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평가〕지속 성장 기업의 조건
http://www.lgeri.com/management/strategy/article.asp?grouping=01020100&seq=304
지속 성장 기업의 조건 LGBI1388-02_20160112133321.pdf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여 생존하는 기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기업 전략 및 운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모방할 기업을 찾기도 힘들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모방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그저 그런 기업으로 머무느냐 아니면 급이 다른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느냐는 기존의 낡은 비즈니스 가설과 관행을 원점에서 되짚어보고 이를 업그레이드한 ‘탁월한 전략’을 수립하여 제대로 실행하느냐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즈니스 가설에 대한 지속적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오늘의 고객과 경쟁자가 내일이나 일년 후에도 고객이고 경쟁자일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전략이 수립되어 실행된다고 해도, 먼저 세운 가설이 맞는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
둘째, 물질적 자산이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단순히 자산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창의적 사고와 자산이 결합되어야 한다. 오늘의 투자가 내일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고객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여 상품·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기업 활동을 통해 창출한 결과가 고객이 인정하는 효용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좋을 수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가 아니라 시장과 고객에 초점을 맞추어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넷째, 경쟁에서 승리하는 다름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자원의 열세를 극복하고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하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남과 유사한 전략이 아닌, 한계 극복을 위한 나만의 방식을 찾고 실행하는 특징을 보인다.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 멋지게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왜 경쟁사 제품이 아닌 우리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다섯째, 다양한 아이디어의 실험이다. 시장을 선도한 혁신적인 산출물들 중 많은 경우가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며 기존의 생각과 방식에 도전하여 실행한 것에서 나왔다. 혁신을 이끌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실행시키고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연하고 스피드 있는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예기치 못했던 사태에 의해서 경영 환경이 하루 아침에 급격하게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여 신속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면 급속히 쇠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 방식이 결정되면 혼신의 힘을 다해 목표했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는 체제와 역량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 목 차 >
1. 흥망성쇠가 난무하는 세상
2.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3.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
1. 흥망성쇠가 난무하는 세상
세계적인 네트워크장비 기업인 시스코(Cisco Systems)를 20년간 이끌면서 1995년 매출 12억 달러에 불과했던 회사를 매출 471억 달러(FY 2014 기준), 2015 Fortune Global 500 기업 중 225위의 규모로 키워낸 존 챔버스(John Chambers)는 2015년 CEO직을 물러나기 전 한 고객 컨퍼런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기업들의 미래는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는데 달려있다. 만약 기업들이 급진적으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여기에 참석하고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의 40%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여 생존하는 기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굳이 챔버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1995년 Fortune America 500 기업 중 10년 후인 2005년까지 그 지위를 유지한 기업은 292개 기업으로 58.4%에 불과하다. 약 41%의 기업들이 그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리스트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292개 기업 중 다시 80개가 넘는 기업이 10년 동안 순위에서 사라져버려 1995년에서 2015년까지 순위 내에 살아 남은 기업은 42%에 불과하다(<그림 1> 참조).
물론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업들도 있다. 1955년 Fortune America 500 기업 중 2015년까지 그 순위에 머무르고 있는 기업들은 62개이다. 약 12%의 기업들은 60여년간 굳건하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엑슨모빌(Exxon Mobil), GM, GE 등은 지속적으로 10위권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했다고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1955년에서 2005년까지 50여년간 Fortune America 500 순위를 유지하던 기업 중 20개의 기업이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대표적인 예가 1955년 순위 43위, 2005년 153위를 차지했던 코닥(Kodak)이다. GM 역시 금융위기 시 정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회사의 유지가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리 위대했던 기업이라 할지라도 언제든지 쇠퇴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확실성의 증대와 기술의 발전은 기업들에게 위협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획기적 성장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 Fortune 500 기업들이 시가총액 10억(1 Billion) 달러를 달성하는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20년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구글(Google) 8년, 우버(Uber) 3년 그리고 최근에는 2년만에 달성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그림 2> 참조). 특히 정보 기반(Information-based) 기술 등의 급격한 발전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오큘러스(Oculus) VR은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기술 개발 회사이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2016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인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이다. 이 제품은 헤드셋을 쓰면 헤드셋이 머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그 방향으로 시각을 제공하는 가상현실 게임 장비이다. 개발자인 팔머 러키(Palmer Luckey)는 2012년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서비스인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시제품을 선보여 240만 달러의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모아 회사를 창립하였다. 페이스북(Facebook)은 2014년 20억 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오큘러스를 M&A하였다.
