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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돌국 이야기

Paul Ahn 2020. 4. 21. 10:34

〔지혜〕돌국 이야기

http://www.seri.org/ic/icDBRV.html?pubkey=ic20111027001&menu_gbn=6&pgsj=&pgno=1&pgor=

돌국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중세시대쯤 되는 옛날 동유럽에 심한 기근이 들었다. 인심이 몹시 흉흉해져서 사람들은 친한 이웃에게조차 먹을 것을 숨기고 없는 체하며 나눠주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별로 굶주려 보이지도 않고 인상도 좋은 나그네 한 사람이 마을을 통과했다. 마을 사람들은 역시나 이 사람을 경계하면서 먹을 것을 주기는커녕 쉬어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쉴 곳을 찾던 나그네는 포기한 듯한 태도로 마을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중얼거렸다. “오늘 자리를 잘 잡아서 돌국을 맛있게 끓여야 할 텐데….”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말을 퍼뜨렸다. 돌로 국을 끓인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마을 전체로 퍼졌고 마을 광장 한편에 자리잡은 나그네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사내는 가방 속에서 솥 단지와 아주 잘 포장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일단 솥을 걸고 물을 끓이더니 상자에서 매끈하게 생긴 돌멩이 하나를 꺼내 과장된 몸짓을 하며 끓는 물에 집어넣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그는 “자, 여러분께 맛있는 돌국을 대접하겠습니다” 하고 소리치며 요란한 의식과 함께 물을 국자로 휘휘 저었다.
그러면서 그는 남들이 알아들을 만한 목소리로 “아, 여기 양배추를 좀 넣으면 정말 맛있을 텐데”하고 중얼거렸다. 얼이 빠져서 구경을 하던 어떤 사람이 집으로 달려가서 숨겨 놓은 양배추를 들고 왔다. 양배추를 받아서 툭툭 썰어 넣은 사내는 다시
“아! 여기에 쇠고기를 조금만 넣어도 왕의 식사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맛있어질 텐데” 하고 좀 크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푸줏간 주인의 아내가 냉큼 집으로 달려가 그 귀한 고기를 한 토막 베어 왔다. 곧 고기가 솥 안에 넣어지고 비슷한 방법으로 양파, 당근, 후추 등이 연이어 솥 안으로 들어갔다.
국이 완성되자 사내는 돌을 꺼내어 상자에 조심스럽게 다시 집어넣고 그 국을 동네 사람들과 함께 맛있게 나눠먹었다. 동네 사람들은 사내가 떠난 후 기근이 지나고 난 다음에도 한참 동안 그 신기한 돌국 이야기를 신나게 떠들어댔고 돌이 가진 효능에 대해 궁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