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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루스(FOOTLOOSE)

Paul Ahn 2018. 11. 2. 08:34

★풋루스(FOOTLOOSE)
디자인 자전거 ‘풋루스’를 통한 창조디자인의 명확한 의미

 

들어나 봤나, 스트라이다(?). 삼각형 모양의 삼발이같이 생긴 자전거이다.

 

우선 이런 디자인의 자전거가 탄생한 배경도 재미있다. 본 디자인을 탄생시킨 영국의 마크 샌더스는 1983년 봄, 런던 중심가에 있는 학교를 32㎞나 떨어진 외곽에서 통학하던 학생이었다. 물론 학생이다 보니 이용하는 이동수단으로는 자전거와 지하철이다. 

 

그 당시 막 출시되기 시작한 접이식 자전거를 구입하여 지하철역까지 간 뒤 자전거를 접어서 지하철을 타고, 다시 그 무거운 접이식 자전거를 둘러업고 지하철 계단을 올라야 지상에 도착하는 그런 수순이다. 당연히 자전거 체인의 기름 때문에 옷을 버리기 일쑤였고, 이에 반발한 디자이너 학도인 마크 샌더스는 대학생활 내내 휴대하기 편한 새로운 자전거 디자인을 궁리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 스트라이다(STRIDA)는 이렇게 탄생했다.

 

 

정삼각 형태의 몸체를 절반으로 접어 두 바퀴를 나란히 모으면 자전거를 들지 않고 바퀴로 굴리며 이동할 수 있다. 기름이 묻지 않게 체인 대신 벨트를 이용했다. 스물여섯 살에 자전거의 혁명이라 불리는 삼각형 모양의 접이식 자전거 ‘스트라이다(STRIDA)’를 만든 마크 샌더스는 자전거도 유모차처럼 접은 다음 바퀴로 굴리면 갖고 다니기 편하겠다는 생각에서 착안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자전거의 프레임 형태에서 많이 벗어난 스트라이다는 영국 디자인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고, 결국 스트라이다는 1987년에야 제품화된다. 제품화된 사연도 일본 회사와 거래하는 기업가가 스트라이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춤으로서 빛을 보게 된다. 처음 생산된 2만5000대는 일본을 비롯 프랑스·독일·미국 등에서 팔렸다. 하지만 정작 영국에선 2000년대 들어서야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고 하니 이 자전거 디자인 거장의 롤러코스트같은 인생이 재미있다.

 

 

그가 최근에는 우리나라 기업인 ‘만도’와 함께 전기자전거 '만도풋루스'를 디자인했다. 2012년 내놓은 전기자전거 '만도풋루스'는 체인 없이 내장된 모터로 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취했다. 어린 시절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샌더스는 몸에 딱 포개지는 갈매기의 날개에서 풋루스의 디자인을 따왔다. 갈매기 날개뼈가 접히는 방식으로 자전거를 접는 디자인이다. 생활에서 빌려온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아시다시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벤츠, 아우디, BMW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전기자전거 제품을 공개하면서 전기자전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서울은 런던·파리·뉴욕 등 세계적인 도시들이 대체로 평지인 것과 달리 언덕이 많다. 그래서 풋루스는 언덕지형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삶에 기여하기 위한 디자인을 채택했다고 한다. 유명 회사의 제안을 마다하고 만도와 손을 잡은 이유도 남달라 보인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를 제조회사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지저분한 자전거 수리점을 고소한 커피향과 음악이 흐르는 카페로 만들겠다는 만도의 아이디어에 동의했기 때문이란다. ‘스트라이다’보다 혁신적인 작품인 ‘풋루스’는 지금까지 저렴한 이동수단, 땀내 나는 운동기구였던 자전거를 럭셔리하고 실용적인 신개념 도심형 이동수단으로 변신 시키려 한다. 거기다가 자전거 대리점을 카페화 하려한다.

 

서울 신사동에 새로 생긴 플래그십스토어 ‘카페풋루스’. 카페 풋루스는 제품의 전시, 상담, 판매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등 각종 부가 서비스까지 한 자리에서 해결해 준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이곳은 브런치카페로 더 유명하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잠시 쉬어가자. 당신에게 자전거란 이동수단인가 레져스포츠 수단인가? 이 대답에 따라 당신이 이용하는 ‘자전거’라는 품의 개념이 설명된다. ‘품의 개념’에 따라 상품의 가치도, 소비자의 가치소비도 달라진다. 
만도에서 나온 ‘풋루스’는 소비자가격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약간 거부감이 가는 가격인 4,477,000원이다. 정말 믿고 싶지 않은 가격이다. 창조경제가 화두인 요즘에 창조디자인에 대한 화두를 던져 주는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를 보면서 창조경제의 가장 정 가운데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고민해 본다.

 

최근 출시된 삼성 갤럭시 S4 성공에 관한 자체 평가를 보자. 기존 스마트폰 제품들이 세련된 외관, 화려한 기능을 강조하는데 치중했다면 삼성전자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구현하는데 주력했다고 발표했다. 즉,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인간, 즉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자전거 디자인의 거장 마크 샌더스에게 21세기형 자전거 대리점은 ‘카페’다. 업(業)의 개념이 여기서 다른 형태로 적용된다.

 

그가 보는 자전거 판매와 수리를 주업으로 하는 자전거 대리점 문화는 카페다. 수리할 자전거를 맡겨 놓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컴퓨터를 하는 풍경이다. 공구는 하나도 필요 없다. 자전거를 컴퓨터에 연결해 바이러스를 체크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 끝인 커피 향기 바람에 날리는 곳. 미래 자전거 대리점의 모습이다. 과연 그의 이상대로 5년 내 교통체증, 환경오염으로 인해 이동수단 변화의 시대가 올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리고 히트상품의 2가지 필수조건을 알게 된다. ‘품(品)’의 개념과 ‘업(業)’의 개념을 새롭게 창조하면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요, 창조디자인이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