이번에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제공하는 스냅챗(Snapchat)을 보자. 이 회사는 스탠포드 대학 한 수업의 프로젝트 결과물로 탄생하였다. 스냅챗의 가장 큰 특징은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그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한 시간이 지나면 서버에서도 메시지 기록이 삭제된다. 이러한 특성은 ‘잊혀질 권리’와 맞물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하루 20억개의 사진과 영상이 스냅챗을 통해 보내진다고 한다. 2013년 페이스북이 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거절했으며, 현재 시장가치는 100∼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향후 기업들이 풀어나가야 할 도전과 과제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경영 환경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고, 기업간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환경 하에서 뒤처지지 않고 단지 제자리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성장을 모색해야 하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훨씬 더 빨리 혁신적으로 변화하여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성장은 모든 기업들이 피할 수 없는 영원한 화두인 것이다.
Fortune은 매년 ‘급성장 기업(Fastest Growing Companies) 100’ 리스트를 발표한다. 미국 주식거래소에서 거래가 되는 기업 가운데 시가 총액 2억 5천만 달러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3년간 주당 순이익 및 매출 증가율 등을 고려하여 순위를 매긴다. 그렇다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급성장하는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특정 시기의 산업 트렌드에 잘 부응했다. 급성장 기업 100 리스트를 보면 2000년도에는 IT산업 붐에 힘입어 테크놀러지 업종의 기업이 26개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07년도에는 대체 에너지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에너지 분야의 기업이 37개로 가장 많이 선정되었다. 2014년도에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져 에너지 분야와 관련된 기업이 25개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에너지 가격의 급락, 특히 셰일 에너지 대폭락(Great Shale Eclipse)에 의해 에너지 관련 기업은 단 7개만이 리스트에 올랐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분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급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년도 급성장 기업 리스트 1위에 오른 회사는 퀘스커(Questcor)이다. 5밀리리터 1병 가격이 2만 달러를 상회하는 발작 치료제 액타(Acthar) 등 고가약을 판매하고 있다. 2014년 4월에 56억 달러에 말린크로트(Mallinckrodt)에게 인수되기 전까지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97%에 달했다.
2015년 급성장 회사 리스트 1위에 오른 회사 역시 헬스케어 분야의 라넷(Lannett Company)이다. 1942년도에 설립되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는 라넷은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이 51%, 주당순이익이 연평균 314%씩 급성장했다. 향후 인구 고령화, 의료비 지출 증가,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라넷은 성장의 호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오바마케어에 힘입어 정부가 지원하는 헬스케어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텐(Centene)이 4위에 자리잡고 있다.
둘째, 급성장 회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급성장 회사 100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은 26.4억달러였다. 반면 글로벌 500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은 624억 달러였고, 특히 글로벌 100대 기업들의 매출은 1,427억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매출 규모가 급성장 100대 기업보다 54배 정도 큰 것이다. 그런데, 급성장 100대 기업의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33%에 달했지만, 글로벌 500대 기업의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은 2.1%였다. 더욱이 글로벌 100대 기업의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은 1.5%에 불과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이 쉽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급성장하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500 기업 중 20년 이상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200개로 4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올해 처음 글로벌 500 기업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최근 국가 전체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 7개를 포함하여 15개에 불과하다. 일정 궤도에 올라서면 그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이다.
반면 급성장 100대 기업을 살펴보면 반이 넘는 53개의 기업이 2015년 처음으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4번 이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회사는 6번 2개 기업, 5번 1개 기업을 포함하여 9개 기업에 불과하다. 6번이나 이름을 올리고 있는 2개 기업 중 하나는 C형 간염 치료제인 소발디와 하보니의 매출이 급성장한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이다. 1987년도에 설립된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2014년 화이자를 제치고 미국 처방약 매출 1위 기업에 등극하였고, 약 25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급성장 100대 기업 중 가장 매출 규모가 크며, 2015 글로벌 500 기업 중 478위로 처음으로 순위에 진입하였다. 또 다른 기업은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Netflix)이다.
