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해체, 주택시장 흔든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estate/201109/e20110905165045117860.htm
#1. 결혼 4년차인 직장인 이현진씨(32)는 최근 서울 중구 신당동의 전셋집을 재계약했다.
전세금을 5,000만원이나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잠시 '내 집 마련'을 고민했지만 결론은 '역시 당분간 집을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부부 모두 금업계에 종사하고 있기에 조금 무리해서 대출을 낸다면 집을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경우 1년에 한 번씩 떠나는 여행이라든가, 가끔씩 즐기는 공연 등의 문화 생활을 포기해야 할 터였다. 이씨는 "둘이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자고 자녀 계획도 최대한 미루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의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무리해서 집을 사고 싶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2. 경기 김포 고촌읍의 전용 127㎡ 규모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강귀자씨(55)는 요즘 틈만 나면 인근 미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보러 다닌다. 전용 59㎡ 규모 소형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강씨는 "가끔 찾아오는 자식들을 위해 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은 여러모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형 아파트로 갈아탄 뒤 나머지 돈으로 노후를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구 구조의 변화가 주거문화를 바꾸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 등에 따라 가족 구성이 '4인'에서 '2인' 중심으로 바뀌며 '30~40대 4인 가족'을 위주로 형성돼 있던 주택 시장이 큰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비혼(非婚), 만혼(晩婚)의 증가로 젊은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한 것도 주택 시장의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은 옛말, '렌트 제너레이션(Rent Generation)'이 온다
=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 변화로 미래 주택 시장에서 '임대차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가장 큰 이유는 주택 구매력이 부족한 1~2인 가구의 증가다.
주택을 구입해 거주하는 대신 임대차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계층이 늘어난다는 것.
통계청의 지난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42.2%를 차지하던 부부+미혼자녀의 가구는 37%로 줄어든 반면 1인 가구, 무자녀 부부가정, 한부모 가정의 비중은 각각 3.9%포인트(20.0→23.9), 1.2%포인트(14.2→15.4), 0.6%포인트(8.6→9.2%) 늘어났다. 1차 주택 수요층인 30~40대 가족의 수요는 감소하고 주택 구매력이 부족한 1인 혹은 2인 가구만 크게 늘어난 것이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히 미혼의 1인 가구는 주거 이동성이 높은데다 가처분소득 등의 측면에서도 주택 구입보다는 임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며 "실제로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월세 임대 시장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는 고소득자 가운데서도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옅어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필요한 비용을 생각할 때 꼭 집을 살 필요가 없거나 ▦내 집이 없어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기에 집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른바 '자발적 무주택자'다.
실제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전국 3만3,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서는 5,300여 가구(16.3%)가 내 집 마련이 불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주 연령이 낮을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졌다. 60세 이상에서는 11.7%만이 내 집 마련이 불필요하다고 했지만 40세 미만에서는 20.1%가 굳이 주택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한국ㆍ일본의 인구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라이프스타일 보고서에서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에 살아도 상관없다'는 문항에 대해 응답자 전체의 37%, 30대 41.1%가 긍정 응답률을 보였다.
주택 수요가 줄고 구매 시장이 약화됨에 따라 향후 주택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도 예상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특히 저출산으로 인해 현재 공급된 주택을 받아줘야 하는 다음 세대 수요가 취약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 보다는 중소형 주택 선호도 높아져=
가족 구성원 수의 변화 역시 주택 시장을 바꾼 중요한 요소다. 가족을 이루는 가구원 수가 줄어들며 보유 주택의 소형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4.62명이던 평균 가구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해 2010년에는 가구당 2.69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전국의 4인 가구는 389만8,000가구로 조사돼 2000년 444만7,000가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점차 줄고 있다. 반면 1인 가구는 2010년 414만2,000가구로 조사돼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고 2인 가구 역시 2000년 273만1,000가구에서 420만5,000가구로 53%가 증가했다. 4인 이상으로 이뤄지던 가족이 1~2인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중대형 위주로 움직이던 아파트 시장이 중소형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 위치한 전용 85㎡ 초과 대형 아파트의 경우 2005년 연간 매매가 변동률이 21.4%로 나타나 전용 60㎡ 이하 아파트의 3배 이상 올랐지만 2007년 이후로는 줄곧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여왔다. 올 들어서도 전용 60㎡ 이하 소형아파트 매매가는 0.6% 상승한 반면 전용 85㎡ 초과 주택은 0.8% 하락했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서도 1인당 주거면적은 27.8㎡에서 28.48㎡로 소폭 늘었지만 가구당 평균주거면적은 69.29㎡에서 68.71㎡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 가구를 중심으로 보이는 '주택 다운사이징' 현상도 중대형 주택의 하락을 부추긴다. 자녀들이 분가한 후 부부 2인의 보금자리를 다시 꾸리는 과정에서 기존의 대형 주택을 처분, 소형 주택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은퇴 이후의 긴 삶을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이런 움직임의 주축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중소형 주택이 지나치게 과잉 공급되지 않는 한 중소형 주택의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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