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고메라 섬의 휘파람 언어 / 스페인 카나리아군도, 모로코 남쪽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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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유산, 라 고메라 섬의 휘파람 언어. 아프리카 모로코 남쪽해안에서 대서양 쪽으로 약 100㎞ 떨어진 곳에 카나리아군도가 있다. 천 사백만년 전 화산 폭발로 생긴 일곱 개의 섬과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일곱 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 스페인 영토이다.
사람이 거주하는 일곱 개의 섬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엘 이에로, 라 팔마, 라 고메라, 테네리페, 그란 카나리아, 푸에르테 벤투라 그리고 란사로테인데, 스페인 본토와 완전히 다른 기후와 자연과 역사와 음식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섬들 중 가장 이국적인 풍광을 갖고 있는 테네리페는 여객선으로 90분, 수륙 양용배로는 40분 거리에 라 고메라 섬을 왼쪽으로 두고 있어, 테네리페로 관광 온 여행자들이 하루 일정으로 많이들 찾는다. 양치식물로 뒤덮인 푸른 단애와 하늘로 솟으며 층층이 밭을 이룬 초록의 경사지도 볼거리이지만, 무엇보다 이 지역에서 사용하는 휘파람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사람들을 자극한다.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해온 언어
2009년 9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언어는 유구한 역사와 인간의 기발한 창조력을 보여주는 서민들의 표현 산물로, 카나리아 군민들 간의 결속력을 유지시켜주면서 오랜 세월 그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해 왔다. 특수한 환경에 의한 생존수단으로써 발명되고 발전되어 온 것이기는 하지만 대단한 기교와 복잡한 미학의 산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휘파람 언어는 현재 라 고메라의 초중등학교에서 스승에서 제자로, 가정에서는 조부에서 손자에게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카나리아군도 자치지역의 보호 정책으로 학교에서 공식 교과 과목으로 채택되어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시범단이 존재하고 식당에서는 구경거리로 공연되며, 종교축제 등 모든 종류의 축제에도 등장하는, 한마디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빠지지 않는 지역의 보물이다.
휘파람 언어로 사람들이 소통하게 된 데는 지형적인 원인이 크다. 치솟은 산들로 둘러싸인 깊은 계곡 분지와 바다로 떨어지는 절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간의 이동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 이다. 오늘날의 폰이나 인터넷,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없었던 시대, 모르는 사람들 끼리 서로 이름을 교환하면서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나, 자신의 잃어버린 양을 찾기 위해 주변의 목동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며 상황을 묻거나, 건너 마을 친구를 마을 모퉁이 선술집으로 불러내려면 뭔가 소통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중해와 아프리카와 접한 스페인 안달루시아 남쪽지역에는 새하얀 마을들이 산 속으로 꼭꼭 숨어들어가 있고, 밀밭 한 가운데 봉화대가 있는 모습들이 간혹 눈에 띈다. 해안 도시들을 약탈하던 해적들이 극성을 부리던 시절, 이들의 침입을 알리던 수단이 봉화였던 것인데, 산이 많은 라 고메라 섬에서는 잃어버린 양을 찾거나, 부고를 알리거나, 친구를 부를 때, 또는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술을 주문할 때도 이 휘파람 언어를 사용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상용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니 그언어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체계화된 언어
카나리아군도에는 원래 서기전 1, 2세기부터 구안체스라는 아프리카 부족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었다. 15세기 초 카나리아군도를 방문한 유럽인들은 이들이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휘파람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사용한 언어는 유럽어가 아니었다. 그들 언어의 기원은 아직도 분명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이후 스페인 사람들이 그 지역을 정복한 후, 그곳 지형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언어를 휘파람으로 대신해 표현한 원주민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스페인어에 적용시켰다. 스페인어에 있는 다섯 개의 모음과 스물 두개의 자음을 두 개의 모음과 네 개의 자음으로 줄여 휘파람의 톤의 고저와 장단 및 휴지의 빈도에 따라 4000개 이상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라 고메라는 면적이 350㎢로 작은 섬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외부로부터의 접근이나 내부에서의 이동과 교류가 쉽지 않은 산간지방이라서 그들 간의 상호 교류, 의사 전달 수단을 어떠한 소리도 넘을 수 없는 날카로운 휘파람으로 기발하게 만들어 낸 것 이다.
