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깔로 칠해보자, 色 다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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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러풀 리빙 -
똑같은 가구, 똑같은 구조…획일적인 집은 잊자.
시끄럽고 제멋대로지만
인간미 넘치는 나만의 집을 소개합니다.
알록달록, 생기발랄… 회색빛 삶에 ‘컬러풀 라이프’
2017 밀라노 가구 박람회서 주목받은 나만의 집 꾸미기
①호텔 콘셉트로 연출한 ‘모이(Moooi)’ 부스.
②아르페르(ARPER)의 파스텔톤 소파.
③가죽에 포근한 느낌의 패브릭을 매치한 모로소(moroso) 의자./ 모이·아르페르·모로소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한다.
경제는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만큼 불확실하다.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현대인에게 과연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지난 4~9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2017 밀라노 가구 박람회’가 던진 화두다. 1961년 시작해 올해로 56회를 맞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는 전 세계 라이프 스타일 흐름을 이끄는 세계 최대 디자인 행사다. 올해는 엿새 동안 165국 34만3000여 명이 찾았다.
올해 밀라노는 “남에게 보여주려는 수동적인 삶은 버리고, 내가 주체가 돼 나만의 개성 살린 삶을 꿈꾸라”고 외치는 듯했다. 평화롭지만 어쩐지 지루하고 획일적인 ‘미니멀 스타일’은 잠시 잊고, 시끌벅적하고 제멋대로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새로운 물결을 펼쳐 보였다. 무지개처럼 각양각색(各樣各色) 다양성 살린 이른바 ‘컬러풀 리빙(colorful living)’이다.
④노랑, 녹색을 주요 색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 체코티(CECCOTTI).
⑤기획 전시관 ‘딜라이트(Delight)’관에 설치된 알록달록한 부스.
⑥키부(Qeeboo)의 관절이 돌아가는 고릴라 모양 조명 ‘콩(Kong)’.
⑦컬러풀한 조명을 만지고 있는 관람객./ 체코티·키부·밀라노가구박람회
‘컬러풀 리빙’의 핵심은 ‘다채로운 삶’과 ‘나만의 색깔’. 리빙 스타일에서도 하나의 유행 흐름을 모두가 따라가는 ‘메가 트렌드(mega trend)’의 시대는 저물고, 맞춤형 ‘온 디맨드(on demand)’ 시대가 온 것이다.
‘개성 있는 집’을 주목하게 된 건 집 밖에서 펼쳐지는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첨단에 지칠 대로 지친 현대인에게 안식처(安息處)로서 집의 의미는 더 각별해졌다. 집만은 사랑하는 가족과 편안하게 쉬며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공간, 차가운 기술을 벗어나 포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
⑧편안한 느낌이 드는 체코티의 녹색 의자.
⑨유선형의 캄페지(Campeggi) 소파.
⑩여러 색채 광원이 보석처럼 엮여 있는 포스카리니(Foscarini)의 조명 ‘필로(Filo)’.
⑪올 밀라노가구박람회 기간 관람객들이 몰린 풍경./ 체코티·캄페지·포스카리니·밀라노가구박람회
이런 심리를 반영하듯 박람회 기간 선보인 신상품 가구와 소품 중엔 번쩍거리고 기계적인 하이테크 이미지를 피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투박하게 만들거나 수공예의 따스한 감성을 입힌 제품이 많았다. 축 처진 삶에 활기 불어넣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가구도 부쩍 늘었고, 한 가구에 여러 소재와 마감을 적용해 풍성한 감촉을 느끼게 하는 아이디어도 빛났다. 외부에서 잃어가는 사람의 온기(溫氣)를 집 안에서만큼은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디자인이다.
첨단 시대를 거스르는 듯한 이 역설의 미학은 19세기 중반 유럽에 거세게 불었던 ‘예술·공예 운동(Arts & Crafts Movement)’을 연상시킨다. ‘2차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당시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이 보편화되자, 영국 공예가 윌리엄 모리스를 중심으로 예술가들이 잃어가는 인간의 가치를 수공예로 부흥시키자는 목소리를 낸 문화 운동이다. 한 세기 반 전 인간의 기계화에 대항했던 흐름이 다시 돌아온 듯, 밀려오는 첨단 기술에 재기 발랄하게 반기(反旗) 든 올 밀라노 가구 박람회 속으로 들어가 봤다.
