리어 소품과 옷들도 함께 판매 중이었다. 서점 옆 큰 책들이 전시용으로 진열된 공간 앞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바빴다.
일본의 명소가 된 긴자 서점과 다케오 도서관 일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도쿄 긴자 한복판에 위치한 긴자 식스의 최상층에 있는 ‘쓰타야 서점’(위). 일본 사가(佐賀)현에 있는 다케오(武雄) 시립도서관(아래). 인구 5만명의 이 시골마을 도서관은 2013년 재개관한 후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로 거듭났다.
▷일본의 명소가 된 긴자 서점과 다케오 도서관 - 일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도쿄 긴자 한복판에 위치한 긴자 식스의 최상층에 있는 ‘쓰타야 서점’(위).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 시립도서관
일본 사가(佐賀)현에 있는 다케오(武雄) 시립도서관(아래). 인구 5만명의 이 시골마을 도서관은 2013년 재개관한 후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로 거듭났다. /도쿄·다케오=이혜운 기자
긴자 식스 관계자는 "일본 젊은이들은 서점 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인테리어 물건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러다 보니 호화 쇼핑몰의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이 또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공간은 서점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일본에서 서점은 고리타분한 곳이 아니라 가장 멋진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뱅앤드올룹슨 스피커나 다이슨 청소기 같이 비싼 전자 제품을 함께 파는 서점도 생겨났다.
일본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 '리딩테인먼트(reading+entertainment)'가 유행하고 있다. 긴자 식스 같은 상업 공간뿐만이 아니다.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 시립도서관
책은 시골 마을까지 살아나게 한다. 인구 5만명인 일본 사가(佐賀)현에 있는 다케오(武雄)시는 시립도서관을 리뉴얼하면서 연간 10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이곳에서 시작된 시골 마을의 도서관 혁명은 미야기(宮城)현, 가나가와(神奈川)현, 야마구치(山口)현에서도 진행 중이다.
▷일본 사가(佐賀)현에 있는 다케오(武雄) 시립도서관(아래). 인구 5만명의 이 시골마을 도서관은 2013년 재개관한 후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로 거듭났다. /도쿄·다케오=이혜운 기자
국내에서도 하남 스타필드·롯데백화점 등에 대형 서점들이 입점하는 걸 시작으로, 30일에는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삼성동 코엑스몰 한복판에 대규모 무료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일본의 리딩테인먼트 열풍… 시골 마을부터 상업 시설까지 살린다
지난 25일 다케오 시립도서관. 평일 낮 시간이었지만, 그 앞 주차장에는 일본 전역에서 온 차들로 가득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에는 CD와 DVD를 빌려주는 공간이, 오른쪽으로는 스타벅스 매장과 좌석들이 있었다. 그 앞으로는 33m의 매대 위에 600권의 잡지들이 놓인 '매거진 스트리트'가 있었다. 카페와 가까운 좌석뿐 아니라 2층 노트북 좌석, 내부 열람실까지 260석 좌석이 가득 찼다. 멋진 모자를 쓰고 스마트폰으로 건물 외관을 찍고 있던 한 40대 남성은 "도쿄에서 이 도서관을 구경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다케오는 인구 5만이 안 되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히와타시 게이스케(口渡啓祐) 시장은 2006년 당선 직후 마을이 살아나려면 30~40대 기혼 여성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모여야, 아이들이 오고, 남편인 젊은 남성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13년 87억원을 들여 도서관을 대대적으로 공사했다.
책 25만권은 언제든 펼쳐볼 수 있도록 다 꺼내 진열했고, 커피와 함께 책을 볼 수 있도록 스타벅스를 들여왔다. 인구 5만인 이 도시에서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이제 연간 100만명 가까이(92만3036명) 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다케오 시립도서관으로 인한 지역 경제 기여 효과만 연간 20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다케오시 관계자는 "일본 시골 마을 중 1년에 관광객을 100만명 끌어들이는 시설은 다케오 시립도서관과 홋카이도 아사히야마 동물원,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번지는 리딩테인먼트
국내에서도 하남 스타필드·롯데백화점 등에 대형 서점들이 입점하는 걸 시작으로, 30일에는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삼성동 코엑스몰 한복판에 대규모 무료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 서울 코엑스에 문 연 ‘별마당 도서관’ -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부에 30일 문을 연 ‘별마당 도서관’. /김연정 객원기자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일본에서 시작된 '리딩테인먼트' 열풍은 국내로도 퍼지고 있다.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중심에는 '별마당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2800㎡에 2개 층으로 구성된 별마당 도서관은 13m 높이의 대형서가 3개에 5만여 권에 달하는 다양한 책과 국내 최대 규모의 잡지 코너, 최신 e-book 시스템을 갖췄다. 신세계그룹이 코엑스몰의 부활을 위해 60억원을 들여 만든 이곳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다케오시의 성공 모델을 본떠 코엑스몰에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도서관을 입점했다"고 말했다.
2017.05.31
도쿄·다케오(일본)=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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