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이어 홈플러스, 롯데도?…'리테일 리츠' 전성시대 열리나
지난 2001년 도입됐지만 활성화되지 못한 부동산증권화상품 리츠(부동산투자신탁)가 이리츠코크렙 등 유통 매장을 유동화한 리테일리츠 출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국내 리츠는 오피스 중심이다 보니 공실률, 건물 매매 가격 등 리스크에 노출돼 크게 인기가 없었다. 현재 상장된 리츠는 4개에 불과하다.
리테일리츠는 오피스리츠와 달리 유통회사 점포 부동산을 증권화해 상장한 상품이다. 유통회사와 길게는 수십 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랜드는 뉴코아아울렛 일산, 평촌, 야탑점 부동산을 기초로 한 이리츠코크렙을 지난달 27일 상장했고, 홈플러스는 점포 40개를 기초로 한 리테일리츠를 올해 11월 중 상장할 계획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쇼핑도 점포를 유동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리츠 설립해 차입금 부담 해소하는 유통회사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점포 40여개를 유동화한 리테일리츠를 오는 11월쯤 상장할 계획이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점포 142곳 중 어느 점포를 리츠에 편입할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략 리츠 가치를 2조원에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 홈플러스 강서 본사 전경. / 홈플러스 제공
MBK파트너스는 리츠 지분 20%만 확보하고, 나머지 80%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공동 투자했던 대주단 및 은행에 넘길 계획이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대출이자를 받다가 리츠 배당을 받게 되는 것이다. MBK파트너스 한 관계자는 “이번 리츠 설립이 완료되면 인수 당시 차입금을 거의 다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며 “차입금 상환이 끝나면 재무구조가 강화되면서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MBK는 2015년 9월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4조3000억원을 차입했다(인수금융 규모). 이 가운데 일부 차입금은 2016~2017년 14개 점포를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갚았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쇼핑 또한 리테일 리츠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롯데쇼핑은 기업설명회(IR) 등에서 점포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33곳, 아울렛 21곳, 대형마트 124개곳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자산비율(PBR)이 0.4배에 그쳐 부진 점포는 매각하는 형태로 경영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 점포는 핵심상권에 위치해 있으며 특히 명동과 잠실, 강남점 점포 가치는 상당히 높다”면서 “리츠 설립을 추진한다면 주가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리츠코크렙은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791억원을 이랜드 계열 2001아울렛 중계점, 분당점을 보유하고 있는 ‘케이비와이즈스타6호’에 투자키로 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리츠코크렙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어 이미 리츠에 넘겨 유동화한 이들 점포의 임대료 부담을 결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리츠코크렙의 리츠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상장 리츠 부진했지만…“리테일 리츠는 다르다”
그동안 상장 리츠는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다. 모두투어리츠는 2016년 9월 큰 관심 속에 공모가 6000원에 상장했지만, 상장 이후 계속 내리다가 최근 34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모두투어리츠는 모두투어가 보유하고 있는 호텔을 운영하는데, 매출 성적이 호텔 객실률과 연동돼 있다 보니 리스크가 적지 않은 편이었다.
이랜드 이어 홈플러스, 롯데도?…'리테일 리츠' 전성시대 열리나 배당은 제때 했지만, 리츠 청산 때 건물이 팔리지 않아 애를 먹은 사례도 있다. 분당 센트럴타워에 투자한 코크렙제8호는 당초 2013년 3월 청산 예정이었지만 건물이 팔리지 않아 2014년 3월까지 만기를 1년 연장했고, 결국 그해 9월 매수가는 물론, 감정평가액보다도 20억원 낮은 570억원에 팔아야 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피스 리츠는 여러 변수가 있다 보니 일본 등 리츠 선진국에서도 리테일 리츠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랜드 재무팀 한 관계자는 “이리츠코크렙의 경우 공모가를 기준으로 향후 16년 간 최소 7%의 배당 수익률을 보장한다”면서 “이리츠코크렙 또한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리츠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으로 보여지며, 향후 안정적인 배당을 창출하면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018.07.02
안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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