섬 길이가 25㎞인 것을 고려해 보면 한 번 분 휘파람이 바람을 타고 3~4㎞를 이동하게 되므로, 대 여섯번의 휘파람으로 섬 한쪽 끝에서 섬 반대편까지 소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휘파람 소리는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특색이 있고 손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또 달라진다. 그러니 휘파람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서로 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 구별할 수 있고, 지역에 따라 특징이 존재하므로 그 휘파람을 부는 사람이 어느 지역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저 새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 휘파람 소리는 일종의 언어구조로 이루어져있다. 휘파람으로 내는 소리인지라 음악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언어를 사용할 때 작용되는 뇌 부위의 역할임이 밝혀지면서 언어를 음성학적으로 줄여 부호화하여 사용하는 체계화된 언어로 정리
이러한 휘파람 언어는 아프리카나 멕시코, 터키등 일부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지만, 이들 지역에서는 상황에 따른 일련의 코드로 되어 있고, 단지 몇몇의 전수자나 계승자에 의해 보존되거나 물려 내려오고 있는 반면, 라 고메라의 휘파람 언어는 또 다른 스페인어로 섬 공동체가 실제로 사용하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과 다르다.
전통 무형문화유산들이 현대화에 밀려 존재의미를 잃어가듯 휘파람 언어 역시 1950년 이후 사라질 운명에 처했었다. 휘파람 언어를 주로 사용했던 양치기들이 점점 줄어들고, 지역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카나리아군도의 다른 섬이나 중남미로 이주해버린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대 통신수단이 발전한 이유가 컸다. 하지만 카나리아 지역에서 공립학교 의무교육으로 지정하면서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현재 라 고메라 섬에만 22,000명 주민이 이 언어를 사용할 줄 안다고 한다.
◇지역문화에 대한 애착과 계승을 위한 노력
사회는 경제 논리에만 연연할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낼 보다 고상한 문화적, 예술적 형상들을 추구해야 한다. 스페인은 재정적자의 65%를 관광수입으로 메우는 나라답게 구경거리 가 참으로 많은 나라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하면서 다양한 인종과 종교와 역사가 만들어낸 유·무형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그래서 이들은 조상 덕으로 먹고 산다는 말을 듣지만, 스페인을 방문해 보면 지역자치단체나 국가 차원에서의 문화재 보호 정책은 물론이요, 주민들의 지역문화에 대한 애착 또한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선조들이 남긴 교훈을 제대로 익혔다.
711년부터 1492년까지 스페인 기독교인들은 이슬람교도들의 수중에 있었다. 이들은 1236년에 회교 대사원이 있는 코르도바를 아랍인들의 수중에서 되찾았고, 아랍인들을 스페인에서 완전히 몰아냈다.
이후 1523년 카를로스 1세는 코르도바 대주교의 청원을 받아들여 회교 기도소의 한 가운데서 기둥 4줄을 뜯어내고 대신 고딕양식의 가톨릭 대성당을 만들도록 했다. 어느 날 그 사원을 찾은 카를로스 왕은 대주교를 향해 이렇게 탄식했다. "이렇게 고칠 줄 알았다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을. 그대가 만든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대가 파괴한 것은 이곳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 이었다."
고고학자 비어 고든 차일드는 정신적 자산이 인류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전통은 인간의 도덕적 정신적인 가치를 완성시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문화 창출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을 연구로써 입증해 보였다. 계승되고 보존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전통물이 기능주의와 실용주의에 밀려 자취를 감추는 일은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과도 같다.
출처 : 문화재청
2015.09.10
동락다헌 同樂茶軒
글. 안영옥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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