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잘파, 소멸하는 한국
디지털 기술이 연 ‘극동시성’ 시대
0~19세 세계비중 33%, 한국 15%
초고령 한국, 청년 의견 더 들어야
10~20년 후 잘파세대가 국경 없는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주축이 됐을 때 한국은 어떨까. 전 세계 80억 명의 세계 인구 중 0~19세는 33.2%다. 부모세대인 40~50대(23.1%)보다 1.4배 많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다. 한국의 0~19세 비중은 15.5%뿐이다. 40~50대(32.1%)의 절반밖에 안 된다(조영태 서울대 교수). 인구구성이 글로벌 평균과 정반대인데, 경이로운 초저출산 기록까지 매년 경신하고 있어 미래는 더욱 어둡다.
역사상 가장 큰 인구집단인 잘파세대가 부상할수록 우리는 새롭게 열리는 디지털 중심의 정치·경제·사회적 공간에서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잘파세대의 입지가 열악한 한국사회에선 잘파 중심의 글로벌 마켓을 이해하기 힘들고, 그와 관련한 정치적 의사결정도 떨어질 것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인간도 자신이 경험하는 생활세계의 인식과 틀을 뛰어넘긴 어렵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이 그렇다. 일본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유난히 느린 것은 인구구조 탓이 크다. 단카이 세대가 여전히 사회·경제적 권력을 쥐고 있고, 정치인들도 득표에 유리한 중장년층의 구미에 맞는 정책만 펼친다. 일본의 인공지능 산업이 노인 돌봄 로봇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처럼 인구구조는 그 나라의 경제정책과 기술발전의 방향까지 결정한다.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출산율(0.78명)은 일본(1.4명)의 절반밖에 안 된다.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역사상 유례없는 초저출산과 초고령화로 국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연금개혁 이슈처럼 중장년층에게만 유리한 의사결정도 공고해진다. 청년층은 인구 크기도 작고 투표율도 낮아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인구 문제의 해법이 출산 혜택을 주는 것에만 그쳐선 안 된다. 글로벌 인구구조의 격변 속에서 젊은 세대의 생각이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초고령 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잘파가 부상하는 글로벌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몸은 늙어도 생각이 젊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1인 2표, 아니 3표, 4표를 준다는 생각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만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중앙일보
윤석만 기자
2023.11.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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