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ail Therapy〕쇼핑이 곧 여가생활…럭셔리가 백화점을 구원하리라
온라인 편리함과 상관없이
레저쇼핑 갈수록 중요해져
1분기 실적을 마감하면서 '명품 보복소비에 따른 백화점 실적 호조'라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럭셔리 매출이 백화점 실적을 좌우하는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럭셔리는 백화점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기에 백화점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며, 백화점들 간의 유치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럭셔리가 백화점을 위협하는 온라인과는 방법론이 상충된다는 데 있다. 최저가 경쟁, 빠른 배송, 반품 및 교환의 편리성을 내세운 온라인 방법론이 대세가 된 지금, 럭셔리는 백화점 상품 중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가장 자유로운 상품이다.
더불어 필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원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이 백화점에 기대하는 가치가 변하는 과정에서 럭셔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고객이 백화점에 방문하는 보편적인 이유는 '상품 구매'와 '여가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화된 온라인쇼핑이 구매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면서, 여가활동의 동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신규 백화점이 판매시설 외 엔터테인먼트시설에 많은 공간을 할애하는 것도 이러한 측면 때문이다.
백화점이 구매활동보다 여가활동의 장소로 인식되고 이용된다고 가정하면, 수익은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백화점은 여가활동과 상품 구매를 절묘하게 연결시켜야 하는 숙제를 가지게 된다.
구매와 여가를 각각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구매=여가' '쇼핑=레저'라는 등식을 성립시켜야 온라인과의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백화점이 '쇼핑=레저'라는 등식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살펴보자. 온라인이 필요에 의해 수시로 신속하게 구매하는 일상의 쇼핑이라면, 백화점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즐기는 레저 스포츠와 같이 구매 자체가 여가 활동인 '레저 쇼핑'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갤러리아의 모 부장이 매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몸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캠핑장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처럼, 백화점 쇼핑도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넘어서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럭셔리는 고객에게 실사용보다 소유를 통해서 만족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시와 신속'이라는 일상의 쇼핑과 대조되는 '특별함과 여유로움'이라는 키워드를 가졌기에 '레저 쇼핑'에 매우 적합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매장 입장을 위해 '오픈런'을 서슴지 않고, 때론 구매 없이 빈손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간을 내 백화점을 방문한다. 한마디로 구매를 포함한 쇼핑의 전 과정이 하나의 여가활동이 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백화점과 럭셔리의 관계는 '최저가, 배송, 반품' 등 온라인의 걸림돌을 해결하기 전까지의 한시적·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없는 '레저 쇼핑'을 함께 제공하기 위한 지속적인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백화점은 트렌디한 현대 작가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 캠페인'이나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의 개념을 적용한 신규 점포와 같이 '쇼핑=레저'라는 등식을 성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온라인과 의미 있는 경쟁을 펼쳐나가고 있다.
백화점이 고객들에게 레져 쇼핑의 공간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는 순간, 백화점과 럭셔리의 교섭력(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은 재정립될 것이다.
매일경제 & mk.co.kr,
2021.07.08 04:01:03
김재환 갤러리아 e커머스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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