산업의 흐름을 읽고 발빠른 혁신을 통해 고속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 일정 수준의 성장을 달성한 이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짐 콜린스(Jim Collins)는 그의 저서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에서 산업 평균보다 10배 이상 성과를 올린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로 일정 수준의 성과를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달성해 나가는 것을 중시한다는 것을 들고 있다. 즉, 기업 성과가 외부 여건이나 상황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절한 수준의 성과 하한선을 설정하고, 어려운 시기에서도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의 역량을 단련해 나간다. 빠른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3.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대부분 사업 영역이 정해져 있었고, 경쟁 상대도 비교적 명확했다. 특히 Fast Follower의 입장에 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주로 선도기업의 방식대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면 되었다. 따라서 전략의 중요성이 낮았고 때로는 실행 과제를 전략으로 오해하거나 혼동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기업 전략 및 운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모방할 기업을 찾기도 힘들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모방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그저 그런 기업으로 머무느냐 아니면 급이 다른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느냐는 기존의 낡은 비즈니스 가설과 관행을 원점에서 되짚어보고 이를 업그레이드한 ‘탁월한 전략’을 수립하여 제대로 실행하느냐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① 비즈니스 가설에 대한 지속적 업데이트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McKinsey)는 1980년대 초반, 2000년에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이 100만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AT&T에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실제 2000년도에 사용된 휴대폰 숫자는 1억대에 달했다.
비슷한 예로 벤처 사업가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는 주요 리서치 기업들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휴대폰 사업 성장률을 어떻게 예측하였는가를 분석하였다. 전문가들은 2002년 휴대폰 산업이 연간 16%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지만 2004년까지 휴대폰 산업은 100% 성장했다. 2004년 전문가들은 2006년까지 14% 수준의 성장을 예측했지만, 다시 휴대폰 산업은 100% 성장했다. 2006년 전문가들은 2008년까지 휴대폰 산업의 성장률을 12%로 예측했지만, 휴대폰 산업은 또 한번 2배의 성장을 보였다. 휴대폰 산업의 급격한 성장을 목격했지만 전문가들은 2008년도에도 향후 2년 간의 휴대폰 산업의 성장률을 단지 10%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지만 휴대폰 산업은 다시 100%의 성장을 보였다.
기업들은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환경을 예측하고 가설을 설정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급격한 변화나 성장에 직면하는 경우, 눈 앞에 변화의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특히 급격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이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도 다수의 생각에 동조해버리는 사회적 검증(Social Proof) 현상으로 인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사실 변혁적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해당 산업은 일정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지만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기술 혁신이 발생하게 되면 기존 시장을 움직이는 룰들이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트렌드를 기반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모토로라(Motorola)는 1980년대 후반 무선 통신의 지역적 제한을 없애고, 전 세계 어디서나 무선 전화를 가능하게 하는 이리디움(Iridium)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지역 무선통신에서 글로벌 무선통신으로의 기술 진화를 도모하면서 77개(이리디움은 주기율표에서 77번째 원소 기호)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려(실제로 발사된 위성 수는 66개) 지구 상에 살고 있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가격의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 것이다.
모토로라는 전 세계 약 백만 명의 고객이 위성 단말기를 3,000 달러에 구입하고, 분당 5불의 사용료를 지불한다면 위성 네트워크 구축 투자 비용을 바로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휴대폰 시장 변화 및 기술 혁신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기술 혁신으로 인해 휴대폰 기지국 설치 비용은 크게 하락하였고, 네트워크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휴대폰 사이즈도 작아졌고 가격도 급격히 떨어졌다. 기존 기지국을 이용해 타국가에서도 동일한 번호로 통화할 수 있는 로밍서비스도 등장하였다. 결국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니즈를 고려하지 못한 높은 서비스 가격, 기존 통신 사업자와의 통화 품질 차별화 한계로 인해 50억 달러를 투입한 이리디움 프로젝트는 1998년 11월 서비스를 개시한지 1년도 안되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철저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2000년 이리디움을 인수한 댄 콜러시(Dan Colussy)는 이리디움 사업 실패의 핵심 이유로 비즈니스 가설을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못한 것을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리디움 비즈니스 계획은 시스템이 운영될 때까지 12년 동안 전혀 변화가 없었다.”
