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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전 세계가 주목하는 푸드테크

Paul Ahn 2019. 10. 8. 09:47

푸드테크전 세계가 주목하는 푸드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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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도 기술과 융합 가속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인류의 재앙을 경고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농업, 축산업의 발전과 산아제한 등으로 인구 폭발로 인한 인류 멸망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맬서스의 경고는 유효하다. 인구 증가가 계속돼 식량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넘어 식량 생산을 위한 환경 파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과학기술로 지속가능한 음식을 만들려고 하는 푸드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는 지속가능한 음식 찾기 경쟁

 

유엔(UN)의 2017년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인구는 75억5000만명을 넘어섰다. 2023년에는 80억명을 돌파하고 2037년에는 90억명, 2100년에는 전 세계 인구가 111억80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경 인구증가로 인한 식량 수요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위부터) 임파서블버거, 비욘드미트

 

식량 증산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소, 돼지 등 가축을 사육할 때 분뇨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환경오염 뿐 다양한 환경오염이 유발된다. ‘소 방귀가 온난화의 적’이라는 이야기는 농담이 아니다. 소의 방귀를 통해 배출되는 메탄가스의 양은 전체 온실가스 비중의 13.5%나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양고기는 1그램을 생산할 때 221.63gCO₂e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는 콩류 1그램당 0.58gCO₂e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과 비교해 수 백 배 높은 수치다. 소, 돼지 등의 사료를 충당하기 위해 숲을 없애고 옥수수 등을 재배하면서 또 다른 환경오염도 유발되고 있다.

 

환경오염 뿐 아니라 기업형 축산은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소 사료 문제로 인한 광우병은 물론 구제역, 조류독감 등 각종 질병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7년 계란 살충제 문제가 불거져 사람들이 계란을 먹지 않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되고 있는 것이 푸드테크다. 기존 음식을 기술을 이용해 다른 방식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것부터 세포배양,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을 찾는 것까지 다양하다.

 

해외에서는 푸드테크 기업들의 활동이 수년 전부터 활발해지고 있다. 패트릭 브라운 스탠퍼드대 교수는 2011년 임파서블푸드라는 인조고기 제조업체를 창업했다. 그는 쇠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것이 고기의 핏 속에 있는 헴(Heme)이라는 단백질 분자라는 사실에 착안해 이를 활용해 실제 고기와 맛이 유사한 고기를 만들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콩 뿌리혹 부분에서 단백질 성분을 추출해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도 식물성 고기, 대체 고기 등이 있었지만 임파서블푸드는 진짜 고기와 유사한 맛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식물성 고기로 만들어진 임파서블 버거는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비롯해 구글, 코슬라 벤처스, 바이킹글로벌인베스터스 등이 임파서블푸드에 투자했다.

 

2009년 설립된 비욘드미트 역시 주목받는 푸드테크 업체들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식물성 닭고기, 소고기, 햄버거 패티, 햄버거, 소시지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식물성 성분을 혼합, 압출해 닭고기의 질감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빌 게이츠가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닭고기로 만든 타코를 먹고 진짜 고기인줄 알았다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비욘드미트는 트위터 창업자인 에번 윌리엄스, 빌 게이츠 등에게 투자를 받았다.

 

멤피스미트는 임파서블푸드, 비욘드미트와는 다른 방향으로 대체 고기를 만들고 있다. 다른 업체들이 식물성 원료로 고기를 만들고 있는 반면 멤피스미트는 실험실 고기를 만들고 있다. 소, 돼지, 닭 등에서 체취한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멤피스미트의 고기는 진짜 고기이면서도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 사료 회사 카길 등이 멤피스미트에 투자했다.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교수가 설립한 모사미트도 인조 쇠고기를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소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조고기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조 단백질 기술을 개발하는 뉴하베스트는 인조 우유 제조업체 무프리와 인조 달걀 제조업체 클라라푸드를 설립했다. 무프리는 우유의 단백질과 같은 성분 효모로 생산하는 기술을 이용해 인조 우유를 만들고 있다. 클라라푸드는 효모를 활용해 달걀에 포함돼 있는 것과 유사한 단백질을 만든다.

