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카야(居酒屋)
이자카야는 술 종류와 그에 따른 간단한 요리를 제공하는 일본 음식점이다. 주로 주류를 제공하고 있는 점에서 일반 식당과 다르다. 이자카야에서는 일본식 술인 사케를 제공하고 있는 가게가 많아, 술집에 비해 요리의 종류가 많다.
다시 돌아온 이자카야 - 주점 업계를 휩쓸다
이자카야가 부활하고 있다. 원목과 홍등을 활용한 인테리어, 곳곳에 장식된 일본풍의 소품, 회와 초밥, 우동 등의 일식메뉴 등 기존 주점과는 차별화 된 컨셉으로 한 때 주점 업계를 휩쓸었던 이자카야.
4~5년 전 이자카야를 표방한 업소들이 등장하면서 단시간 내 인기 반열에 올라섰지만 이후 유사 업체의 난립으로 시장 자체의 특성이 흐릿해 지면서 롱런하지 못한 채 결국은 종적을 감추고 만 전력이 있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난립과 이로 인해 식상함을 느낀 고객들이 하나 둘 이탈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여타 주점에 비해 값비싼 가격대와 몇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차별화되지 못한 메뉴 등도 이자카야의 롱런을 가로막았다.
이처럼 부지불식간 사라졌던 이자카야들이 최근 들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종전의 인기를 넘어 주점 업계 전체에 한 획을 그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이자카야, 제 이름을 찾다
이자카야는 한 때의 인기에 지나지 않았던 프랜차이즈 중심의 이자카야만이 전부가 아니다. 일본인 또는 일식 조리 경력을 보유한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는 소형 업소들 역시 단골고객들을 중심으로 수년째 꾸준히 영업, 나름의 이자카야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소규모 이자카야들은 오픈 초기 일본인 고객을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최근 들어 입소문을 타고 한국인 고객이 급증, 웨이팅은 예사일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곳도 있다.
하지만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업체들. 대표적인 것이 쇼부로 지금의 이자카야 붐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장 확대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한 주요상권 내 입점과 다점포를 염두에 둔 매장 전개로 짧은 시간 내 인지도를 형성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나갔다. 종로와 명동 등 대형 상권에는 과감하게 2~3개의 점포를 포진시키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호감도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쇼부의 인기가 치솟자 이를 모방한 유사 브랜드의 등장으로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었으며 2003년 12월에는 일본에 본사를 둔 하이카라야가 국내에 진출, 현재 5개 점포를 오픈하며 이자카야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거드는 양상이다.
이들 이자카야들이 주력하는 또 하나는 이자카야의 잘못된 개념을 바로잡는 일. 이자카야는 일본 분위기의 술집이 아닌 ‘일본의 선술집’이라는 의미임을 매장 내 분위기 및 서비스를 포함한 온·오프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하이카라야 마케팅팀의 최순철 과장은 “고품질의 메뉴와 서비스 등 차별화를 경쟁력으로 제대로 된 이자카야의 이미지를 확립, 주점 업계 전체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자카야. 전문가들이 보는 이자카야 시장의 미래는 밝다. 쇼부의 윤일상 대표는 “일본 문화는 더 이상 낮선 것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다”며 “이러한 문화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카야는 더 이상 반짝 인기가 아닌, 롱런 아이템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이자카야인가
수년 간 계속되고 있는 불황으로 외식 업계, 특히 주점 업계의 영업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는 요즘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며 ‘뜨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일본풍 주점, 소위 말하는 이자카야다. 그렇다면 각국의 다양한 문화 가운데 ‘왜’ 일본식을 표방한 주점의 인기가 유독 높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개별적 성향이 강한 일본 문화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최근 국내 트렌드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TREND1
술 < 안주+식사= 실속
대표적인 것이 소량으로 제공되는 메뉴다. 일반적인 음주문화는 안주 한 두 가지를 시켜 여럿이 나눠먹는, 안주보다는 술이 중심이다. 하지만 이자카야는 반대다. 술 보다는 안주를 위주로, 더 나아가서는 안주 역할만이 아닌 식사를 겸할 수 있는 ‘실속’을 컨셉으로 한다. 초기 국내 이자카야 문화가 반짝 인기에 그치며 롱런하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으로, 푸짐함을 미덕으로 삼는 우리네 정서에 부합하지 못한 ‘야박함’ 탓에 결국 외면을 받고 말았다.
실제 일본 주점에서 선보이는 메뉴는 적게는 30여 가지, 많게는 70~8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샐러드와 구이, 튀김, 꼬치, 생선류 다양한 안주류는 물론 밥과 면 등 식사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구비, 선택의 폭이 넓다.