효과적인 전략 수립은 미래 지향적이고 시장 중심적이어야 한다. 오늘의 고객과 경쟁자가 내일이나 일년 후에도 고객이고 경쟁자일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이 시시각각 등장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제품이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등장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전략이 수립되어 실행된다고 해도, 먼저 세운 가설이 맞는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
② 물질적 자산이 경쟁력이라는 생각 버리기
세계적인 음료회사인 펩시는 자사 브랜드를 내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P1(Pepsi Phone P1)을 중국에서 2015년 11월에 공개했다. 중국 업체인 ‘선전 스쿠비’가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생산한 P1은 5.5인치의 디스플레이, 2GB램을 탑재했으며, 16GB 저장공간과 지문 인식 기능도 보유하고 있다. 가격은 20만원대 중반에 불과하다. 펩시는 “브랜드 가치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라고 밝혔지만, 이제는 기술과 생산 공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쉽게 휴대폰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 경쟁우위 확보 원천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전체 기업 가치의 60% 정도를 유형 자산이 설명하고 있었으나, 10년 후에는 그 비율이 40%도 되지 않았다. 요즈음에는 이 비율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실제 몇몇 기업의 자산 1$당 시장 가치를 살펴보면, GM $1.9, 테슬라(Tesla) $11.1, 애플(Apple) $30.2, 페이스북(Facebook) $53.0로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유형자산이 기업 시장가치의 2%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상품으로 구현하려면 생산 설비부터 유통 관리까지 다양한 분야의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 설비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좋은 물건을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해 내는 제조 경쟁력은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의 성장을 담보해준 핵심 경쟁우위 요소였다. 이러한 제조업은 경기 변동이나 외부 환경 변화에 서비스업보다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 설비에 대한 집중 투자형 제조 모델은 중국이나 베트남이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더욱이 이제는 개인들도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일종의 공방이라 할 수 있는 테크샵(TechShop)에서 기계와 도구를 빌려 자신이 생각했던 바를 보다 쉽고 싸게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킥스타터같은 크라우딩 펀딩 업체를 활용하여 상품 아이디어, 모금 목표액, 개발 완료 예정 시점 등을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후원을 얻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발견하여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기회를 포착하여 차별화된 구현 방안을 마련하는 소프트 경쟁력의 중요성이 하드웨어 경쟁력보다 커지고 있다.
이제 제조업은 단순한 가공산업이 아니라 최첨단의 혁신적 지식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정보통신 기술 혁명이나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등의 혁신적 지식을 제조업 기술과 어떻게 결합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조업으로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자산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창의적 사고와 자산이 결합되어야 한다. 오늘의 투자가 내일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도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노키아(Nokia)의 사례를 보자.
노키아는 애플이 2007년 1월 아이폰을 선보이자, 그 몇 달 후 내비게이션용 맵 및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인 나브텍(Navteq)을 81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노키아가 나브텍을 인수한 이유는 바로 이 회사가 도로 교통량 분석 센서 분야에서 독보적 기업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브텍은 유럽에서만 13개국 35개 주요 도시의 도로 정보를 센서를 통해 분석하여 제공하고 있었다. 노키아는 나브텍의 실시간 교통량 모니터링 역량을 활용한 지도 및 위치 정보 서비스가 구글이나 애플의 혁신적인 신제품과 경쟁하는데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노키아에게 생각지도 못한 강력한 적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2007년도에 설립된 이스라엘 벤처기업인 웨이즈(Waze)이다. 웨이즈는 도로 센서 장착에 돈을 쓰는 대신, 다수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GPS 분석, 스마트폰 사용자 간의 교통 및 도로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2년이 안 되어 웨이즈는 나브텍의 도로 센서에서 제공하는 정도의 교통량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고, 4년이 지나기 전에 10배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나브텍의 경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했지만, 웨이즈의 경우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기사 등 우리나라의 교통 앱 역시 사용자들이 만들어 내는 실시간 운행 데이터를 사용하여 길 안내를 하고 있다.
