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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이코노미〕롯데마트 ‘다크 스토어’ 매출 90% 폭증…

Paul Ahn 2021. 1. 11. 18:19

〔다크 이코노미〕롯데마트 ‘다크 스토어’ 매출 90% 폭증…

조선일보 (chosun.com)

 

한국의 ‘다크 이코노미’ 현장 가보니

기존 매장과 사업 모델을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바꾸는 ‘다크 이코노미’의 조류는 한국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마트 잠실점 지하 3층 매장은 이 회사의 ‘다크 스토어'다.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손님이 줄고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는 다크 이코노미의 변화가 감지되자 작년 11월 말부터 잠실점 매장 뒷공간에 다크 스토어를 만들었다.

 

 

오후 3시, 마트 영업이 한창인 시간대에도 115평 규모의 매장에는 자동화 기능이 탑재된 8개의 철제 분류대와 그 안을 채우는 수백 개의 플라스틱 상자들만 빼곡했다. 이 상자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으로 주문한 손님들의 장바구니다.

 

피커(Picker)’라 불리는 장보기 전문 직원들이 대신해 매장 코너를 돌며 주문한 물건을 골라주고 지역별 분류 작업을 거쳐 2시간 단위로 배송한다. 피커가 가져온 물품의 바코드를 스캐너에 읽히면, 이 물건을 담아야 할 상자 위의 파란 불이 켜져 분류를 도와준다.

 

이런 식으로 이 매장에서 처리되는 온라인 주문은 하루 약 900건, 한 달 2만5000여 건에 달한다. 롯데마트 측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의 영향인지, 다크 스토어 이용 고객이 예상보다 빨리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약진 중인 ‘다크 스토어'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선 다크 스토어가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매장 일부는 다크 스토어로 전환한 롯데마트 잠실점과 구리점의 경우, 도입 한 달(11월 27일~1월 3일 기준) 만에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8%, 89.9% 올랐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전체 매출이 -0.8%로 소폭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롯데마트보다 앞서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re: FC)’라는 이름으로 매장 내 다크 스토어를 도입한 홈플러스 매장의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더 높다. 인천 계산점과 수원 원천점, 안양점 등 작년 한 해 동안 홈플러스 풀필먼트 매장들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67%에 달한다.

 

 

대형마트들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철저하게 활용해 다크 스토어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우선 주차장이나 창고 등을 이용, 신규 물류센터 시공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아꼈다. 또 기존 매장은 인구 유동성이 높은 주요 상권에 위치하기 때문에 배송 시간과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중국 알리바바의 다크 스토어 ‘허마셴성(盒馬鮮生)’은 이런 식으로 전략적 입지에 자리 잡고 ‘매장 인근 3km 지역, 30분 안에 도착'을 실현했다. 이른바 ‘새벽 배송’보다 빠르고 편리한 셈이다.

 

◇한국 외식업의 주류 된 ‘다크 키친'

다크 키친 역시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배달 전문 음식점 못지않게 ‘공유 주방'의 영향력이 크다. 공유 주방은 큰 공간을 쪼갠 13~17㎡(약 4~5평) 규모의 주방 시설을 빌려주고, 보증금과 임차료를 받는 방식이다. 공유 주방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보증금은 1000만원 이하, 이용료는 기본 100만원대에서 시작한다.

 

다크 이코노미의 초창기인 2015년에 창업한 국내 최초 공유 주방 업체 ‘위쿡’은 지난 한 해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 위쿡 측은 “현재 입주 업체가 305개로 전년(2019년) 대비 50% 늘어났고, 지난해 4분기부터 입점 문의가 폭주하면서 기존 시설의 수용량을 한참 뛰어넘고 있다”고 했다. 경쟁 업체인 ‘고스트키친’도 2019년 3개 지점에 67개 입점 점포로 시작해 지난해 3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했고 입점 점포는 107개로 늘었다.

 

공유 주방을 비롯한 다크 키친은 이제 한국 외식 산업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일색이던 강남 일대 노른자 상권에도 진출했다. 위쿡은 지난달 배달 전문 강남구청점을 신규 개장했고, 또 다른 공유 주방 ‘먼슬리키친’은 지난 11월 강남점을 열었다. 과거 임대료가 싼 이른바 ‘B급 상권'에 주로 둥지를 틀었던 것과 비교해 그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다크 이코노미 내 경쟁도 격화

다크 이코노미는 이제 거스르기 힘든 대세다. 박주영(벤처중소기업학과) 숭실대 교수는 “도심 요지에 자리 잡은 다크 스토어는 온라인 쇼핑의 최대 걸림돌인 물류비를 극단적으로 낮춰준다”면서 “대형마트의 다크 스토어화는 이제 시작이고, 중소규모 수퍼들도 결국 다크 스토어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크 키친의 인프라(기반시설)격인 배달 서비스 업체마저 다크 스토어 사업에 뛰어들며 업종 간 경쟁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 일례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서비스와 이 회사가 인수 예정인 ‘배달의민족’이 각각 ‘요마트’와 ‘B마트’라는 도심 내 다크 스토어를 구축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의 다크 스토어와 경쟁 중이다. 2019년 11월 15곳으로 시작한 B마트는 올해 초 31곳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9월 처음 생긴 요마트는 현재 5곳이 됐다.

 

조선일보

2021.01.11 03:00

안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