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테크〕욜로 대신 짠돌이 갈아탄 2030 ‘김생민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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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패턴 서로 평가하며 알뜰 소비습관 형성…신조어 ‘생민스러운 삶’
▲ 소위 한탕주의라고 불리는 ‘욜로(YOLO)’를 추구하던 20~30대들이 짠돌이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방송인 김생민이 재무 설계를 해주는 컨셉의 KBS 예능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은 이 같은 문화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됐다. 사진은 은행에 방문한 20~30대 고객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를 외치던 20~30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기존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욜로(YOLO)는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뜻을 가진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단어로 오늘을 위해 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를 외치던 20~30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기존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욜로(YOLO)는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뜻을 가진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단어로 오늘을 위해 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거듭된 불황기에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 문화가 인기를 끌었다.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해 당장 사고 싶은 것이 있다면 구매하는 소비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홧김에 돈을 쓰는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욜로’ 보다는 절약하는 소비습관을 일컫는 ‘짠돌이’ 문화가 각광받고 있다. 평소 사소한 지출을 줄이고, 절약하는 생활 습관을 길러 현재보다 미래에 투자하려는 소비 트렌드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짠돌이 방송인으로 유명한 김생민이 진행하는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TV 프로그램의 인기가 이 같은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절약과 저축 등을 통해 10억원을 모은 김생민이 의뢰자가 보낸 한 달 분의 영수증을 분석하면서 재무 설계를 해주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방송에서 김생민은 충동적인 지출에는 ‘스튜핏(Stupid·멍청이)’, 아껴 쓴 사례에는 ‘그레잇(Great·훌륭해)’이라고 외친다. 당초 인터넷 방송의 일개 코너에 불과했던 프로그램은 커다란 인기를 끌면서 단독 프로그램으로 독립한 데 이어 지상파에도 편성됐다.
◇짠돌이 삶 선택한 2030…신조어 ‘생민스러운 삶’ 등장하기도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TV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에 열광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는 ‘생민하다’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절약하는 습관을 가진 연예인 ‘김생민’의 이름과 ‘~하다’라는 접미사가 합쳐진 신조어다. 김생민처럼 절약하며 사는 모습을 일컫는다.
▲ ‘짠돌이 삶’을 택한 젊은이들은 방송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재미로 방송을 보다 자신의 소비습관을 되돌아보는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청년은 충동적인 구매를 줄이고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사진은 KBS2 ‘김생민의 영수증’ 방송 모습 [사진=KBS2 ‘김생민의 영수증’ 방송 화면 캡처]
취업준비생인 김지연(25·여) 씨는 재미를 위해 프로그램을 시청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소비습관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사소하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의외로 크다고 느꼈다”며 “현재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적금을 들지 못하지만 취직하면 꼭 적금을 들어 노후를 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송주현(24·여·가명) 씨 역시 김생민의 영수증 프로그램을 접한 이후 ‘욜로’를 즐기는 생활 패턴을 버리고 ‘짠돌이’로 변신을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송 씨는 “원래 욜로의 삶을 지향하고 있어 버는 족족 전부다 써버렸다”며 “예전에는 돈이 부족하면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영수증 방송에서 카드부터 없애라는 김생민의 말을 듣고 당장 카드를 없앴다”며 “카드를 사용하던 계좌에는 현재 수입의 반을 저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씨는 “원래 저금을 한 적도 없고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면서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생민이 방송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짠돌이소비 문화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스튜핏’과 ‘그레잇’을 사용하며 올바른 소비를 했는지 평가해달라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송지연(30·여) 씨는 “최근 들어 평소 ‘스튜핏’과 ‘그레잇’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전송한 뒤 ‘스튜핏’인지 ‘그레잇’인지 묻는다”며 “친구 입에서 ‘스튜핏’이라는 말이 나오면 갖고 싶던 것이라도 구매를 포기한다”고 전했다.
송 씨는 “사소한 부분에서 절약을 실천하게 됐다”며 “평소 가입만 해두고 사용하지 않았던 음악 스트리밍 앱의 정기결제 상품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적금 상품도 알아보고 있다”며 “원래 단기투자 성향이지만 김생민이 장기투자가 좋다고 말을 해서 그런 상품 위주로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재은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탕주의를 쫒던 젊은이들이 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득이 부족해지자 절약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태도는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를 대비하는 수단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물론 지나치게 저축을 하면 일본처럼 소비가 줄고 내수경제가 침체하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것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자투리 금액 모은다…금융권 ‘짠테크 상품’ 열풍
자료: 각 은행 ⓒ스카이데일리
은행권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이러한 소비트렌드에 발맞춰 ‘짠돌이’를 공략하기 위한 이른바 ‘짠테크’ 상품을 내놓고 있는 추세다. ‘짠테크’는 ‘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다. 절약하는 습관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상품 구성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연금 상품 ‘KB라떼 연금저축펀드’를 출시했다. 노후대비가 취약한 20~40대 젊은 세대를 위한 모바일 전용 연금 상품으로 라떼 한 잔 값을 매일 절약하면 노후를 위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카페라떼 효과’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산술적으로 매일 커피값 5000원을 저축하면 1년에 182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KEB하나은행은 커피, 군것질, 담배 등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지출되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오늘은 얼마니?’ 적금을 지난 5월 출시했다.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월 최대 100만원 범위 내에서 하루 적립한도 1000원~5만원까지 적립 가능하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해당 적금상품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간편 송금서비스인 ‘텍스트뱅킹’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금리는 최대 연 2.2% (12개월제)까지 가능하다. 기본금리(6개월제 연 0.8%, 12개월제 연 1.0%)에 최대 연 1.2%의 우대금리가 더해진 금리다.
우리은행도 지난 5월 ‘위비 짠테크 적금’을 내놨다. 하루 단위로 저축을 늘리는 ‘캘린더 강제저축’과 생활비를 하루 단위로 쪼개 봉투에 넣어 사용하는 ‘봉투 살림법’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상품은 매일 저축액을 늘려 자동이체하거나 남는 생활비를 이체 해 저축하는 방식이다.
해당 상품은 모두 우리은행 모바일 어플인 위비뱅크를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1년제부터 2년제, 3년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1년제 기준 기본 금리는 연 1.0%이며, 우대금리 포함 시 최대금리는 연 2.3%다.
신한은행은 자투리 금액을 수시로 모아 한 달마다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비대면 전용 예금 ‘한달애(愛) 저금통’을 판매하고 있다. 일일 최대 3만원, 월 30만원까지 소액 단위로 입금해 고객이 저축한 금액을 연 4.0% 이자를 포함해 적립금으로 매월 1회 돌려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양세정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대 사회는 욜로와 같이 소비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분위기다”며 “이런 상황에 ‘김생민의 영수증’ 프로그램은 한 쪽으로 치우치려는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은행권에서 출시하는 청년 금융 상품들은 대체로 젊은이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됐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마케팅을 통한 고객 유치 목적이 크다”며 “충분히 다른 상품들과 비교 후에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스카이데일리
2017-10-05
김민아기자(jkimmina@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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