노키아는 교통정보 센서라는 물리적 자산을 확보하여 진입 장벽을 구축하려 했지만, 결국 스마트폰 사용자를 활용한 웨이즈에 덧없이 무너졌다. 무형의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유형 자산을 이긴 것이다. 한때 1,400억 달러에 달했던 노키아의 시장가치는 2012년 82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노키아의 핸드셋 사업은 72억 달러에 MS로 매각되었다.
③ 고객에 대한 제대로 된 공감
루 거스너(Louis V. Gerstner, Jr.)는 1993년 위기에 빠진 IBM을 구하기 위해 CEO에 취임하였다. 그는 카드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식품회사인 RJR 나비스코(Nabisco)의 CEO를 맡아 성공적으로 경영을 했지만, IT 관련 기술 분야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은 거의 없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IBM을 부활시킬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가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IBM은 거스너가 취임하기 전에 이미 시장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회사를 사업별로 분리하기로 거의 결정하고 있었다. 첨단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업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대부분 산업 전문가 및 경영자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고객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이 IT 시스템 전체를 누군가 통합하여 운영·관리해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바로 IBM이라고 판단하고, 회사를 서비스 중심 조직으로 재편하였다. 이를 통해 거스너는 시장 및 고객 중심의 회사로 IBM을 성공적으로 개혁함으로써 휘청거리던 IBM을 다시 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기업 경영의 출발점은 고객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여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객에게 큰 만족을 안겨 줄 수 있어야 한다. 기업 활동을 통해 창출한 결과가 고객이 인정하는 효용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좋을 수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가 아니라 시장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원칙 중의 하나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고객을 무시하라고 종종 말했다. 하지만 잡스 역시 철저히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애플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다.
1984년말 애플을 떠났던 스티브 잡스는 1996년에 다시 애플로 돌아와 iMac을 만들게 된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에서 받은 음악 파일을 CD에 구워서 보관하거나 듣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잡스가 복귀해 만든 컴퓨터에는 CD 굽는 기능이 내장되지 않았었다. 그는 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iMac CD 드라이브의 기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리고 컴퓨터에서 음악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iTunes를 개발하게 된다.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잡스는 애플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뮤직 플레이어를 살펴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 뮤직 플레이어에 불만을 넘어선 분노를 느끼게 된다. 사용법이 매우 복잡하고, 플레이어에 담을 수 있는 노래가 10곡 수준밖에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직접 뮤직 플레이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잡스는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개선하는 것을 더 중시하였다. 그리고 ‘진짜 자신이 갖고 싶은 상품을 만든다’는 것을 모토로 고객을 위해 최고의 완성도를 지닌 상품·서비스를 만들려고 치열하게 노력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주머니 속의 천곡(1,000 songs in your pocket)’이라는 캣치 프레이즈로 대표되는 iPod이다. 또한 iPod 출시 후 잡스는 원하는 노래를 쉽게 다운로드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iTunes Store를 만들게 된다.
잡스는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고객을 위해서라면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비현실적일 만큼 놀라운 일도 해내도록 구성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었고 실현시켰다. iPod가 처음 출시된 2001년 애플의 매출은 54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5년 매출은 2,337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15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매출이 43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잡스는 정말로 좋은 제품, 정말로 위대한 제품을 만들면 고객들은 그 제품을 살 것이고, 자연스럽게 돈을 벌게 된다는 그의 신념을 증명한 것이다.
