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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갯·붕·먹장어 "비슷해도 강한 개성"

Paul Ahn 2010. 5. 20. 13:13

뱀·갯·붕·먹장어 "비슷해도 강한 개성"

(yna.co.kr)

 

비늘 있는 뱀장어

몸에 구멍 있는 붕장어

날카로운 이빨 갯장어

·생식기관 없는 먹장어

 

 

장어(長魚)는 말 그대로 긴 물고기다. 뱀처럼 몸이 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어는 예로부터 허한 몸을 다스리는 보양식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혔다.

경골어류 뱀장어목에 속하는 모든 종류가 장어로 분류된다.

 

장어는 풍천장어로 유명한 뱀장어를 비롯해 갯장어, 붕장어, 먹장어 등 4가지 정도로 나뉜다.

몸이 길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각자 독특한 생김새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장어 몸에도 비늘이 있다. '뱀장어'

 

뱀장어는 민물장어로 알려져 있다. 엄밀히 따지면 민물과 바다 모두 뱀장어 삶의 무대다.  갯벌에서 잡히면 갯벌장어, 민물에서 잡히면 민물장어라 불린다.

 

 

일생을 바다에서 보내는 것도 있고, 댐과 같은 담수호에서도 평생을 보내는 것도 있다.

장어류 중 유일하게 바다에서 태어나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풍천장어의 풍천(風川)도 밀물과 함께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하구라는 뜻이다. 경기도 임진강 하구, 전라도 고창 인천강에서 잡히는 장어를 최고의 풍천장어로 친다.

 

미끈한 몸매 때문에 대부분 비늘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몸에 아주 작은 비늘이 있다.

자원 고갈로 자연산은 구경하기가 힘들다. 약용으로 쓰이는 덩치 큰 자연산 1마리 가격이 몇십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양식 뱀장어라고 해도 저렴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종자 생산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홍콩 등지에서 실뱀장어를 비싼 가격에 수입해 키워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립수산과학원이 오랜 연구 끝에 2012년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종자 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2016년 완전양식에 성공함으로써 뱀장어도 조만간 대중 식재료에 그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 식칼도 씹어먹을 이빨 '갯장어'

 

갯장어는 장어 중 가장 사납게 생겼다. 마치 송곳 같은 무시무시한 이빨을 지녔다.

갓 잡은 갯장어 입에 식칼을 물리면 어찌나 세게 무는지 쇳조각으로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한번 물리면 손가락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힘이 장사라서인지 뼈도 억세다.

 

 

지역에 따라 참장어, 이장어, 녹장어 등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하모'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일본식 이름이다.

일본말로 '물다'라는 '하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갯장어는 잔가시가 많아 손질하기가 조금 불편하다.

고수의 손길이 닿아야 성가신 잔가시에 구애받지 않고 제대로 갯장어를 즐길 수 있다.

 

장어류 중 단백질 함량이 제일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피로 해소를 도와주는 고단백 보양식으로 여름철 데침 회(샤부샤부)가 일품이다.

 

 

◇ 몸에 구멍이 숭숭 '붕장어'

 

갯장어보다 비교적 온순하게 생긴 게 붕장어다.

옆줄에 여러 구멍이 있어 구멍장어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구명 혈() 자를 써 아나고(穴子)라고 부른다.

잘게 썬 횟감으로 인기다.

 

 

횟집에서 붕장어회를 주문하면, 잘게 썰어 물에 씻은 뒤 짤순이(통돌이 세탁기)에 넣어 물기를 빼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배앓이를 유발할 수도 있는 붕장어 피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구이도 일품이다.

부산에서 장어를 시키면 열에 아홉은 뱀장어(민물장어)가 아닌 붕장어구이가 나온다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다.

 

붕장어는 성비(性比)와 관련한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다. 암컷이 차지하는 비율이 80% 이상이며, 나이가 많을수록 암컷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턱과 생식기관 없는 '곰장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장어 외에 외모가 다소 볼품없어 보이는 장어가 있다.

부산 자갈치 시장 명물, 꼼지락꼼지락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꼼장어가 그 주인공이다. 표준어 표기는 곰장어다. 눈이 퇴화했다고 해서 먹장어로도 불린다.

 

 

껍질을 벗겨놔도 한동안 꼼지락거린다. 씹는 맛이 일품인데 꼼지락꼼지락하는 모양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호불호가 나뉜다.

 

곰장어에는 비타민A와 비타민E, 단백질이 풍부해 기력회복, 면역기능 강화에 좋다고 한다. 불포화지방산도 다량 함유해 성인병 예방 효과도 있다고 한다.

 

껍질이 의외로 질기다. 껍질을 벗기고, 몸통만 식용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질긴 껍질은 지갑과 구두 등 가죽제품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 때문에 한때 우리나라에 식용보다는 공업용으로 많이 수입됐다.

 

공업용으로 수입해 껍질만 가죽으로 활용하고 살은 폐기해야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상인들이 식용으로 몰래 내다 팔아 문제가 된 일도 있었다.

 

곰장어는 턱과 생식기관이 없다. 몸에 정소와 난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암컷, 때로는 수컷, 때로는 자웅동체가 되기도 한다.

 

Tip ; 뱀장어·갯장어·붕장어와 생강은 궁합이 맞다. 생강이 비린내를 없애주고 장어 속 비장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 장어와 복숭아는 같이 먹지 않는 게 좋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할 수도 있다.

 

부산=연합뉴스

2019-04-21 08:01

김재홍 기자 pitbul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