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 Issue/@Gen Trend

〔워킹맘〕아내, 칼퇴근해서 해고 당해… 남편은 두아이 키우려 승진 포기

Paul Ahn 2018. 7. 12. 08:42

〔워킹맘〕아내, 칼퇴근해서 해고 당해… 남편은 두아이 키우려 승진 포기

http://inside.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7/04/2011070400651.html

 

직장·꿈 포기하는 젊은 부모들
베이비시터 못 구해서… 아들 둘이라 하면 면접도 안와
두 아이 데리고 두시간 걸려 출근, 고객사 미팅 들어갈 땐 동료 직원들이 애들 봐줘
육아 이산가족 - 큰딸은 시댁, 둘째는 친정에
한두 달에 한번 가족 상봉땐 엄마 독차지하려고 다퉈
같이 커야 남매간 情 쌓이는데…

 


세 살, 다섯 살 두 아들을 둔 공무원 정진규(가명·41·서울 마포구)씨는 승진을 포기한 상태다. IT(정보통신)업체에 다니며 밤 10시가 넘어야 퇴근하는 아내 대신 두 아들을 맡기로 선택하면서 직장 일에 전력투구할 수 없게 됐다.

정씨는 "아무래도 일이 많은 핵심 부서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데, 기회가 와도 아이들 때문에 매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회식에 참석하기도 힘들어 사회적 네트워킹(관계 형성)도 힘들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내는 첫 애를 낳은 후 1년 만에 첫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첫 직장은 매일같이 야근이 반복되는 곳이었다. 정씨의 아내는 아이 때문에 저녁 7시에 퇴근하다 근무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고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정씨의 아내는 IT회사에서 두 번째 일자리를 찾았다. 그는 또다시 야근을 못 해 직장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의 이런 모습을 안쓰럽게 여긴 정씨가 아이들을 맡기로 했다. 고위 관료의 꿈은 접었다.

'육아대란(大亂)'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시름과 고통은 더 깊어지고 있다. 육아문제가 저출산과 저조한 여성 취업률의 결정적 원인이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나라 1700만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600만 가구(35.5%)에 달한다.

육아의 고통들
교사 유지영(30·경기도 구리)씨는

큰딸은 경북 경산의 시댁에, 둘째아들은 경기도 구리 친정에 맡겨 두고 있다. 친정은 차로 30분 거리에 있어 아들은 매주 집에 데려올 수가 있지만 딸은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힘들다. 칠순 시어머니가 구리까지 아이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유씨 부부가 매주 내려갈 여건이 못된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유씨 남편은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잦다. 그러니 가족이 모두 모이는 건 한두 달에 한 번뿐이다. 유씨는 "같이 자라야 남매간 정도 깊어질 텐데 한 번 모이면 서로 엄마를 차지하겠다고 지독하게 다툰다"면서 "아들 손만 잡아도 딸아이는 금세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든다"고 했다.


유씨는 매년 '올해는 남매를 데려와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실천이 안 된다고 했다. "명색이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인데 '정작 우리 아들·딸은 어떻게 되는 건가'자책할 때도 많지만 답이 안 나와요. 금전적 부담도 그렇고, 믿고 맡길 만한 데도 마땅치 않고…."

홍보업계에 종사하는 신정원(36)씨는 1년에 한두 번은 두 아들(2세, 4세)을 데리고 출근해야 했다. 아이 맡길 사람을 구하지 못한 탓이다. "경기도 용인 집에서 광화문 직장까지 두 시간 길이에요. 애들은 울고…. 제가 고객사 미팅에 들어가면 동료 직원들이 과자 사주며 달랬죠."

신씨는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을 찾았다가 몇 번이나 그냥 돌아섰다. 갓난아기 서너 명이 방 한구석에 누워 있는데, 어린 아기를 돌보는 보육교사는 한 명뿐이었다. "말도 못 하는 아기한테 제대로 한 번 눈길이라도 줄지….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 있을 걸 생각하니 도저히 못 맡기겠더라고요." 입주 도우미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베이비시터 십수명을 수소문했지만 "아들 둘은 힘들어서 못 본다"며 아예 면접에 응하지도 않았다.

30대 초반 여성 취업률 최저
본격적인 출산, 육아기에 접어든 30대 초반 여성들이 대거 직장을 포기하면서 한국 여성의 취업률은 20대 후반 최고(65.6%)에 달했다가 30대 초반 최저(50.1%) 수준으로 급감한다. 40대 초반부터는 서서히 회복해 전형적인 'M'자 곡선이 나타나는데 2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꾸준히 취업률 65% 정도를 유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기택 통계센터장은 "한창 일할 30대 초반에 경력이 한 번 단절되면 이후에도 재취업은 쉽지 않다"며 "결국 육아문제 해결 없이는 우수한 여성 노동력 확보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