④ 경쟁에서 승리하는 다름 만들기
Forbes는 2015년 6월에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Jessica Alba)를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여성부호 4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하였다. 아이에게 쓸 좋은 기저귀를 찾다 만족하지 못한 그녀는 2011년 유독한 화학물질이 없는 천연 성분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어니스트 컴퍼니(The Honest Company)를 공동 창업하였다. 어니스트 컴퍼니는 내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싶은 엄마의 관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P&G, 유니레버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어니스트 컴퍼니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차별성을 인정받아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초기에는 온라인(The Honest.com)을 중심으로 판매하였지만 지금은 미국 전역과 캐나다의 2,5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기저귀, 유아용 물수건 등 17개에 불과했던 제품 품목은 현재 120개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제시카 알바는 지분의 20%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 가치는 3억 4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자원의 열세를 극복하고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하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남과 유사한 전략이 아닌, 한계 극복을 위한 나만의 방식을 찾고 실행하는 특징을 보인다. 다르다고 언제나 경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지만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은 남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품·서비스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시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차별화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주류와 다른 점을 감추려고 하는 커버링(Covering) 경향이 있다. 이렇게 타인과 다를까봐 두려워하는 태도는 종종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죽인다. 이와 유사하게 기업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 제도 등의 모방을 통해 다른 조직과 동질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할수록 경쟁사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고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개념 하에 무리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조금만 방심하면 차별적 다름이 어느새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디마지오(Paul J. DiMaggio)와 파웰(Walter W. Powell)은 기업들이 서로 모방하면서 비슷해 지는 현상을 동형화(Isomorphism)라고 명명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동형화 노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에 힘입어 높지는 않지만 견실한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고객들이 언제든지 타 제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일상화된 경쟁 환경 하에서 비슷하고 익숙한 제품을 만드는 수준으로는 살아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고객에게 우리의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분명한 의미를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고객에게 분명히 인식시킬 수 있는 차별적 다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차별적 다름을 위해 세부적인 부분들을 많이 바꿔도, 전체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 고객들이 이를 다르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충치예방, 미백효과, 치석제거, 향과 맛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치약들이 새롭게 출시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고객들은 이를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사소한 부분이 아닌 전반적인 차원에서 다름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때로는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 멋지게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왜 경쟁사 제품이 아닌 우리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⑤ 다양한 아이디어의 실험
Fortune이 2015년 선정한 ‘급성장 기업 100’ 리스트에서 미국 기업이 87개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5개, 이스라엘 기업이 3개이다. 물론 미국 증권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진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비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비율이 너무 높다. 이와 관련하여 이케다 준이치는 그의 저서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에서, 대부분의 혁신 기업들이 미국에서 탄생하고 있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우선 기존의 것을 비판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당연시 하는 대항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의식의 확장과 새로운 관점을 선사하는 잡지와 모임 등을 통해 이러한 대항문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대항문화 속에서 다양하게 싹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투자하고 지원해주는 메커니즘이 활성화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애플, 구글 모두 벤처 투자회사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그대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을 선도한 혁신적인 산출물들 중 많은 경우가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며 기존의 생각과 방식에 도전하여 실행한 것에서 나왔다. 피터 심스(Peter Sims)는 자신의 저서 ‘리틀 벳(Little Bets)’에서 성공한 사업의 대부분은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하여,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즉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만큼의 아이디어가 단번에 나오기보다는 작은 아이디어들이 누적적으로 쌓이면서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금까지 성공을 가져다 준 관행이나 업무 방식을 맹목적으로 중시하고 기존과 다른 독특한 아이디어 등을 ‘그건 이미 해보았는데 효과가 없었다’, ‘지금까지 잘 되고 있는데 왜 해야 하지’, ‘지금 하는 일도 바쁜데 언제 그런걸…’이라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폄하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 스스로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 교육이나 기존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통해 창의적인 혁신을 가져오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도전적인 혁신 활동에 참여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창의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실행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혁신을 이끌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실행시키고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엉뚱한 상상들이 수많은 다른 아이디어들과 연결되어 시장을 선도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재탄생 할 수 있는 것이다.
검색엔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은 그 사업 영역이 무인자동차,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 글래스, 달 탐사선 개발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혁신기술을 선보이는데 있어 일등공신이 바로 구글 X(Google X)라는 연구소이다. 한 관계자는 “구글 X는 구글이 제정신라면 쳐다보지 않을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성공하기가 쉽지 않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상업성이 매우 큰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가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는다면, 이는 통신사업자, 에너지 업체, 금융, 자동차 판매 등 많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혁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구글 X는 수행된 연구가 결실을 맺어 사업으로 연계되거나 또는 실패해 연구를 중지할 때마다 연구원들을 모아놓고 정식 졸업식을 한다. 그리고 다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일’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고 연구한다. 구글 X는 새로운 혁신 기술사업을 매년 2∼3건씩 시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당장은 아니지만 10년, 20년 후에는 핵심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전임 CEO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등은 ‘구글의 일하는 방식(How Google Works)’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과 비즈니스 경험과 창조성을 상품에 녹여내는 창의적 인재(Smart Creatives)를 끌어들이고 그들이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만약 그들에게 최첨단 연구 도구를 제공하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자유를 제공한다면, 그들은 정말 엄청난 것들을 굉장한 속도로 만들어 낸다.”