메뉴의 양과 가격 면에서도 국내와는 차이를 보인다. 기본적으로 안주 한 가지에 1만원이 넘는 우리와는 달리 1만원 미만의 메뉴를 다수 구비, 심리적인 가격 부담을 낮췄다. 대신 각각의 메뉴를 1~2인분 기준의 소량으로 구성해 여러 가지를 조금씩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1인당 한 개꼴로 주문을 유도함으로써 전체적인 테이블 단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쇼부와 하이카라야도 이같은 전략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객단가 상승의 효과를 거둔 케이스다.
구이, 볶음, 일품요리, 사시미, 샐러드, 튀김, 식사류 등 60여 가지 메뉴를 구비하고 있는 쇼부는 양보다는 질에 우선한 양질의 메뉴로 여타 주점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가격대 역시 고단가 전략을 고수하며 3만5천~4만5천원의 높은 테이블 단가를 보이고 있다.
하이카라야는 일본 메뉴에 한국식 메뉴를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거둔 사례. 일본 본사의 메뉴 컨셉을 유지하되 자체 개발 메뉴를 포함한 ‘한국요리’를 별도로 마련, 다양한 객층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30~40대가 주도하던 음주문화가 20~30대로 전이되면서 당시 호응을 얻지 못했던 컨셉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술 보다는 안주, 그것도 다양하고 맛있는 안주를 주점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요즘 젊은층의 트렌드에 따라 주점의 메뉴 개발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비단 이자카야가 아니더라도 ‘요리주점’ ‘창작요리’ 등 술 보다는 안주를 앞세운 여타 주점들의 홍보 전략만 보더라도 최근 트렌드를 쉽게 알 수 있다.
인원이 많고 적음을 떠나 ‘탕 하나에 무침 하나, 아니면 두부김치’ 식으로 적당히 한 두 가지 고르는 것이 아닌 입맛에 따라 원하는 것을 골라먹되 여러 가지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메뉴 선택에 따른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다. 이자카야야말로 이러한 특성을 두루 갖춘 컨셉으로 젊은층, 특히 여성고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TREND2
일본풍의 ‘나만의 공간’
국내 외식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각국의 다양한 식문화가 유입, 소비자의 기대치와 경험에 의한 만족도가 동반 상승한 것도 이자카야의 인기상승을 부추긴 요인중 하나다. 이 중 국내와 가장 유사한 문화 행태를 보이는 곳이 일본이며, 급속도로 유입되는 일본 전반의 문화 가운데 심리적으로 가장 민감한 ‘식(食)’에 대한 문화적 표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은 국내 외식 관계자들이 벤치마킹 1순위로 꼽는 곳이 일본이라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일본 외식 트렌드의 국내 유입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일본풍 주점 역시 이러한 현상의 하나라는 것.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오므라이스 전문점 역시 일본의 대중 메뉴를 한국화 한 것이며 최근 강남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퓨전 요리주점 역시 주기적으로 일본을 방문, 메뉴개발 아이디어를 얻고 있을 정도다.
오픈 주방을 마주한 바를 통해 주방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이자카야만의 매력이다. 굳이 여럿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부담 없이 청주 한잔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 여타 주점에 비해 단골 비중이 유독 높은 것도 소형 이자카야의 특징 중 하나다. 요즘 고객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곳이 아닌 ‘나만의 공간’ 한 곳쯤은 만들고 싶어 하는 성향이 짙다.
TREND3
‘분위기’를 먹고 마신다
이자카야가 각광받는 이유는 일본 술에 대한 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2~3년 전 ‘사케바’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일본 술과 안주류를 겸비한 전문점이 등장한 바 있으나 얼마가지 못해 사라지고 만 전력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인기이면에는 일본 술과 함께 일본음식과 일본풍 인테리어 등 ‘일본’이라는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적 요소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한·중·일·양식은 물론 퓨전과 동남아 요리까지 가세해 다양함의 진수를 보여주는 레스토랑 문화와는 달리 우리네 주점 문화는 극히 한정적이었다. 주점이라 해 봐야 전통주점과 호프집, 꼬치구이점 정도로 원하는 곳을 선택하기 보다는 ‘갈 곳이 없어’ ‘아무데나’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이후 틈새시장을 공략한 퓨전주점 및 요리주점 등 새로운 컨셉이 등장했으나 이 역시 이렇다 할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 채 기존의 주점 시장에 흡수됐으며 뒤이어 나온 하우스맥주 전문점마저 높은 가격대로 인한 진입장벽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결국 정리국면을 맞고 말았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고객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크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주점과 뚜렷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채 타이틀만 그럴 듯 했던 것이 가장 큰 실패 원인이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합리적인 소비심리의 확산을 따라가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이자카야는 이들과 달랐다. 메뉴부터 분위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것과는 차별화 된 컨셉으로 무장한 채 잠재돼 있던 고객 니즈에 소구했다. 일본풍 인테리어와 음식뿐만이 아닌 문화적 요소로 어필, 일본의 분위기를 먹고 마시는 데 중점을 둔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기존 것과의 확실한 차별화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이론에 충실한 전략이었다.