 

 

아직은 척박한 한국…푸드테크 스타트업 대두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해 푸드테크 분야가 활발하지 않다. 실제로 스타트업 네트워크 로켓펀치에 등록된 푸드테크 기업은 58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183개, 인공지능 스타트업 160개, O2O 스타트업이 488개인 것과 비교하면 푸드테크 기업들이 적은 편이다. 또 58개 기업들 중 상당수는 음식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유통업체로 실제 음식에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더 적다.

 

한국의 푸드테크 시장이 척박한 것은 문화적, 사회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먹거리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이것저것 신경 쓰고 가려서 음식을 먹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고기를 많이 먹는 서구 문화권과 달리 채소와 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식습관도 푸드테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더플랜잇 직원들이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마요네즈를 맛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도 푸드테크 기업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그중 주목받는 곳이 더플랜잇이다. 2017년 3월 설립된 스타트업 더플랜잇은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마요네즈를 시장에 선보였다.

 

양재식 더플랜잇 대표는 “동물성 식품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식이섬유도 전혀 없다. 반면 채소, 야채 등 식물은 우리 몸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을 갖추고 있으며 식이섬유도 많다”며 “콩으로 만든 마요네즈는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당뇨나 지병으로 인해 소스를 먹지 못했던 사람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마요네즈를 만든 것은 판매를 해서 대박이 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식품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크다”며 “대형 식품업체들도 콩으로 마요네즈를 만들게 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플랜잇이 계란을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은 성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했다. 유 대표는 “계란에 유화라는 성질이 있다. 물과 기름이 섞인 것처럼 보이는 특성으로 기름 속에 물이, 물 속에 기름이 미세하게 들어있는 개념이다. 더플랜잇에서는 계란이 어떻게 유화가 가능한지 성분분석을 했다. 그리고 그 성분과 유사한 성분을 식물에서 찾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더플랜잇은 육류에 특성과 맛을 나타내는 성분을 찾아 분석하고 그것과 유사한 식물성 성분을 찾은 후 이를 가공해 대체 식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더플랜잇은 계란뿐 아니라 대체 우유, 대체 고기 등도 만들 계획이다.

 

양 대표는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분리증으로 인해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유를 분석해서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우유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식물성 우유를 선보일 것이다. 향후에는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푸드테크 기업 이더블버그는 곤충을 이용해 대체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식용이 가능한 곤충은 전 세계적으로 1900여종이나 된다. 한국에서도 7종의 곤충을 식용으로 허용하고 있다.

 

(위부터) 류시두 이더블버그 대표, 이더블버그가 판매하고 있는 곤충 간식 모습.

 

류시두 이더블버그 대표는 “곤충식품의 강점은 지속가능성과 경제성에 있다. 반면 축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예를 들어보면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 밀웜)는 곡물 밀을 도정한 껍질을 먹는다. 버려지는 껍질로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비용도 저렴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료를 먹고 자라는 소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구나 곤충은 좋은 단백질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9종류가 있는데 곤충에는 모두 들어있다. 필수 아미노산이 없는 식물성 단백질만 먹었을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곤충 단백질은 그럴 염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더블버그는 곤충 단백질로 과자, 파스타, 음료수는 물론 씨리얼까지 30여종의 제품을 개발했다.

 

이밖에도 건강한 돼지고기를 사육해서 최적의 기간에 배달을 해주는 ‘정육각’, 자연산 회를 산지에서 집으로 배송해주는 ‘오늘식탁’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들이 푸드테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푸드테크 업계 관계자들은 지속가능한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관심과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푸드테크 업계 관계자는 “인구증가와 환경문제로 인해 푸드테크는 계속 발전해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스타트업과 창업지원이 IT분야에 집중돼 있다. 푸드테크 분야에도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푸드테크가 사람이 먹는 것을 개발, 판매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규제와 관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러나 관행적인 규제는 사라져야 한다. 또 스타트업이 기존 유통망에 진입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부분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테크M 제60호(2018년 4월)

2018.04.05

강진규 기자 viper@techm.kr