⑥ 유연하고 스피드 있는 실행
매출이 증가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은 점차 경직화되고 계층화된 조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이 커지고 계층화되면 관련 부문 간 의견 조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수 차례 회의를 해보지만 부서간 입장에 따라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위에 보고하여 의사결정 받자’라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행이 반복되다 보면 ‘위에서 결정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때로는 고객과 시장의 움직임보다는 상사의 움직임이나 의중만을 바라보고 움직이는 경향도 나타난다. 결국 이러한 모습들은 정보가 유통되는 동맥을 막아 의사결정을 느리게 하고, 시장 변화에 대한 스피드 있는 대응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물론 변화의 방향이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 맹목적으로 ‘빨리빨리!’를 외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하지만 예측의 정확성이 낮아지고 있고, 예기치 못했던 사태에 의해서 경영 환경이 하루 아침에 급격하게 변화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여 신속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면 급속히 쇠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소니(Sony)나 GM의 예를 보더라도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스피드 있게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위기에 빠진 더 큰 원인이었다. 따라서 구성원 모두가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 방식이 결정되면 혼신의 힘을 다해 목표했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는 체제와 역량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비디오 DVD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해당 산업을 지배하던 최강자였다. 그런데 우편으로 DVD를 가정까지 배달해주는 넷플릭스(Netflix)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이에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를 모방한 온라인 웹사이트를 제작하기로 한다. 이 사업을 주관한 책임자는 초기부터 고객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하기 위해 MSN, AOL, 야후 같은 유명 포털사이트와 공동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 유명 웹사이트와 손을 잡으면 소비자들도 블록버스터 온라인을 새롭고 멋진 브랜드로 생각하고, 화제를 몰고 다니는 넷플릭스와 동등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이러한 구상의 발목을 잡은 것은 내부 조직이었다. 법무팀 책임자는 계약 조건이 너무 불리하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고, 야후와의 협상은 그렇게 물 건너 갔다. 본사 조직들은 사업 추진부문에서 볼 때 지엽적인 문제들을 걸고 넘어지며 계약서를 돌려보냈다. 인터넷으로 영화 정보와 예매 서비스를 제공하던 무비폰(Moviefone)의 모기업인 AOL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두 회사 직원들은 각자 법무팀의 승인을 받기 위해 계약서를 이리저리 주고 받으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 조직 역시 온라인 고객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회사 경영진은 오프라인 매장 직원들에게 온라인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매장의 적자를 직접 목격하며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다고 생각한 매장 관리자들은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심지어 일부 매장에서는 가입용 컴퓨터를 숨기고 가입을 말리거나, 문의하는 고객에게 온라인 서비스가 형편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결국 온라인 투자에 따른 손실 등으로 발생한 갈등으로 2007년 CEO가 교체되었다. 새로 CEO로 부임한 키스(James W. Keyes)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지원 금액을 줄이고, 기존 매장을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자금을 매장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 전환은 오히려 회사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결국 방향을 잃고 헤매던 블록버스터는 2010년 파산을 신청하였다. 만약 블로버스터가 추진했던 온라인 전략을 의도한 대로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반면, DVD의 우편 배송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그리고 드라마 제작까지 발빠르게 변화를 꾀한 넷플릭스는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0%에 달하고 있으며 시장가치는 46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아무리 천명하더라도 위기감에 기반한 치열·집요함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그러한 노력은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위기라고 말은 하지만 절박감을 가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 실행 방안,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많은 경우 조직 구성원들은 위기의 원인을 ‘경기 침체 및 시장 환경’ 등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현재 업무와 관행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혁신 방안을 찾아서 실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인식도 종종 보인다. 그러다 보니 환경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거나, 때로는 실제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 자신이 언제나 절박감을 가지고 자신과 구성원들을 끊임없이 동기 부여해야 한다. 특히 한번 해보자는 도전의식을 기반으로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알아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지를 적시하는 등 업무별 책임자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또한 목표의 도전성, 목표의 구체 달성 방안, 환율 및 유가 등 고려해야 할 변수, 필요한 지원 사항 등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여 결정함으로써 책임의식도 강화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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