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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ll〕리셀은 정말 나쁜 문화일까?

Paul Ahn 2023. 8. 29. 14:53

Resell〕리셀은 정말 나쁜 문화일까?

(oncuration.com)

 

인간은 어쩌다 옷을 수집하나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패션 아이템을 사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온라인래플(Raffle)’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수준이고, 많은 사람이 한겨울 추운 새벽에도 매장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체력과 시간을 희생한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제품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살 수 있는 물량은 적다는 것. 기업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품을 한정 수량으로 발매하거나 선착순으로 판매하는데, 이러한 판매 방식에 모든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놓친 제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틈새를 파고들어 나타난 것이 바로리셀(Resell)’이다. 리셀이란 단어가 정착되기 이전에도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재판매하여 차익을 얻는 행위는 존재했다. 특히 팬데믹을 기점으로 너도나도 리셀에 발을 들였고, 2030 세대를 중심으로리셀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리셀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지난 2022년 리셀 플랫폼 크림(@kream.co.kr)의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해 1 5,000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돈이 되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이 당연한 시대답게, 리셀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리셀을 업으로 삼는 전문 리셀러가 나타났다. 이들은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인기 있는 제품을 선점한다.

 

 

리셀을 위해 봇을 사용한다?

 

리셀러가 주로 사용하는스니커 봇(Sneaker Bot)’은 사용자가 남들보다 더 빠르게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가짜 이메일 주소를 생성해 응모에 참여하거나, 배송 주소와 신용카드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하여 상품 구매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전형적인 방법이다. 간단히 말해, 스니커 봇을 활용하면 인기 한정판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올해 초 엠씨엠(@mcmworldwide)과 떠그클럽(@thug_club)의 협업 제품 팝업 스토어에도 많은 리셀러가 모여들었다. 떠그클럽의 디렉터 조영민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웨이팅 중이던 리셀러들을 향해 욕설과 함께 부정적인 감정을 여실히 표출했다. 나아가 발매를 몇 시간 앞두고 갑작스레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브랜드는 리셀을 어떻게 바라볼까?

 

에르메스(@hermes)와 샤넬(@chanelofficial)에 이어 나이키(@nike)까지 리셀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나이키 공식 웹사이트의 이용약관에자동화 프로그램에 의해 결제된 주문은 취소 처리될 수 있고, 재판매를 위한 제품 구매는 엄격하게 금지된다.’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결제 과정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봇을 사용하는 구매자에게 강경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는 해당 조치에 대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기술적으로 봇과 인간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특정 브랜드가 개인 간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역시 부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리셀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그 사실이 다시 기사화됨에 따라, 소비자가 인식하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다시 말해, 브랜드는 리셀을 통해 돈 한 푼 안 들이고 광고를 진행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자사의 가치를 높이고, 리셀러는 수익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스스로의 효용을 위해 높은 값을 지불하는 이 구조가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말나쁜것인가?

 

 

리셀러와 소비자의 심리

 

게다가 현대 패션 산업은 수요를 충족시키기보다 수요를 창조해 내는 산업이다. 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제품에 한정판이라는 조건을 붙일 뿐만 아니라 타 브랜드와 협업까지 진행한다. 게다가 발매 전부터 SNS 광고와 셀러브리티 협찬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부채질한다. 이렇게 증가한 수요가 리셀러를 유인하며, 결과적으로 리셀가는 발매가를 훨씬 상회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치솟는 리셀 제품의 가격만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브랜드의 가치가 오르는 것을 어느 기업이 마다하겠는가. 결국 리셀의 조건을 형성하고 더 부추기는 주체는 다름 아닌 기업과 브랜드이다. 때문에, 적어도 이들에게 리셀러를 비난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리셀의 주된 원인은 제품의 한정된 수량으로 인한 초과수요이다. 물론 초과수요로 인한 차익이 브랜드에 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 브랜드 입장에서 배 아플 순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리셀 문화에 자유롭기 위해 발매 수량을 늘리거나 재발매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윤 추구를 최우선 순위로 하는 기업에서 이렇게 상품의 희소성을 떨어트리는 방법을 실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현재의 조치가 미약해 보이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브랜드가 리셀을 근절시킬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비난의 화살을 그저 리셀러에게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결국 리셀로 인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은 소비자밖에 없다. 브랜드는 자신과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소량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리셀을 부추기고, 리셀러는 오로지 다른 누군가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할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일반 소비자는 제품을 사기 위해 리셀러에게 더 많은 값을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왜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일까?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제품을 입고 자기만족을 느끼고 싶어서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오로지 자기 자신의 기준으로 패션을 소비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무언가 소비하기 전, 다른 이에게 비추어질 나의 그 모습을 신경 쓰는자아 표현적 편익으로 몰개성에 빠진것은 아닐까.

 

작년 한 해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신발은 아디다스 삼바 스니커즈였다. 블랙핑크 제니(@jennierubyjane), 켄달 제너(@kendalljenner)와 같은 셀럽들이 착용한 사진이 SNS에 올라오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삼바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 그전까지 클래식 아이템이었던 삼바는 큰 인기를 끌면서, 리셀가가 폭등하고 없어서 못 구하는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SNS가 발달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SNS에서 인정받기 위해 셀럽 또는 인플루언서 같은 선구자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인다. 선구자를 추종하며 그들을 모방해야만 인정받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자신의 취향은 고려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집단적 성격이 강할수록 개인의 취향에 대한 관용이 낮아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스스로를 타인의 기준에 맞추게 된다. ‘유행을 따르는 것이 정답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남을 따라하는 것이 나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리셀 거품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

 

리셀의 구조에서 이미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는 기업과 리셀러가 자발적으로 변화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리셀의 거품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소비자다. 우선, 소비자들이 분별력 있는 자신의 잣대를 가져야 한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내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글의 제목처럼 리셀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문 리셀러들이 프로그램과 인력을 동원해 제품을 쓸어가고 리셀가를 높이면서 구매의 기회를 아예 박탈당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또한, 기획, 제작, 유통 등 상품이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전 과정에 있어 전혀 기여하는 바 없이, 편법을 동원해 구매한 제품을 재판매하면서 얻는 이익이 과연 정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리셀러들의 행보를 비판하고 싶다면 브랜드도 달라져야 한다. 브랜드에서 제안한 실효성 없는 약관은 오히려 리셀 시장을 키우고, 그들의한정판전략은 리셀을 부추기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는 보증서를 2년 동안 판매처에서 보관하는 정책을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보증서 없이는 리셀이 곤란하기 때문에, 리셀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정도의 조치는 취해야, 정말로 리셀을 근절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해당 콘텐츠는 고려대 패션 학회 옷거리(@ot_geori)와 함께했습니다.

옷거리는 고려대학교 패션 비즈니스 및 커뮤니케이션 학회로 패션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 패션과 패션 산업에 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장()이다. 상품 기획부터 저널 작성까지 오직 패션을 향한 열정 하나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옷거리

2023.06.11

Editor 애리엘, 박혜빈, 김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