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세대 갈등·복지 … 소통이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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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한민국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무엇보다 20년만에 총선·대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정치권이 선거열기로 달아오르면서 세대·계층 간 갈등이 증폭될 우려도 있다. 지난해 정치권을 달궜던 복지갈등도 더 첨예화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경제위기에도 비교적 선방했던 경제 역시 올해 사정이 녹록지 않다. 흔들리는 교실을 바로 세우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 또한 2012년 대한민국이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다.
# 총선·대선 정치권 달군다
우리나라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총선(4월 11일)과 대선(12월 19일)을 함께 치른다.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5년마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4년마다 열리는데 올해는 두 선거가 겹친다. 미국 프랑스 베네수엘라 몽골 아이슬란드 예멘 등 20여개국에서도 대선이 치러진다. 말 그대로 2012년 지구촌은 선거의 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돌풍으로 벼랑끝으로 몰렸던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27세 청년(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을 위원으로 영입하는 등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쇄신하지 않으면 벼랑에서 추락한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하지만 비대위가 순항하고 한나라당이 다시 중심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총선 공천과정에서 다시 한번 한나라당이 요동을 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시민통합당, 한국노총과의 합병으로 몸집을 불렸다. 3년5개월여 만에 민주당이란 간판을 내리고 민주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오는 15일엔 민주통합당의 지도부를 선출한다. 민주통합당 역시 정권교체란 명분으로 한 우산을 썼지만 총선 과정에서 현실적 이익이나 지분을 놓고 계파간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12월 치러지는 대선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號)를 이끌 선장을 뽑는 선거다.
# 무상복지 고삐 풀릴까
복지는 지난해에도 지구촌의 핵심 화두였다. 복지지출 확대로 재정적자가 심화되면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국가부도의 문턱에서 서성댔지만 복지욕구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리스에선 IMF(국제통화기금)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날에도 정부의 긴축을 반대하는 시위가 아테네 거리를 메웠다. 한국도 복지가 화두가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해 이를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투표율 자체가 부족해 결국 시장직을 내놓았다. 새해엔 무상복지 욕구가 지난해보다 더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총선과 대선이 몰려있어 표심을 노린 정치인들이 무분별하게 무상복지로 유권자를 현혹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무상복지 논란이 학교급식을 넘어 의료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복지는 건전한 사회의 초석이다. 하지만 복지는 재원, 경제성장과 균형을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복지를 선두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의 입장에선 달콤한 언어의 유혹에 솔깃하기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진정성에 판단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 견실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 교실은 여전히 흔들릴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반세기만에 경제기적을 이룬 것도 교육의 힘이다. 인재인프라가 부족한 자원인프라를 극복한 결과다. 이런 교육의 산실인 학교가 흔들린다. 지난해 대구 광주에서 중학생이 상습적인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해 잇달아 자살했다.
장애인 학생을 성폭행하는 파렴치한 사건도 교육의 산실이란 학교에서 자행됐다. 학생은 선생님을 불신하고, 선생님은 사명감을 잃고 무기력해진다. 반친구를 폭행하고 따돌리는 것은 이제 뉴스가 안될 정도다. 욕설은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심지어 선생님에게 폭언을 일삼는 학생도 많다. 어머니를 죽여 방치한 어느 고교생의 패륜은 흔들리는 교실의 막장을 보는 듯하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하지만 이 말을 요즘처럼 뼈저리게 느낀 적이 없다”로 토로했다. 학교를 바로 세우려면 무엇보다 가정이 바로 서야한다는 얘기다.
선생님도 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회복해야 한다. ‘회초리=인권침해’라는 획일적 등식도 한번쯤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은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인품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자제의 미덕도 배워야 한다. 2012년엔 대한민국의 교실이 중심을 잡아간다는 뉴스를 들었으면 한다.
# 세대갈등 꼬일까 풀릴까
세대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존재한다. 어쩌면 갈등은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내 균형잡힌 사회를 만드는 필요악이다. 하지만 수위를 넘은 세대·계층 간 갈등은 국가의 성장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사회에 관용이나 배려란 미덕도 자리할 곳이 좁아진다. 특정 정치세력이나 이해집단이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매국행위에 다름아니다.
우리 사회의 세대·계층 간 갈등과 반목은 점차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몰려있어 정치권이 이런 갈등을 치유해 국가적 에너지를 모으기보다 특정 세대나 계층의 표를 얻기 위해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이념적 갈등도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갈등의 중심엔 일자리가 자리한다. 일자리가 없는 상당수 청년들은 그들의 불안한 미래를 기성세대 탓으로 돌린다. 일부 기성세대는 그런 불만을 미성숙한 응석쯤으로 받아들인다.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극단적으로 무리를 지으려는 사회는 갈등을 증폭시킨다. 깊은 성찰은 갈등수위를 낮추는 명약이다. 생각의 다양함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2011년 증폭됐던 대한민국의 갈등수위가 임진년 흑룡의 해에는 좀 낮아졌으면 한다.
# 소통확대가 해법이다
소통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보약이다. 융합이라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도구이기도 하다. 리더십의 변천사도 군림-애국-실천-섬김을 거쳐 소통이 대세인 시대가 됐다. 소통은 귀를 열지만 불통은 입만 연다. 어찌 보면 2011년 우리 사회는 소통보다 불통이 지배한 사회였다. 학교폭력, 세대갈등, 복지논란도 그 근저엔 불통이 깔려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첨단의 소통도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소통의 통로는 그리 넓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SNS가 단편적인 소통의 창구가 되면서 객관적 사고가 매몰되는 부작용도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독서를 통해 종합적 사고력을 키우고, 귀를 더 열어 남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는 얘기다. 2012년엔 소통이란 만병통치약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말끔히 치유했으면 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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