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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직업〕"유망 직종 좇지 말고 직업을 창조하라"

Paul Ahn 2008. 3. 1. 15:48

〔미래직업〕"유망 직종 좇지 말고 직업을 창조하라""유망 직종 좇지 말고 직업을 창조하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16/2013031600052.html

 

"이 남자 눈빛 좀 봐요. 자기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 눈엔 다이아몬드 같은 환희가 넘치죠."

직업학을 업으로 삼아온 김병숙(65) 경기대 교수가 자신이 그린 그림 앞에서 자랑스럽게 웃었다. 정년 퇴임을 기념해 16~27일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어리둥절해하던 터였다. 벌써 세 번째 전시란다. "언제 화가가 됐느냐"는 물음에 "쉰 살 되던 해, 더 늦기 전 어릴 적 꿈을 실현하자 마음먹었다"고 했다.

김병숙 교수는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한국직업발달사'(2007년)를 집대성해 화제를 모은 학자다. 우리나라에선 처음 대학원 과정에 직업학 석·박사 과정을 개설했고, 연구자 200여명을 배출했다. '직업 상담사'라는 직종도 그녀가 만들어 보급했다. 요즘 붐을 이루고 있는 진로 상담, 직업 상담의 이론적·실무적 토대를 닦은 셈이다.

"미술대 교수가 아니라면 퇴임을 기념해 전시회를 여는 교수는 없을 것"이라고 하자 그가 '해명'했다. "보통 정년 퇴임 하면 제자들이 주머닛돈 털어 스승 논문집 만들어주고 식사 자리 마련해주잖아요. 난 그렇게 하기 싫었어요. 부족한 나의 제자가 돼주어 고맙다는 뜻으로 그들을 위한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주려고요."

그림 23점의 주인공은 '일하는 사람'이다. 가위만 들면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 미용사, 산간 마을 지붕에 쌓인 눈 치우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일용직 공무원, 목장갑을 낀 채 자기 몸집보다 큰 기름통을 손수레에 싣고 대로를 횡단하는 여인 등 "노동의 고되지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했다"고 했다.
"그림 속 주인공들이 전시장에 올 텐데 자기랑 전혀 다르게 그렸다고 흉볼까 봐 걱정입니다, 하하!"

정년을 맞는 소회를 물었다. "퇴임으로 달라지는 건 대학에서 제 연구실 하나 없어지는 것뿐이에요. 7년 전 제자들의 임상 작업실로 문을 연 '잡 클리닉' 일을 계속할 거고, 그림도 계속 그릴 거고요. 퇴임, 나이듦 같은 말들이 난 별로 서글프지 않아요.
예전의 80세가 지금의 40세이고, 60세는 지금의 20세라고요. 제가 '환갑 프로젝트' 성사시킨 거 아세요? '24인치 허리에 10㎝ 하이힐 신고 환갑을 맞이하겠다'는 목표를 진작에 달성했답니다(웃음)."

취업이 어려워 아우성치는 젊은이들에게는 '진로 신화'부터 깨라고 충고했다. "전공과 일치해야 한다, 연봉은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 남이 알아주는 직장이어야 한다는 식의 신화부터 깨야지요. 딱 한 진로가 아니라 두세 진로를 서로 크로스(cross)해가며 전략을 짜보세요. 획일적인 스펙은 도움이 안 돼요. 목표한 직장이 원하는 능력에 맞게 경력을 쌓아야지요. 그러려면 대학 아르바이트부터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은퇴 후 8만 시간'(조선북스)의 저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100세 시대에는 직업을 7~8번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고려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 또한 지금까지 6번 직업을 바꿨다. 첫 직업은 디자이너. "텍스타일 디자인 회사에 입사했는데 실력 없다고 6개월 만에 해고당했어요. 첫 직장부터 호된 시련을 겪었지만 내 인생 최고 밑천이지요." 이후 비서, 은행원, 노동부 공무원, 연구원을 거쳐 대학교수가 됐다. 노동부에서 산업체 학교 등 다양한 직업 현장을 다니며 보고 느낀 것이 직업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김 교수는 "'유망 직종'을 전망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 없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6개월, 1년 단위로 확확 바뀌는 사회 시스템은 직업 세계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어요. 미래는 1·2·3차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서로 융합된 직업들이 보편화될 겁니다. 유망 직종이라는 신기루에 사로잡히지 말고, 당신 스스로 직업을 창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