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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高麗葬)과 노모의 지혜

Paul Ahn 2024. 4. 16. 17:36

⊙고려장(高麗葬)과 노모의 지혜

 

- 먼저 먹은 말이 "새끼 말"이고 뒤에 먹을 말이 "어미 말" 입니다. - 

 

옛날 고구려  때 우리 나라에는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사람이 늙거나 병들면 산 속 깊은 곳 토굴에 갖다 버리는 풍습이었다. 그러다가 죽으면 장사를 지내는 것 이었다.

 

그 당시 높은 벼슬에 있는 박 정승이 살았다. 그는 효성이 지극한 효자였다. 어머니가 늙어, 산 속 토굴에 갖다 버릴 때가 되자 그는 고민 끝에, 아무리 나라 법이라도 어머니를 산에 갖다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 하며 어머니를 마루 밑에 숨겨두는 꾀를 발휘 하였다.

 

어머니는 나라의 높은 벼슬에 있는 자신의 아들이 나라 법을 어겨도 되겠냐며 아들을 달라 보았지만 아들은 아무 염려 마시라며 가만히만 게시라고 일러두었다. 그 후로도 박 정승은 아침, 저녁으로 문안인사를 올렸다.

 

 

어느 날 당나라에서 사신이 왔다. 당나라 사신은 자기 나라가 가장 강하다며 떠들어 댔다. 그리고는 지혜를 겨루자고 청을 하였다.

 

“고구려 같은 나라에 지혜로운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어디 한번 지혜를 겨루어 봅시다.”

 

고구려로써는 거절 할 수 가없는 입장이었다. 만약 거절을 한다면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기 때문 이었다. 당나라 사신은 똑같이 생긴 말 두 마리를 가져왔다.

 

“자 이 두 마리 가운데 어느 것이 어미 말 이고 어느 것이 새끼 말 인지 구별해 보시오 기간은 열흘을 주겠소.”

 

큰일 이었다 두 마리는 크기도 모양도 아주 똑같았기 때문에 눈으로는 전혀 구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금님은 큰 걱정에 사로 잡혀있었다.

 

“누구든 이 문제를 풀면 상을 내리겠노라.”

 

그러나 아무도 이 문제를 풀지 못 하였다.

 

“아 딱한 일이로다 우리나라에는 정녕 지혜로운 사람이 없단 말인가?”

 

신하들도 모두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 문제를 못 풀면 임금님 앞에서 얼굴을 들겠는가?”

 

당나라 사신과 약속한 날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꼼짝없이 당나라 사신에게 망신을 당하겠구나.”

 

임금님은 길게 탄식을 하였다. 어느 날 박 정승의 근심어린 표정을 보고 마루 밑에 숨어 계시던 어머니가 물었다.

 

“얘야 무슨 근심 이라도 있는 것이냐? 네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박 정승은 당나라 사신이 내놓은 어려운 문제를 어머니에게 다 이야기 하였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셨다.

 

“ 어려운 문제도 아닌 걸 가지고 걱정을 하는구나. 자, 이렇게 하면 되느니라.”

 

어머니는 박 정승에게 어미 말과 새끼 말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박 정승은 그 길로 대궐로 들어갔다.

 

“임금님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내일 당장 당나라 사신을 들어오라 하십시오.”

 

“오, 정말 장한 일이오.”

 

임금님은 몹시 기뻐 하셨다. 이튿날 당나라 사신이 대궐로 들어왔다. 으레 못  풀었으려니 하고 당나라 사신은 아주 거만하게 임금님과 신하를 둘러보았다.

 

“제가 말씀드리기 전에, 어느 쪽이 어미 말이고 어느 쪽이 새끼 말인지 종이에 써 가지고 안 보이게 손에 쥐고 계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간교한 당나라 사신은 박 정승이 바로 맞추었다고 할지라도 아니라고 우길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나라 사신은 하라는 대로 따랐다. 박 정승은 하인을 시켜 여물을 삼태기에 가득 담아 오도록 하였다. 그러고는 그 여물을 그러고는 그 여물을 두 마리 말 앞에 가져다 놓았는데, 한 마리는 대뜸 달려들어 막 먹어 대는데, 한 마리는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한 마리가 배부르게 먹고 물러나자 그제야 다른 한 마리가 먹기 시작하였다.

 

“자, 어서 말해보시오, 어느 말이 어미 말이고 어느 것이 새끼 말이오?”

 

당나라 사신의 얼굴에는 아직도 깔보는 듯한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먼저 먹은 말이 새끼 말이고 뒤에 먹을 말이 어미 말 입니다.”

 

순간 사신의 얼굴색이 바뀌었다.

 

“고구려에는 지혜로운 사람이 많다더니 그 말이 맞고나.!”

 

사신은 탄복하면서 손을 펴보였다. 박 정승이 맞춘 것이었다. 임금님은 기뻐하면서 많은 상을 내리려 하였다. 박 정승은 사양하며 말하였어요.

 

“제게 이 지혜를 가르쳐 준 분은 바로 어머님 입니다. 저는 나라 법을 어기면서 어머님을 마루 밑에 숨겨 두었습니다. 말도 저토록 제 새끼를 생각하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어떠하겠습니까! 부디 고려장제도를 없애 주십시오.”

 

이리하여 임금님은 명령을 내려 그 날부터 고려장 제도를 없앴다. 그래서 박 정승은 어머니를 모시고 오래오래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