◇2017 밀라노 가구 박람회로 본 올해의 리빙 트렌드 5
몸체는 매끄러운 패브릭, 등받이는 퍼로 만들어 얼음 위에 누운 북극곰처럼 만든 소파 ‘팩(Pack)’./ 에드라
녹색과 빨강, 대리석에 가죽… 과감하게 섞어보세요
밀라노 가구 박람회는 리빙 트렌드를 한 발짝 앞서 엿볼 수 있는 무대다. 해외 주요 패션쇼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내놓는 신제품이 곧 ‘길거리표’ 유행으로 퍼지듯, 밀라노 박람회에서 선보인 주요 가구 브랜드의 신제품은 그해 가구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다. 밀라노의 리빙 트렌드와 우리 집 인테리어가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올해 시선을 끈 대표 제품을 통해 올 리빙 트렌드를 짚어보고 우리 집에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정리했다.
붉은색 쿠션과 녹색 틀이 보색을 이루는 의자 ‘싱논(Chignon)’./ GTV
1. 침구·스카프 등을 인테리어 포인트로 활용
색과 소재를 버무려라! (Multi-Color& Material)
붉은색 쿠션과 녹색틀이 보색을 이루는 의자, 대리석과 가죽·유리가 섞인 조명…. 간결함을 바탕으로 엄격한 틀에 맞춰 정돈하는 미니멀리즘과는 대조적으로 사용자의 자신감을 드러내듯 다양한 색상과 이질적인 소재를 과감하게 접목한 제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로 다른 감촉의 소재를 접목한 가구는 거칠지만 부드럽고, 차가우나 따스한 느낌을 주며 감각적으로 결핍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다. 집에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회색빛 도시에 지친 눈에 풍부한 색감을 안기고, 가구에 적용된 다양한 질감이 온몸의 피부를 타고 감성을 자극한다.
우리 집 적용 팁
침구와 커튼, 소파 커버와 쿠션처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한여름 하늘하늘한 꽃무늬 시폰 원피스에 캐시미어 스웨터와 가죽 재킷을 겹쳐 입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레이어드 패션’처럼 옷장 속에 묵혀둔 침구와 커버, 철 지난 스카프와 퍼를 활용해 포인트를 주면 뻔한 공간도 새롭게 변한다.
2. 장식장의 접시 어긋나게 쌓는 것도‘장식’
장식품을 비대칭적으로 벽에 붙여 연출한 모습(왼쪽)과 옆으로 기운 듯한 조명을 선반에 자유롭게 둔 모습./ 다네제
삐딱하게, 즐겁게(Unexpected Order)
기하학적인 도형이 평면과 입체로 자유롭게 얽혀 있는 조명, 다리가 사선으로 비틀어진 벤치처럼 디자인의 문법을 깨는 제품들이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가지런히 맞춘 열을 살짝 비틀고, 평면적인 요소에 입체를 가미하면 주거 환경에 리듬이 생겨 한결 생동감이 살아난다.
호텔과 카페처럼 우리가 자주 찾는 공간에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의도적으로 적용한 무언(無言)의 규칙이 있다. 액자 크기와 종류를 통일하거나 가구와 소품을 좌우 대칭으로 배열하는 식이다. 통일된 느낌이 금세 안락함을 주지만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딘가 지루한 느낌이 든다. 늘 머무는 집에선 지루함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자유롭게 파격에 도전하자.
우리 집 적용 팁
액자 간격과 배치를 바꿔보자. 대칭과 반복을 피해 의도적으로 몇 개를 비틀어 본다. 역동적인 계단식이나 아슬아슬한 사선으로 배치하는 것도 방법. 어울릴 법한 접시나 소품에 접착 걸이를 붙여 액자들 사이에 걸어보는 것도 좋다. 장식장의 접시를 어긋나게 쌓아보거나 다른 물건을 함께 놓으면 장식 효과를 볼 수 있다.
3. LED 조명 위·아래에 장식… 그림자로 흥미로운 공간 연출
원반 모양 광원 세 개를 붙여 설치 작품처럼 만든 조명(왼쪽부터 차례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를 연상시키는 조명 ‘얀지’. 해파리를 연상시키는 조명 ‘IPNO’./ 포스카리니·아르테미데
조명, 공간의 시(詩)가 되다(Poetic Technology)
조명은 가구보다는 ‘기계’ 혹은 ‘설비’라는 개념으로 우리의 주거 공간에 등장했다. 그러나 조명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광원이 다양화되고, 흉하게 보였던 전선과 소켓 등 부속이 차지하던 비중이 혁신적으로 줄면서 창의적인 디자인 조명이 늘게 됐다.
