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ng Issue/@Peer to Peer

⊙먹튀·사기·부도 … ‘무법천지’된 P2P 대출

Paul Ahn 2020. 6. 9. 17:25

먹튀·사기·부도 … ‘무법천지’된 P2P 대출

https://news.joins.com/article/22774461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터지는 시장이 있다. P2P(Peer to Peer: 개인 간 거래) 대출 시장이다. P2P 대출은 은행이 아닌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서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하는 비즈니스다.

 

P2P 대출 업체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상환한다. 이 과정에서 P2P 대출 업체는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잇단 금융사고에 투자자 피해 속출

올해 들어 7개 업체 경찰 조사 중

금감원, 법적 조사 권한 없어

관련 법 제정과 감독 규정 시급

 

P2P 대출은 새로운 금융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급성장했다. P2P 시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P2P 금융 누적 대출액은 36534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과 비교할 때 5배 규모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요즘 P2P 시장은 한마디로 무법천지다. 사기·횡령·잠적·부도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현재 P2P 대출 업체 7곳이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유형도 다양하다.

 

펀듀

대출 연체율이 90%를 넘자 사업장을 폐쇄한 후 대표가 지난달 해외로 도주했다.

 

‘2시펀딩

투자금 상환을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5월 회사 대표가 700억 원대 자금을 들고 잠적했다.

 

헤라펀딩

130억 원대 대출 잔액을 남겨 놓은 채 5월 부도 처리됐다.

 

아나리츠

임직원이 1000억 원대의 투자금을 제멋대로 사용하다 횡령 혐의로 4일 재판에 넘겨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견 P2P 업체 또 잠적=

이런 와중에 P2P 대출 업체 임직원이 잠적하는 사건이 또 터졌다. 4일 금융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폴라리스펀딩

투자자들은 이 회사와 대표를 사기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은폴라리스펀딩이 대출금 투자를 받은 뒤 잠적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라리스펀딩은 대부업체와 연계한 P2P 대출 업체다. 이 업체가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투자 수익률은 연 20% 안팎이다. 지난해 10월 설립 후 현재까지 누적 대출금은 124억원, 대출 잔액은 73억원이다. P2P 대출 업체 중에는 평균 규모다.

 

이 회사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은 지난달 27. P2P 대출 업체에 P2P 금융 플랫폼을 제공하는 페이게이트는 자체 모니터링을 하던 중 폴라리스펀딩에서 이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했다. 페이게이트 관계자는자금이 돈을 빌리는 차입자가 아닌 특정인에게 흘러가는 정황을 발견해 즉각 폴라리스펀딩 측에 소명 자료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아 금감원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폴라리스펀딩은 이후 투자자는 물론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됐다. 기자가 2일과 3일 이 업체의 서울 여의도와 청담동 사무실들을 찾았지만, 회사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다. 이들 사무실의 임대인들은 모두얼마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으며 직원들이 출근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금감원, “현장 점검에 한계”=

P2P 대출 업체의 부도·사기·도주 사건이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장이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했느냐는 것이다. 금감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은행이나 증권·보험사와 달리 P2P 업체에 대해선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에는 P2P 대출 업체를 조사할 법적 권한이 없다. 관련 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부터 P2P 대출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규제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 성격이다. 이번 폴라리스펀딩 사건 역시 신고와 민원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투자자 경보 조치나 계좌 동결 등 즉각적인 조처를 하지 못했다.

 

그나마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P2P 연계 대부업체에 대한 의무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금감원은 등록 대부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P2P 대출 업체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4월 말까지 75곳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였고, 9월 말까지 108곳을 상대로 2차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P2P 대출업체와 연계한 대부업체 대부분이페이퍼 컴퍼니라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자료 요청을 해도 업체에서 안 주면 그만이라며현장 검사 요원들이 요주의 업체를 상대로 최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지난 3월 의무 등록 시행 이후 뒤가 켕기는 업체들이 알아서 고의 부도를 내거나 잠적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그동안 감독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자 급하게 나서는 상황이라며일단 금감원 직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특사경 우선 도입해야=

전문가와 시장 관계자들은 P2P 시장을 감독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회에는 P2P 대출 시장과 관련해 4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길게는 1년 전, 짧게는 석 달 전 발의된 법안들이다. 그러나 국회가 공전과 파행을 거듭하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P2P 대출 시장 피해자는 점점 늘어나고, 선량한 업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기준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법안들이 다소 미흡하지만 당장 P2P 대출 시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일단 법안들을 묶은 수정 대안 형식으로 입법화해야 한다입법 후 미흡한 점은 법안 개정을 통해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병하 한국P2P금융협회 실장은정부의 실태조사와 업계의 자율 규제·점검 등으로 문제 있는 업체들이 퇴출당하는 옥석 가리기 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P2P 대출 시장 가이드라인이 개정되고 관련 법안이 마련되면 건전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8.07.05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