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 추석은 불교와 관계있는 명절 …‘가배(嘉俳)정신’ 되살려야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이라는 말이고, 한가위는 정 중앙 즉, ‘보름’이라는 뜻이니 팔월한가위는 팔월대보름을 의미한다. 가배(嘉俳)는 축제를 의미하며, 그 연원이 신라 유리왕(儒理王)에 두고 있다. 즉 추석은 불교와 관계있는 명절로 ‘큰 나눔’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교과서대로라면 신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서기 5세기경의 일로 눌지왕(訥祗王. ?~458) 때 고구려로부터 묵호자(墨胡子)에 의해서이다. 이는 북방전래설로서 한반도에서 가장 늦게 전래된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남방전래설에 관한 문제이다.
<삼국유사>의 ‘금관성바사석탑(金官城婆娑石塔)’ 조(條)에 의하면, 금관 호계사(虎溪寺)의 바사석탑은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후(許皇后)인 황옥(黃玉)이 동한(東漢) 건무 24년 갑신(甲申, 서기 48년)에 서역 아유타국(阿踰陀國)에서 올 때 배로 모시고 온 것이라 한다. 이렇게 치면 불교의 전래가 서력 372년인 고구려보다도 오히려 300년 이상 더 빠르다.
방금 언급한 허황후에 의한 남방전래설 보다 약 20년 더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사료가 있다. 다름 아니라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보이는 ‘도솔가(兜率歌)’에 관한 것이다.
임금은 6부를 정하고 나서 이를 두 편으로 나누고, 임금의 두 딸로 하여금 각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려 편을 짜게 하였다. 이들 두 편은 가을 7월 16일부터, 매일 새벽에 큰 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시작하여 밤 열 시경에 끝냈다. 그들은 8월 15일이 되면 길쌈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를 헤아려서,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에 사례하였다. 이때 노래와 춤과 여러 가지의 놀이를 하였는데, 이 행사를 ‘가배’라고 하였다. 이때 진편에서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탄식하는 소리로 “회소, 회소!”라고 하였다. 그 소리가 슬프고도 우아하여, 뒷날 사람들이 이 곡에 노랫말을 붙이고, ‘회소곡’이라고 하였다.
(王旣定六部 中分爲二 使王女二人 各率部內女子 分朋造黨 自秋七月旣望 每日早集大部之庭績麻 乙夜而罷 至八月十五日 考其功之多小 負者置酒食 以謝勝者 於是歌舞百戱皆作 謂之嘉俳 是時 負家一女子 起舞嘆曰 會蘇 會蘇 其音哀雅 後人因其聲而作歌 名會蘇曲)
여기서 말한 길쌈은 실을 내어 옷감을 짜는 일을 말하는데, 옷감은 생필품이기도 하지만 화폐가 발달되기 이전에는 화폐의 역할(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 가운데 폐백목이라는 것이 있다)을 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듯 편을 나누어 짠 피륙의 쓰임새에 대해 <사기>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마련하고 춤과 노래를 하여 이긴 편에 사례하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피륙의 사용처는 필시 사회복지 쪽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도솔가가 나오고 난 다음의 일임을 감안하면 그러려니와 이런 행사를 ‘가배(嘉俳)’라 이름하여 기렸다는 점이 이런 심증을 더욱 굳게 한다.
도솔가를 근거로 유리왕 당시 불교가 이미 전래되었음을 기정화하고 생각하면, 신라의 가배(嘉俳) 에 뿌리를 둔 팔월추석은 자비와 지혜의 소산임을 알 수 있다. 즉, 풍요로운 계절인 8월 한가위를 맞이하며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이웃을 돌아보며 나눔을 실천하는 행사였음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민족명절로 자리 잡았고 그 역사를 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겠다.
단군 이래 최고의 풍요를 구가하는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풍요 가운데 빈곤은 정말 어려움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 번, 가배의 정신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성직자의 일원으로서 가을저녁 큰 나눔의 날인 가배를 맞이하며 우리 모두 회광반조(廻光返照)의 기회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 고 - 만춘스닌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한국불교신문
2016.09.0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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