형태는 거의 사라지고 마술처럼 빛 자체만 남거나 예술 작품처럼 변모한 이색 조명들이 화려하게 선보였다. 첨단 기술이 사용됐지만 부속이 겉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기에 깔끔한 디자인이 빛을 발한다. 기술이 디자인 속에 침묵하는 격이랄까.
우리 집 적용 팁
편평한 LED 조명 위나 빛이 떨어지는 광원 아래 유리 장식을 달거나 놓아두면 그 자체가 조명처럼 빛나는 효과가 있다. 다양한 색상과 투명도의 유리 장식을 잘 활용하면 인테리어 포인트로 손색없다. 벽을 비추는 간접 조명을 사용한다면 거울, 라탄 소재를 활용해 그림자를 활용해 보자. 흥미로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4. 추억이 담긴 물건을 리폼… 나만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
①스테디셀러 ‘콤포니빌리’ 50주년을 기념해 미소니와 협업해 만든 카르텔의 밀라노 쇼룸 모습.
②1984년 디자인한 조명 ‘지오바’.
③1933년 디자인한 조명 ‘나스카’에 LED를 적용시켜 새롭게 만든 제품./ 카르텔·폰타나아르테
과거와 현재를 잇다(Oldies but Goodies)
우리의 삶은 시간의 연속선상에 있다. 의미를 간직한 옛 제품을 공간에 가치 있게 남겨두고 최신 제품과 함께 녹여내는 연출이 전시장 곳곳에서 펼쳐졌다. 플라스틱 가구를 선도해온 가구 회사 ‘카르텔’, 유리 소재 조명으로 새 역사를 써온 ‘폰타나 아르테’ 등 유명 브랜드에서는 수십 년간 인기를 끈 스테디셀러에 새로운 디자인을 가미해 전시했다.
옛 디자인에 새로 개발된 소재와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신상품 진열대에 올려놓았다. 꼭 새로운 것만 진리는 아니다. 진정한 패셔니스타들은 최신 유행 옷을 빈티지 옷과 멋들어지게 매치해 깊이 있는 멋을 발산하지 않던가.
우리 집 적용 팁
추억과 이야기가 있는 가치 있는 물건을 선별해 리폼하거나 배치를 달리 해보자. 가족이 좋아하는 색으로 일부 채색하거나, 오래된 수납장의 손잡이를 취향에 맞게 바꿔 달아보면서 기성품으로 채워진 집에 색다른 매력을 더해보자. 재사용까지 되니 일거양득.
5. 동물 인형 가득 엮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쿠션 완성
①여우 모양 장식물.
②코끼리 모양 조명.
③상어 우산 꽂이 ‘킬러’./ 마지스·셀레티·키부
‘1인 가구’ 위로하는 동물 장식(Animalism)
“좋은 디자인은 애완동물과 같다. 인간과 함께 공간에서 숨 쉬며 삶을 채운다”고 했던 이탈리아 디자인 철학자 안드레아 브란치(Andrea Branzi)도 동물 형태를 딴 디자인이 인기 끌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올 박람회엔 유난히 동물 모양을 딴 제품이 많았다.
전깃줄에 앉은 새 모양 조명, 입 벌린 상어 형태 우산꽂이 등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혼놀족’(혼자 노는 사람들),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 같은 ‘1인 가구’ 문화를 겨냥하기라도 한 걸까. 외로운 현대인들을 위로하려는 듯 유머를 담았다. 조금 유치하면 어떤가. 나와 가족이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우리 집 적용 팁
꼭 동물 모양 가구가 아니어도 좋다. 모아둔 동물형 장식이나 인형을 인테리어 도구로 활용해보자. 가구 위에 조르륵 둬도 좋고 동물의 특징에 맞춰 화분, 벽과 천장 등에 부착할 수도 있다. 브라질 디자이너 캄파나(Campana) 형제가 만든 아트 퍼니처처럼 잘 쓰지 않는 인형을 가득 엮어 독특한 쿠션으로 만들어 집 안을 장식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2017.04.18
밀라노= 여미영 디자이너, 김미리 기자, 편집=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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