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鼎巖)
삼성, 만석꾼 넘어선 천석꾼의 '작은'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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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국내 재계 서열’ 순위에서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순이다. 이 대기업들의 총수인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SK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 LG 고 구본무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의 생가는 모두 국내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 풍수지리학자들은 “명당에서 부자 난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5대 기업 총수들의 생가는 어떤 모습일까. ‘비즈한국’이 직접 찾아가봤다.
경남 의령군 의령읍 정암리에 흐르는 남강에는 바위섬이 하나 있다. 가마솥을 닮아 ‘솥 정(鼎)’에 ‘바위 암(巖)’이 붙어 ‘정암’이라 한다. ‘정(鼎)’은 ‘다리 달린 솥’을 의미한다. 물에 잠긴 부분이 세 개의 다리가 달린 것처럼 생겼다.
조선시대 한 도사가 정암리 남강을 지나다 ‘정암’을 보고, 다리가 뻗은 방향 20리(8km) 내에 세 명의 큰 부자가 태어날 거라 예언했다고 전해지는데, 의령군 정곡리 중교리에서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서 고 구인회 LG그룹 회장,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서 조홍래 효성그룹 회장이 태어났다. 의령군, 진주시, 함안군 주민들은 정암을 ‘부자바위’ 혹은 ‘솥바위’라 부르며, 전설을 믿게 됐다고 한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생가. 사진=고성준 기자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태어난 고 이병철 회장의 생가를 지난 4월 29일 ‘비즈한국’이 찾았다. 정암에서 직선거리로 8km 정도 떨어진 곳. 시기를 특정할 수 없으나 오래 전 이병철 회장 생가 뒷산이 ‘호암산’이라 불렸고, 도로명주소가 생긴 이후 중교리 장내마을도 ‘호암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병철 회장 생가 주변 곳곳에는 ‘부자길’이라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부자의 기운을 받아 가시라’는 내용의 문장이 적힌 판촉물도 눈에 띄었다.
이병철 회장은 조선시대 의령군 내에서 ‘천석꾼’이던 이찬우 씨(1884~1957년)와 부인 권재림 씨(1885~1959년) 사이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00년여 전 한옥 세 개동으로 지어진 이병철 회장의 생가는 그의 친형 고 이병각 삼강유지 사장이 소유하다가 손자 이재곤 제일병원 이사장에게 상속됐으며, 이건희 회장이 2007년 1월 매입해 같은 달 호암재단에 증여했다. 호암재단은 이병철 회장의 생가를 증여받은 지 9개월 만에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했다.
취재팀이 방문한 날은 하필 월요일, 호암재단이 ‘휴무일’로 정한 날이었다. 생가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다행히 담벼락이 높지 않아 대문 바깥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생가보다는 작았다. 조선시대 후기 구씨 일가는 ‘만석꾼’, 이씨 일가는 ‘천석꾼’으로 불렸다는 걸 생가의 규모로 가늠할 수 있었다(관련기사 [대기업 총수 생가를 찾아서 ② LG] 진주 만석꾼의 풍요로움 '생생').
이병철 회장의 손자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거주하는 한남동 단독주택(건물연면적 3422.94㎡, 1035.44평)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 이병철 회장의 생가 사랑채는 105.68㎡(31.97평), 안채는 46.81㎡(14.16평), 창고는 22.2㎡(6.7평) 규모다.
남동쪽 방향으로 골목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이병철 회장이 결혼하면서 분가해 살았던 한옥집도 있다. 이건희 회장이 1964년 3월부터 소유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생가와 달리 이건희 회장은 이 집을 호암재단에 증여하지 않고, 일반인에게 공개하지도 않았다. 높은 담벼락에 내부를 들여다보기 힘들었는데, 가까스로 보인 담벼락 내부 풍경은 이병철 회장의 생가보다 넓고 웅장했다. 이 역시 아직까지 잘 보존되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의 먼 친척이라는 마을주민 이 아무개 씨는 “이병철 회장이 결혼하면서 분가해서 살았던 한옥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30~40년을 살았다. 이건희 회장과는 먼 친척이나 왕래는 없다”면서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 가족들과 함께 생가를 찾았다. 그때 서울에서 이 마을까지 헬기를 타고 왔는데,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리무진을 타고 생가로 향하더라. 걸어서 5분 거리인데도 말이다. 부자에게는 ‘시간이 금’이라는 말이 실감났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생가인 대구 중구 인교동 주택은 삼성문화재단이 1996년 5월 매입한 후 관리하고 있으며, 아직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 집은 한옥이 아닌 시멘트 벽돌로 지어진 기와집으로, 규모는 108.61㎡(32.89평)다.
2019.05.03(금)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정암(鼎岩)의 전설과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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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자의 원류는 서부 경남의 '남강'이다. 라고 말들을 한다. 의령으로 가는 관문엔 남강이 흐른다. 남강(南江)은 지리산에서 발원하는 덕천강과 덕유산에서 발원하는 경호강이 진주에서 만나 흘러, 창녕 남지읍에서 낙동강 본류와 합류한다.
남강은 지리산과 이 지역의 중심 도시인 진주의 옛 관아가 있던 진주성의 남쪽으로 흘러서 얻은 이름이며, 낙동강은 고대 사벌국 도읍지(경북 상주) 이름인 '낙양'의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라 붙은 이름이다.