여기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즐기는 선술집의 이미지를 접목시킴으로써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갔다. 작게는 15평 미만에 3~4개 테이블이 전부인 소형 매장에서부터 100평이 넘는 대형 매장까지, 이를 통해 고객들은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오가는 친근감에 자연스레 동화됐다.
지난해 소자본 창업 업종으로 각광받았던 오뎅바도 비슷한 맥락이다. 청주와 오뎅을 주메뉴로 원목 인테리어에 어두운 조명, 바(Bar)를 중심으로 한 소형 매장 등 전체적인 컨셉은 일본풍 선술집에 맞춰져 있다. 부담없는 가격대와 편안한 분위기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이들 오뎅바는 피쉬앤그릴을 필두로 부산오뎅, 정겨운오뎅집 등 후발 주자들이 가세, 현재는 주점 업계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할 정도로 성장했다.
가볍게 사케나 한 잔 할까?
저도주를 선호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소주보다는 와인 또는 소위 사케라 불리는 일본 술을 즐기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소주 한잔 하자’는 말만큼이나 ‘와인 한잔 하자’ ‘사케 한잔 하자’는 말도 드물지 않게 오간다는 얘기다.
물론 수많은 종류의 일본 술 가운데는 우리의 소주보다 도수가 높은 독주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본 술 = 사케 = 정종 = 알콜 도수가 낮은 술’ 정도로만 알고 있으며 이자카야는 이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들이 내세우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도 ‘소주보다는 부담없는 사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사케 문화의 확산이다.
종전 일본 술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만한 장소가 충분치 못했던 것에 비해 최근의 이자카야들이 이들을 포함한 잠재고객까지 끌어들이며 새로운 음주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쇼부|이자카야 붐을 이끌다
최근의 이자카야 붐을 주도하고 있는 쇼부. 일본 정통 주점을 컨셉으로 하는 쇼부는 기존 흉내내기식에 그쳤던 이자카야 문화에서 탈피, 다양한 일본 주류와 퀄리티 있는 안주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기존 주점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제대로 된 일본식 음주문화의 전파’를 모토로 인테리어에서부터, 메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일본 현지에 가까운 분위기를 제공한 것. 이러한 쇼부의 컨셉은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는 고객 니즈에 부합하며 가맹사업 전개 2년여만에 50개점을 돌파하는 등 파죽지세로 매장을 늘려 나갔다.
쇼부를 운영하고 있는 제이에스프로페셔널의 윤일상 대표는 “가격에만 연연하지 않고 품질을 앞세운 고단가 전략이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라며 “메뉴와 분위기, 서비스의 조화를 통해 뚜렷한 컨셉을 제시한 것도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저렴한 객단가와 편안한 분위기를 모토로 하는 제 2브랜드 청 야끼도리를 런칭, 주택가 상권을 적극 공략함으로써 이자카야 붐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하이카라야|일본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쇼부를 중심으로 한 국내 브랜드로 인해 기반이 다져진 국내 이자카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하이카라야. 일본 나고야에 본사를 둔 브랜드로 2003년 인사동 1호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 현재 홍대와 압구정, 일산 등지에 5개 점포를 운영중이다. 100% 일본 직영 운영을 원칙으로 하며 로열티는 없다.
일본 브랜드인만큼 메뉴와 서비스, 분위기까지 ‘이자카야’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것이 가장 큰 매리트로 최근 젊은층이 하이카라야에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억지로 만들어 낸 일본풍이 아닌 마치 일본의 한 술집에 들어온 듯한 자연스러움을 내세워 빠른 속도로 고객층을 끌어들인 것이다.
다양한 일본 술과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도 인기에 한몫했다. 20여 가지 일본 술과의 조화를 고려한 50여 가지 메뉴로 소주·맥주보다 도수가 낮은 청주의 판매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하이카라야의 또 다른 특징은 주점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예약 문화다. 인사동 본점의 경우 주말에는 예약 없이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예약 시스템은 이미 하이카라야 전점에 걸쳐 자리잡았다.
이와 함께 홀과 룸의 좌석 형태에 관계없이 1인당 2천원의 입장료를 받는 일본식 서비스 방식을 그대로 적용, 일대일 서비스로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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