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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산업〕日 불매운동 외식업계로 확산 매출 동반 추락

Paul Ahn 2019. 10. 10. 10:00

〔외식산업〕日 불매운동 외식업계로 확산 매출 동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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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의 對 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외식업계에도 심각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이자카야에는 고객 발길이 끊기고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가맹문의가 뚝 끊겼다.

 

일본 관련 외식업계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일본산 주류인 사케나 식재료를 수입하는 업체들도 매출이 급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직원에게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일본색 지우기 나선 외식업체들

불매운동의 여파가 커지자 부랴부랴 일본색 지우기에 나선 곳들도 있다. 일본풍 인테리어 소품, 일본어 등 ‘일본풍’을 마케팅 도구로 인기를 누렸던 곳들은 메뉴판의 일본어를 삭제하거나 일본어로 된 메뉴명을 한국어로 바꾸는 등 일본색을 없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메뉴명의 ‘데리야끼’를 간장구이로, ‘나베’를 국이나 탕으로, ‘오뎅’을 어묵으로 바꾸는 식이다.

 

간판갈이에 나선 외식업체도 있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일본의 ‘규카츠(일본풍 소고기 커틀렛)’ 브랜드 교토가츠규는 지난달 일부 점포의 간판을 ‘서울牛까스’로 바꿔 달고 메뉴명인 규카츠는 ‘소고기 너비튀김’으로 변경했다. 교토가츠규는 일본에 본사를 둔 일본 브랜드다.

 

교토가츠규 한국 관계자는 간판갈이 이유에 대해 “변경 전후의 메뉴와 분위기가 비슷해 불매운동으로 인한 브랜드명 변경으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매출이 부진했던 일부 교토가츠규 매장을 폐점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브랜드를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교토가츠규 브랜드가 론칭 3년째에 접어들면서 경쟁력이 저하, 변경을 준비해오던 것이 불매운동과 시기가 맞은 것뿐”이라며 “서울牛까스의 점포 확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고급 소고기 구이전문점 도쿄등심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브랜드 이름 모집에 나섰다. 이 브랜드는 (주)오픈이 운영하는 우리나라 기업이다. 도쿄등심 관계자는 “론칭 초기의 퓨전일식 콘셉트를 넘어 프랑스와 이탈리아, 동남아 등 다양한 글로벌 메뉴를 추가해 새로워진 콘셉트를 감안했다”며 “한우를 메인으로 다양한 퓨전요리를 선보이는 글로벌 다이닝 브랜드로서 새롭게 포지셔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식품관 풍경도 달라졌다.

일본에서 온’ ‘일본 본고장의 맛’ 등을 키워드로 했던 일본 브랜드와 일본 디저트 업체들은 부랴부랴 ‘한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한국 기업’과 같은 홍보물을 게시하며 마케팅 방향을 180도 수정했다.

 

한때 ‘교토에서 100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전통을 한국에서 그대로 재현’했다며 SNS에 일본어 가득한 게시물을 올렸던 식빵 전문점 교토마블은 불매운동 이후 백화점 매장에 ‘순수 국내 자본으로 만든 국내 벤처 브랜드’라는 POP를 게시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인테리어나 포장지 등에 사용한 일본 관련 표기를 가급적 삭제하도록 요청했다”며 “실제 일본 브랜드의 매출은 줄어들고 한국의 지역 명물 브랜드에 고객 발길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식 술집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인테리어로 큰 인기를 얻었던 홍대 이자카야 ‘맛있는 교토’는 최근 폐업 후 공사를 하면서 외벽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과 인공기를 게양해 논란이 일었으나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맛있는 교토는 한때 인근 거리를 대표할 만큼 호황을 누렸으나 경기 위축으로 최근 계속해서 매출이 줄어들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김일성 부자사진과 인공기를 제거한 채 리뉴얼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사케일본맥주 대신 전통주 판매량 늘어

음식점에서의 사케와 일본맥주는 전통주와 국산맥주로 대체되고 있다. 이자카야에서 일본식 청주나 소주 대신 한국산 전통주를 주문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일품진로나 화요와 같은 증류식 소주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사케 시장은 회복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케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주종 특히 한국 전통주가 빈자리를 채워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케 대신 막걸리와 청주를 주력 메뉴로 바꾸는 이자카야도 생겨났다. 이자카야 꼬지사께를 운영하는 에쓰와이프랜차이즈는 빠르면 이달 중 꼬지사께 전용 청주와 막걸리를 전 매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에쓰와이프랜차이즈 김성윤 대표는 “전통주 업체와 제휴를 맺고 꼬지사께 전용주를 개발 중”이라며 “일본 술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만큼 소비자들도 더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케에 비해 단가가 낮은 특성상 주류 매출은 떨어지겠지만 우리술 판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희석식 소주 부문에서는 ‘처음처럼은 롯데기업의 주류’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대신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의 판매량이 늘었다. 돼지고기 전문점 돈블랑 교대점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는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모두 판매했지만 ‘요즘 같은 때 처음처럼을 왜 판매하냐’는 고객들이 많아 최근 판매를 중단했다”며 “외식업체 입장에서 다양한 고객 취향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풍 한국음식점 구하자’ 자성의 목소리도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외식업계는 매출 저하가 아닌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바로 외식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다. 삿포로와 에비스 맥주를 수입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는 일본 맥주 불매로 매출이 급감하자 지난달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다.