이 남강에는 정암(鼎岩: 솥바위)이라는 기묘한 바위가 하나 솟아 있는데, 세인들은 이 바위를 '부자바위'라고 부른다. 솥(鼎)은 발이 세 개라 숫자 3을 뜻하기도 한다.
이곳은 옛 정암진 나룻터로 임진왜란 때 홍의장군 곽재우가 왜병을 섬멸시킨 정암진전투 승첩지로, 의병장 곽재우 동상과 강 언덕엔 정암루가 있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던 한 도인이 예언을 했다. 남강 물 속에 정암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 20리 부근에서 세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말이 구전되어 오고 있었다.
그 삼부자(三富者)는 삼성 창업주 湖巖 이병철, LG의 蓮庵 구인회, 효성그룹 晩愚 조홍제라고 세인들은 말한다.
이병철 : (삼성그룹) 湖巖 이병철 회장은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경주 이씨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옛날에는 부자를 천석꾼 만석꾼이라고 불렀다. 연 소득 1,000석(섬)을 거두려면 경작지가 500마지기(10만평)는 돼야 한다.
유교와 농경사회에서는 장남은 고향에서 가업을 지키고, 차남이나 막내가 밖으로 나가 출세를 하거나 사업을 일으켰다. 남강이 멀지 않은 작은 농촌마을에서 태어난 호암은 일본 유학을 통해 선진문물에 눈을 뜨고, 농업 소출을 자본으로 마산에서 합동정미소를 시작으로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운영하며 무역업으로 뻗어나갔다.
구인회 : (LG) LG는 럭키(Lucky) 금성(Gold Star)의 약자다. 蓮庵 구인회 회장은 능성 구씨로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서 태어나, 1931년 진주 중앙시장에서 구인회 상점(포목점)을 했다.
그때 번 자본과 같은 마을 사돈인 만석꾼 曉洲 허만정(김해 허씨)과 합작으로 부산에서 1947년 럭키화학 (화장품)으로 출발한다. 그때는 고무신도 나오기 전 짚신을 신었는데, 그것마져 아까워 들고 맨발로 다니다가 사람들 앞에 나갈 때에 신었단다.
또 담배는 두 종류를 갖고 다니다가 손님에게는 비싼 것을, 본인은 싼 것을 피우며 오직 근검절략으로 부를 쌓았다. 동업을 하던 구씨(LG)와 허씨(GS)는 2005년 매출액 6:4 비률로, 두 그룹으로 분리되었다.
조홍제 : (효성그룹) 晩愚 조홍제 회장은 함안 조씨로 출생지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는 이병철 생가와 멀지 않았다. 만우 부친은 사천석꾼이 었으나 만우가 금융조합을 하면서 만석꾼이 되었다.
만우는 이병철의 형님과 동갑으로 이병철 회장이 무역업을 할 때, 800만 원을 빌려 주고 뒤에 200만 원을 더 투자해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동업을 시작했다.
1957년 56세에 동업을 청산하고 효성물산을 세워 한국타이어. 동양나이론. 효성중공업 등으로 70년대엔 한국 5대그룹이 되기도 했다.
그외 진주지역 기업인.
김삼만 : 대동공업(경운기.트랙터)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 농기구 회사.
강병중 : 넥센 타이어(前 흥아.우성타이어)와 프로 야구 넥션 히어로즈 구단주.
한때 명성을 떨치다가 사라진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도 진주 출신이었다.
또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 출신 한국의 기부왕 삼영화학 冠廷 이종환 회장이 있다. 삼영화학은 포장용 필름(식품.과자.라면.음료 용기) 등 합성수지 회사이다.
이 분은 8,000억 원을 투입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장학재단을 설립했으며, 300억 원을 들여서 서울대 제2 도서관인 관정도서관을 지어 준 분이다.
진주시 지수면 지수초등학교는 삼성.LG.효성의 창업주들과 LG 허정구 공동 창업주가 수학한 학교로 대기업 사장들을 60여 명이나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지수초등학교는 만석꾼 허씨 집안에서 땅을 기부해 1921년에 개교한 학교로, 인근에 신식 교육기관이 없어 그 분들은 이 학교에 다녔다.
이 학교는 한때 입학생이 적어 폐교 위기에 몰렸으나, 이 학교 13회 졸업생이며 교사로 근무한 구자경 LG회장이, 체육관을 건립하고 특별 장학금으로 학생들을 모집해 폐교 위기를 넘기나 했더니 최근에는 학생수가 조금더 많은 같은면의 송정초등학교와 합병을 하였고 교명은 지수초등학교라고 부른다.
남강 주변에서 태어난 부호들은 농업자본이 상업자본을 거쳐 산업자본으로 발전하는 한국 시장경제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천년 고도 진주는 대학이 6개나 있는 오랜 전통의 교육도시며 신식 교육의 요람으로, 이들 재벌 탄생의 산실이 되었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도 있었겠지만, 이분들은 이웃을 도우고 학교를 세우며 독립자금을 희사하기도 했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신 분들이다.
근검절약하면 소부(小富)는 될 수 있다. 그러나 거부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아간 선구자들이다.
남강의 이 솥바위(부자바위)는 지금도 치성을 드리고 기(氣)를 받으면 소원성치를 한다는 속설로, 많은 사람들이 입시나 창업을 앞두고 찾아와 기원을 한다.
2018.05.14.
오비최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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