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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족 / 핀란드, 북극의 광활한 황야 라플란드

Paul Ahn 2007. 2. 15. 09:05

⊙사미족 / 핀란드, 북극의 광활한 황야 라플란드 

http://lionking50.tistory.com/740


핀란드 사미족의 터전인 북극의 광활한 황야 라플란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핀란드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가진 나라이다. '북유럽의 하얀 도시'라고 불리는 수도 헬싱키는 물론이고, 지방으로 나가면 만나는 울창한 산림과 수많은 호수와 섬은 이 나라의 자랑이다. 아마도 세계에서 핀란드만큼 호수와 섬이 많은 곳도 드물 것이다. 호수가 무려 6만 개, 섬이 3만개 정도나 되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북부 지역인 라플란드라는 광활한 황야 지대이다. 북극권에 속해 있어 밤하늘을 휘황찬란한 빛으로 장식하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라플란드에는 자작나무, 가문비나무, 소나무 등 빽빽한 산림 지대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라플란드는 춥고 자연환경이 열악하여 사람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사미족)

하지만 이곳에는 수천 년 동안 조상 대대로 살아오는 사미 족이 살고 있다. 현지에서 '래프'라고도 불리는 사미 족은 오래전 러시아의 우랄 산맥과 볼가 강 부근에서 이동해온 종족이다. 전형적인 유목 민족인 사미 족은 핀란드는 물론 주변의 다른 나라 즉, 노르웨이나 스웨덴에도 살고 있다. 사미 족은 일가 친척끼리 모여 살며 주로 호수나 강가에서 낚시를 하거나 산에서 사냥과 목축을 하며 생활한다.

 

핀란드 전체 인구 중 사미 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 현재 약 7천 명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미 족은 이곳에 처음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원주민이다. 순록과 더불어 사는 삶을 포기하고 일부 사미 족은 도시로 나가 살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사미 족은 과거의 전통을 이어 받으며 열악한 자연 환경 속에서 굳세게 살고 있다. 

 

 순록은 사미 족에게 요긴한 동물이다. 순록으로부터 주요 식량인 고기를 얻고 가죽으로는 모자, 장갑, 방한복을 만들어 입는다. 또한 순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여 유용한 생활용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야생 순록을 제외하고는 순록마다 주인이 있다. 해마다 6월과 7월에 순록 귀에다 누구 소유인지를 알려주는 갖가지 표시를 한다. 10월쯤 한 장소로 순록을 모으는데 이때 새로 태어난 새끼는 함께 있는 어미를 보고 소유자를 결정한다.

 

사미 족은 추위에 강해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호잇, 호잇' 소리를 내며 순록 떼를 쫒는다. 순록 무리 중에서 힘이 떨어지는 나이든 순록은 올가미 밧줄로 끌어낸다. 

 

죽음을 직감한 순록은 발버둥치지만 능숙한 사미 족은 순록이 앞다리를 꺾어 뿔 사이로 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 후 단칼로 순록의 심장을 찔러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목, 다리, 내장 등을 분리하는데 불과 30분도 안 걸린다. 사미 족은 순록의 고기를 말려 비상 식량으로 이용한다. 순록 고기에 감자를 썰어 끓인 '순록 고기 스프'는 이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눈이 많이 내리면 순록이 먹는 무스(눈밭에서 자라는 흰 풀뿌리)를 찾기 힘들어 순록이 굶주려 죽게 된다. 이로 인해 사미 족은 겨울이 다가오면 무스를 찾아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순록 떼를 몰고 간다.

 

사미 족은 순록 떼를 몰고 봄가을에 해마다 두 차례씩 큰 이동을 하는데 이 때 사미 족이 임시 머무는 천막을 '코타' 라고 부른다. 코타 내부에는 나무 침대가 있고, 한쪽에서는 장작 화로가 있으며 바닥에는 순록 모피가 깔려 있어 따뜻하다.

 

사미 족 여인은 알록달록한 무늬를 가진 옷을 즐겨 입는다. 이들은 장작불에 끓고 있는 주전자의 스프와 치즈 그리고 말린 순록 고기를 손님에게 대접한다. 야외에서 임시로 머무는 곳이므로 코타에는 요란한 살림도구는 없다. 먹는 것도 말린 사슴 고기와 소금 그리고 레인디어라는 고기가 든 감자요리 등이다. 

 

사미 족도 현대화된 도시 문명의 영향으로 생활 자체가 많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면 순록을 유목할 때 과거에는 뛰거나 개썰매를 이용했지만 요즘에는 스노모빌을 이용한다.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를 내는 스노모빌을 타고 눈 덮인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사미 족을 보면 옛스러운 생활 모습에서 많이 변화된 것을 느낀다. 요이킹은 사미 족이 즐겨 부르는 민요이다. 애조 띤 가락의 요이킹을 사미 족 사람들은 입에서 흥얼대듯 조용히 부른다.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미 족은 원래 핀란드의 원주민이었다. 그러나 훨씬 강한 핀 족 등이 이주해 오자 이들에 쫓겨 북쪽 지방으로 옮겨가 살게 된 것이다.

 

따뜻했던 고향을 떠나 외롭고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사미 족은 그들의 슬픔과 고통을 담은 요이킹이라는 민요를 부르게 된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산업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사미 족이 살던 곳은 도로와 건물 그리고 탄광 등이 들어서자 사미 족은 이렇다 할 항변도 제대로 못하고 거처를 옮겨야 했다.

 

오늘날 많은 수의 사미 족은 순록을 따라다니며 생활하는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정착 생활을 하고 있다. 천막 대신에 통나무집에서 살며 장작불이 아닌 석유 난로로 난방을 한다. 하지만 뚜렷한 수입원을 찾기 힘들어 이들의 생활 수준은 형편없이 낮다. 일부는 도시로 나가 노동자로 일하기도 한다. 핀란드 사람들의 평균 수입은 세계 선진국 수준인데 비해 관광업이나 사업에 성공한 일부 사미 족 외에는 수입이 변변치 않다.

 

핀란드 정부에서는 생활 보조금을 주는 등 복지 사회를 위해 노력하지만 과거에 자기들을 탄압하고 쫓아낸 핀란드 정부에 대해 반발감을 아직도 갖고 있는 사미 족들은 합동으로 핀란드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아직도 유목생활을 고집하고 있는 소수의 사미 족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언어와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굳세게 살고 있다. 눈이 허벅지까지 묻히는 거친 땅에서도 순록 떼를 몰며 살아가는 사미 족에게서 여전히 남아 있는 유목 민족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