 

외식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규 가맹점 개설이 끊기고 기존 가맹점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고용 창출은커녕 기존 직원의 이탈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용자인 점주가 어려워지면 고용인인 알바와 직원들도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본사와 점주, 알바 모두 피해를 입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풍 음식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영란 씨(44세·여)는 “불매운동이 외식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일본이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잘못된 행동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당연하지만, 이제부터는 한국인의 식당에서 한국산 식재료로 만들어진 한국음식인지 일본의 돈과 식재료가 들어간 곳인지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임영태 사무총장은 “이번 불매운동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본음식, 일본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한국음식점들이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거나 일본식으로 꾸며진 점포라는 이유로 불매의 타깃이 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풍’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매운동 대상 올라

 

 

 

대중음식점일수록 타격 커

접근성 좋고 부담 없던 대중음식점, 불매운동 시작되자 ‘기피대상’

 

일본풍 한국음식점 중에서도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은 대중음식점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며 역풍을 맞고 있다.

 

회전초밥 전문점 미카도스시는 불매운동 이후 8월 평균매출이 평월 대비 10%p 하락했다. 업종 특성상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철 매출이 낮은 편이기는 하나 작년 여름에 5%p가 하락한 것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떨어졌다.

 

그동안 가성비 좋은 회전초밥집으로 입소문 나며 착실히 매장을 늘려온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미카도스시 고영호 대표는 “노노재팬에 일본 브랜드 갓덴스시의 대체 브랜드로 미카도스시가 소개돼 우리는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이자카야 등 소규모 개인업소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주류 매출은 60%p나 줄었다. 8월초 전 매장에서 사케를 비롯한 아사히, 기린맥주 등 일본 주류 판매를 중단하면서 주류 매출액이 대폭 하락한 탓이다. 고영호 대표는 “거래처인 주류업체는 벌써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일본 주류의 유통 자체가 안 되면서 관련 업종인 주류유통업에 종사하는 직원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는 달리 주방장 추천요리인 ‘오마카세’를 전문으로 하거나, 가이세키요리보다는 캐주얼하고 이자카야보다는 고급스러운 형태의 ‘갓포’ 키워드 등을 내세운 고급 음식점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는 입지와 룸을 위주로 하는 폐쇄적인 공간 등을 특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의 고급 일식집들은 불매운동으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는 데다, 값비싼 고급 사케도 여전히 많이 팔린다고 들었다”며 “경기불황으로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서민형 업종들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가맹문의 뚝 끊겨

일본음식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가맹문의가 뚝 끊겼다. 지난 5월 론칭하자마자 입소문을 타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도 전에 가맹문의가 빗발치는 등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한 야키니쿠 브랜드는 불매운동 시작과 함께 가맹사업을 포기했다.

 

이 업체 대표는 “음식 이름이 일본어로 돼 있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주는 것 같다. 가끔 걸려오는 전화는 ‘요즘 같은 때에 가맹점 계약해도 괜찮겠냐’며 반신반의하는 이들뿐”이라며 “가계약들도 모두 취소됐다.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기니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2010년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 24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꼬지사께는 주점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5~6개의 신규 가맹점을 개설해왔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에는 2개로 줄어든 데 이어 8월에는 단 한 개의 매장도 오픈하지 못했다.

 

김성윤 대표는 꼬지사께라는 브랜드명을 가맹사업 위축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추측했다. 그는 “꼬지사께라는 브랜드명은 ‘한국식 이자카야’를 콘셉트로 ‘내가 꼬치구이 살께’라는 뜻에 일본 술인 ‘사케’의 발음을 중첩해 만든 이름”이라며 “2010년을 전후로 이자카야 열풍이 불면서 일식 메뉴를 보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론칭 당시 ‘이자카야 넘버원’을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4년 전부터는 ‘한국형 선술집’을 키워드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기존 가맹점에도 고객 발길이 끊기면서 본사 매출도 급감했다. 불매운동 후 동일 가맹점 기준으로 전년 대비 본사의 물류매출은 30%p 정도 줄었다. 비용으로 따지면 월 3억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 합작법인 기업들은 몸 낮추기

일본과 합작으로 설립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몸을 낮추고 있다. 대표적 일식 브랜드 기소야와 신기소, 엔타로 등을 운영하는 공영기업은 불매운동 기간 중 언론접촉과 마케팅 등을 피하며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종로구 내에서 신기소를 운영하는 A 점주는 “계절이나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한 매출을 유지해왔는데 불매운동 이후 장사가 잘되지 않아 너무 힘들다”며 “이번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점포는 불매운동 전인 6월까지는 점심과 저녁 항상 손님이 가득 차는 집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와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말 이후부터는 손님 보기가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A 점주는 양도를 결심하고 점포를 내놓았지만 양수 희망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은 A 점주의 친누나가 점포를 인수했다.

 

FC 업계, 대응 마련 서두르며 대체 브랜드 론칭도

꼬지사께를 운영하는 에쓰와이프랜차이즈는 업종전환을 요청하는 점주들이 생겨날 것에 대비해 본사 차원에서 대체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이자카야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식 대폿집으로 처음부터 ‘리스크가 없는 브랜드’를 염두에 둔 채 설계했다. 업종전환 시에는 본사가 가맹비용의 절반 정도를 부담해 가맹점주의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업종전환이 힘든 개인업소들은 애국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업소명을 적은 간판 대신 ‘NO 아베’ 간판을 걸어놓거나 ‘한국 우동이 일본 우동을 이깁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으로 메뉴의 경쟁력과 애국심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일본식 이자카야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한 한 전통주점은 태극기를 게양한 채 애국 마케팅에 호소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한창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나친 애국 마케팅이 결국에는 경쟁 자영업자들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함께 하는’ 불매운동이 아닌 ‘한쪽에만 불똥이 튀는’ 불매운동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현 시국을 지혜롭게 타개해 나갈 수 있는 현명한 불매운동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2019-10-07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19년 10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